brunch

매출 증가에도 세금을 두려워하지 않는 비결

by 최팔룡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영업 매출 신고는 정상적으로 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런데도 부가세 납부 고지서가 올 것을 두려워하는 사장님들을 아직도 많이 만난다. 단지 세금으로 많이 두드려 맞기 싫다는 것인데 그것은 멀리 보지 못하는 단견일 가능성이 많다. 물론 세금 납부 행위 자체가 인생에 도움이 될 것은 없다. 세금 피하려다 더 큰 돌덩이를 맞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얘기다.


며칠 전 제주에서 떡집을 하시는 분을 만났는데 요즘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장사는 꽤 잘된다고 하였다. 단체 관광객 유치를 위해 가이드에게 ‘뽀찌’를 주는 것보다는 개인 관광객을 다수 유인할 수 있게 되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개인 관광객들이 통장으로 입금해주는 돈들이다. 모조리 세무서에 노출하고 싶지는 않다고 하였다. 일부러 매출신고 누락을 하지는 않더라도 일부 누락 사실이 있는데 나중에 문제가 될까봐 걱정된다고 하였다.

이런 분들은 매출을 숨긴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제 큰 날개를 펼쳐서 날아야 하는데 계속 구멍가게 정신으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장 중요한 솔루션은 역시 적격 매입증빙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조금 쉬운 말로 하면 사업용 신용카드를 여기저기서 많이 사용하라는 것이 된다. 떡집 사장님은 사업 상 필요한 지출을 하면서도 거래 상대방 업체의 세원 노출을 걱정해주는 차원에서 적격증빙을 받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경우가 제법 많았다. 예를 들어 배송 차량의 수리를 할 때도 카센터에 현금을 낸다. 세금계산서나 현금영수증 지출증빙을 받아 본 적도 없다고 하였다. 그냥 미안해서 그랬단다. 그래서 내가 사장님께 말했다. 본인 앞가림이나 잘 하시지 거기서 신경 쓰실 거 없어요.

매출이 아무리 늘어도 그만큼 매입도 많이 늘어나게 마련이다. 물론 매출만큼 늘어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디에선가 누수가 생기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증빙을 안 받는 것은 결코 선행이 아니며 오히려 신고 누락을 방치하는 악행임을 명심해야 한다. 껌 한 통, 커피 한 잔을 사먹으면서도 내가 사업용 신용카드로 제대로 결제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성의가 필요하다. 노력을 하면 분명히 세금 납부액은 줄어들게 된다. 부가세도 그렇고 소득세도 마찬가지다.

매출이 확대되는 것은 해당 기업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개선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인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봉사단체를 운영하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매출을 키우지 않으면 어떤 사업도 존속하기 어렵다. 가장 흔히 보는 사례가 대출에 관련된 것이다. 장사가 좀 되어서 재료도 좀 더 사오고 점포도 확장하고 싶어서 대출을 신청해도 매출액이 중요하게 다가온다. 1억 매출을 했을 것 같은데 세무서에 신고는 3천만 원밖에 안하신 분이 있다. 이렇게 해놓으면 세금 낼 때 당장은 좋은 것 같지만 그 다음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은행은 그 분을 3천만 원 짜리로만 바라본다. 그러니 추가 대출을 해 줄 리 만무하다.

얼마 전 합정동의 대형 주상복합건물에 불이 났을 때도 세무서 매출액 신고 금액에 비례하여 피해액을 산정했다.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노인 점주가 가스레인지를 켜 놓고 잠시 외출했다가 전체 상가를 홀라당 태워 먹은 사건이었다. 인테리어나 시설 투자비용은 일단 피해액 산정에 들어간다. 영업을 못해서 생긴 손실은 정확한 매출액 신고 내역으로만 제3자가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에 매출을 엉터리로 신고하신 분들은 휴업에 대한 손실을 제대로 보여 줄 수가 없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실수로 가게를 열지 못하게 됐지만 보상의 기회조차 박탈당했고, 그나마 신고를 하신 분들은 휴업 피해보상 산정이 수월했다.


상대방 차량의 과실로 신체나 물건의 피해를 봤을 때 휴업이 필요한데 이때도 매출액은 피해 보상액을 키워주는 효과를 발휘한다. 하루에 30만원 매상을 올리는 업체는 30만원을 받아야 마땅하고 100만원을 파는 업체는 100만원을 줘야 급한 불을 끄고 휴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금이 아깝다고 축소 신고를 해놓은 사장님은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몸값을 높여 부르지 못할 것이다. 이런 재해나 사고들은 가끔이지만 언젠가 터지는 것이다. 나만 운수가 억수로 좋을 리가 없다.

영세 자영업자에게 현금으로서 지원되는 근로장려금의 산정 기준도 매출액이다. 근로장려금은 재산 합계액이 2억 원 미만이고 부부 합산 소득액이 3,600만 원 미만이면 연간 3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지출을 빼고 단순히 소득산정액이 3,600만원 미만이면 누구나 받을 수 있기 때문에 1개월 월급을 보너스로 받는 셈이다. 이 때 매출액은 좀 크게 나오더라도 매입이 많으면 기준에 해당하여 보너스를 받게 되지만 매출액 자체를 작게 신고해버리면 보너스를 조금 받게 된다. 매출을 줄여놔서 세금을 줄여본 것 같지만 결국 국가에서 공짜로 주는 지원금을 놓치는 결과가 나온다. 매출 누락은 결국 하나는 알아도 둘은 모르는 분들이 하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폐업이나 사업장 이전을 앞둔 사장님들의 권리금 문제는 최근의 핫 이슈라 할 수 있다. 권리금을 많이 받기 위해서는 일단 매출액이 크고 볼 일이다. 가게를 인수하고자 하는 신규 사업자의 관심사이기 때문에도 그렇지만 권리금을 받지 못하게 만드는 임대인의 횡포에 대항하기 위해서로도 매출액은 어느 정도 크게 나와 줘야 한다.

예전에는 권리금이라는 것이 사업자간에 사적으로 주고받는 금품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등장하는 어엿한 법적 실체가 되어 있다. 임대차 계약 만료 3개월을 앞두고 임차인이 권리금을 확보하려고 나선다면 임대인도 말릴 수 없다. 심지어 임대인 본인의 명의로 사업을 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끼어들 수 없는 것이 실정법에서 정한 원칙이다.

임차인이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정상적인 세입자라면 권리금을 받고 퇴거하려는 노력을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만약 권리금을 받기 위해 신규 임차인과 계약서를 작성해놓은 것이 있다면 이를 근거로 임차인의 법적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건물주라고 해서 쌍방 간의 거래를 우습게 여겨서 어깃장을 놓는다면 큰코다친다. 세입자가 권리금 손실에 대한 피해보상을 요구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에서는 상당히 세입자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터무니없는 임대료를 요구하면서 다른 세입자를 구하는 방식으로 훼방을 놓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임대인의 아들이 와서 장사를 하겠다고 해도 기존 권리금 거래 약정이 맺어져 있다면 손실보상을 각오해야 한다.

이 때 법원에서 권리금 산정 기준으로 중요하게 보는 것이 폐업 당시의 매출액이다. 권리금 산정액은 권리금 거래가액이나 권리금 감정가액 중에서 낮은 것으로 하도록 되어 있는데 감정가의 핵심은 매출액이다. 매출신고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면 감정가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는다. 임대인이 권리금을 못 받게 훼방을 놔도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소상공인 정책뿐만 아니라 요즘 정부의 국정 전반을 보면 게도 구럭도 다 잃는 느낌을 받는다. 제대로 중심을 잡고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이 눈치 저 눈치 봐서 지지도가 높아지는 경로를 고안하는 식이다. 자영업하시는 분들은 국가 운영만큼이나 눈치를 봐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옳지 못하다. 매출 신고 누락으로 세금 혜택을 보고 나중에 코로나 생존자금이 나올 때는 다시 매출이 좀 있다고 주장하는 식으로 이랬다 저랬다 하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 매출이 좀 있어도 괜찮다. 매입을 더욱 철저하게 타산하고 다양한 지원정책으로 세금 뜯긴 것을 벌충하면 된다. 국가나 자영업이나 결국 정도를 걷는 사람들이 승리한다.

TIP!

폐업 시 권리금을 확보하는 방법은?

1. 제대로 된 권리금 계약을 체결한다. 실제 거래가 된 것이 아니더라도 정상적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이면 된다.

2. 차임을 3개월 이상 연체하지 않고 계약서에 나온 의무를 다 한 세입자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3. 권리금을 못 받게 하려는 임대인의 시도가 있으면 해당 행위를 문서, 촬영, 녹음 등 증거 자료를 확보한다.

4. 임대인이 막무가내로 나오면 기존 계약된 권리금을 주장하면서 최종 담판을 짓는다.

5. 최종 퇴거하면서도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권리금 보호 조항에 따라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keyword
이전 11화코로나 시대 자영업자 생존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