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어찌 무심한지. 코로나19 사태로 올 한 해를 훌쩍 보내도록 하더니 8월부터는 생각지도 못했던 물세례가 이어진다. 19년보다 매출이 절반 정도 줄었다는 분도 있고 그래도 90% 선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다는 분들도 있었지만 기나긴 장마통에 다시 한 번 긴 터널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점포와 주택까지 물에 잠길 정도 최악의 피해를 입은 분들을 제외하고도 그렇다. 휴가는 취소되었고 쇼핑을 하려던 사람도 발길을 돌린다. 반짝 해가 났던 제주도 같은 곳은 조금 숨을 쉬는 것 같지만 또 어디에선가 돌발 상황이 벌어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시름을 불러올 것이다.
그래도 상반기는 각종 보조금으로 버텨왔다. 코로나 신드롬 초기에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개인별 소비쿠폰이 30만원에서 50만원 정도 뿌려졌고 총선 직후에는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씩 전국민에게 뿌려져 그나마 온기를 더했다. 여기까지는 자영업자가 아니더라도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었다. 영세 사업자들은 별도의 보조금이 있었다. 지역별로 자영업 지원금이 없는 곳도 있고 있는 곳도 있어 들쑥날쑥했지만 서울의 경우는 자영업자 생존자금이 70만원씩 2차에 걸쳐 지급되었다. 서울만 특별히 챙겨준다고 자부심에 차 있던 박 시장은 1차와 2차 지급 중간에 유명을 달리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코로나19긴급고용안정지원금이 전국에 살포되었다. 25% 이상 매출액이나 소득이 감소한 경우 지급되는데, 명칭이 자영업자들에게 헷갈리게 붙여진데다가 그 매출감소 증빙이 복잡하여 많은 분들이 혜택을 포기하기도 했다.
그러면 이제 하반기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장사가 안 되는 것은 상반기나 하반기나 매 한가지다. 보조금 같은 것은 이제 더 이상 나올 구멍이 없는 것 같다. 이제 우리 스스로 자구책을 찾아 버티지 않으면 안 된다, 내가 아는 K씨는 어떻게 이 춘궁기를 버텨왔으며 또 앞으로는 어떻게 버틸 것인가? 그의 생존수기를 보면서 우리들도 계획을 세워보면 좋겠다.
먼저 K씨는 독특한 생존 무기를 가지고 있는데 바로 탈세 제보를 해서 상당한 수준의 소득을 확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코로나 이전부터 사업을 하면서 탈세 제보를 꾸준히 해 왔다. 물론 그가 무슨 정의의 사도라거나 세금 문제에 대해 참을 수 없는 심판 본능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K씨 본인이 먼저 세금 문제를 잘못 다루어서 징벌적 과세를 당해본 적이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자신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잘못을 저지르고 있음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차명계좌 문제다. 사업자통장으로 수금을 하면 부가세를 내야 하니 개인 계좌로 수금을 해서 부가세를 감면 받으면 될 것 같다고 믿는 사업자들이 아직도 많다. 헛된 믿음이지만 아직도 이런 것이 가능한 줄 안다. K씨는 물건이나 용역을 구매하면서 이런 요구를 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이들을 국세청에 알려줘서 수입을 얻는다. 국세청이 1천만 원 이상 세입이 발생하면 신고자가 100만원을 상금으로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것을 잘 모르고 간 크게 차명계좌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상금의 1년 한도액은 5천만원이니 이런 케이스를 많이 신고하면 상당한 수입이 된다. 또 하나 본인 명의가 아닌 사업자등록으로 사업을 하는 케이스가 있다. 이런 것도 신고해서 잘못이 밝혀지면 100만원의 상금이 들어온다. 엉뚱한 욕심은 생각보다 빨리 비참한 결말로 이어지는 것이다.
K씨는 지난 달 말에 휴업신고를 했다. 소상공인은 본인이 사업의 주인이기 때문에 직장인들처럼 휴직계 같은 것을 낼 필요가 없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반면 K씨는 세무서에 휴직계를 낸 셈이다. 완전히 사업을 폐지한 것이 아니라 현재 사업을 중단했음을 공시하게 되면 그에 따른 처분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에 K씨는 구로구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코로나 공공근로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5대1의 경쟁률을 뚫었던 것도 바로 휴업신고 덕분이었다. 휴업 중인 소상공인은 꼭 채용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관에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정상 조업 중인 소상공인은 누가 봐도 정상적인 취업을 하기에 부적합해 보인다. 어쨌거나 K씨는 연말까지 최소한의 수입원을 확보했다. 게다가 근무의 난이도도 높지 않은 일자리다.
수 년 전 여름에 K씨가 휴업 제도를 알게 된 것은 교통사고 피해자가 되면서부터였다. 지금 당장 사업장에서 근무를 못하게 되었는데 이를 공공기관이나 제3자가 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제 휴업을 하게 되면 정상적으로 세무관서에 신고를 하는 습관이 생겼고 그 습관 덕분에 코로나 공공근로까지 참여하게 된 것이다.
K씨가 아직 잘 모르고 있는 소상공인 퇴각 경로는 희망리턴패키지와 취업성공패키지라 할 것이다. 우선 폐업 예정하는(그냥 단순 고민 포함) 사업자는 재기교육이라는 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있다. 폐업 이후의 직업 전망을 세울 수 있어서 꽤 유익하다. 온라인으로 한 나절만 집중해서 이수하면 5만원의 용돈도 벌 수 있다. 이 교육을 받으면 나중에 취업을 하는 경우 총 100만원의 전직장려수당을 받을 수 있는 자격도 주어진다. 이 돈을 받지 않고 그냥 취업하는 사람들은 참으로 안타깝다. 이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만 알더라도 그 돈을 포기하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이런 자잘한 지원들을 모아서 희망리턴패키지라는 이름을 붙여 놨다.
또 하나는 고용노동부에서 제공하는 취업성공패키지다. 매출액이 1억5천만 원을 넘지 않는 소상공인은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데 이름 그대로 취업을 할 수 있도록 밀어준다. 좀 마음에 들지 않는 직종으로 보낼 수 있어서 그렇지 꼭 일자리를 얻겠다는 사람은 거의 확실하게 도와준다. 임무를 받은 직업상담사가 전담으로 붙기 때문에 취업성공률은 상당히 높다. 취업이 되어야 그들도 제대로 된 수당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과정을 거치는 것만으로 첫 달 20만원 정도가 주어지고 추후 국비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집중 취업 지도를 받고 실제 취업을 하면 취업성공수당을 받게 된다. 앞서 말한 희망리턴패키지의 전직장려수당 100만원과 별도로 주어지는 것이다. 만약 완전히 폐업하기 전에 이런 과정을 거쳐보고 싶다는 분들이 있다면 그것도 괜찮다. 휴업신고를 해놓고 취업을 하는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할 것이 없다.
이렇게 취업을 하라고 물길을 터놓은 것은 사실이다. 워낙 자영업자들이 어려우니까 월급쟁이를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정부에서는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직장인들이 된다고 해서 형편이 나아진다는 보장은 없다. 최근 보도에서 확인하듯 실업률은 20년래 최고수준이 되었고 임금근로자들이 딛고 설 땅도 점차 좁아지고 있다. 정부에서 창업도 장려하고 취업도 장려하는 셈이다. 그러면 결과는? 창업한 경쟁자가 늘어나 사업자 개인의 이윤은 줄어들고 임금근로자의 경쟁이 치열해져 근로자 개인의 지위는 더욱 불안해진다. 즉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그래도 일단 지원사업이라고 이름 붙여놨으니 이리저리 사람들을 몰고 다니는 것이다. 골대가 정해져서 골을 넣으면 될 것 같지만 취업과 창업의 미로를 걷다보면 도대체 어디로 사람들이 가고 있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
결국 집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생산자본의 주인으로 국민들이 주인으로 우뚝 서지 않으면 이 모든 지원사업과 보조금이라는 것들은 하룻밤의 꿈과 같은 신세다. 중심을 건드리지 않고 장님 코끼리 만지듯 주변부만 조작해봤자 제대로 된 답이 나오기는 어렵지 않을까. 결국 주인다운 주인이 나설 그 날을 기다려 본다.
TIP!
전직장려수당을 받고 취업하는 방법은?
희망리턴패키지 사업정리컨설팅을 수료한다.
희망리턴패키지에 포함된 재기교육을 5시간 수료한다.
5만원을 받는다.
취업성공패키지 1단계를 해서 40만원(+20만원)을 받는다.
실제 취업을 해서 나머지 60만원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