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만나러 간다
떠나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늘 망설이기만 했다. 나와는 맞지 않다고, 나의 길이 아니라 생각했다.
육교 위에 올라 기차기 지나가는 걸 바라만 보았다. 그저 나의 길이 아니라 외면했는지도 모른다.
봄이 지나 여름이 왔다. 봄에는 꼭 만나자고 약속했지. 너를 만날 용기가 없어서 도망치려 했어.
여름에는 너무 덥다며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했지. 이젠 너를 만날 때가 된 걸까.
달랑 가방 하나만 맨 채로 역에 들렀다.
"xxx역 가는 티켓 1장 주세요."
"xxx역 가는 티켓 1장 남았는데, 발권하시겠어요?"
"네. 지금이요! 시간이 얼마나 남았죠?"
"5분정도요."
"네. 지금 떠날게요."
이젠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던 그 곳으로 떠나려 한다.
오늘이 24시간이라면, 이제 내 마지막 선택인지도 모른다.
"안녕하세요. 저는 가을 열차 기장 ***입니다.
여러분 손에 쥔 보물지도를 펼쳐보세요. 드디어 떠납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 빛이 보입니다.
직선으로 쭉 뻗은 철길을 달리기 시작합니다.
초록 잎들 사이로 붉게 물든 단풍이 보이네요.
"기차에 탔으니 내가 원하는 걸 찾기 전까진 내릴 수도 돌아갈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