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아이가 살고 있습니다

임밍아웃

by 쏭유

까칠한 아이가 살고 있습니다



첫째 아들이 두 돌이 지나고, 남편과 올해 동생을 만들어 주자는 계획이 있었다. 청약이 된 곳이 곧 완공이 되는데 7월쯤 이사를 갈 예정이다. 첫째를 가지고 넣은 청약이었는데 집이 지어지는 동안 아들도 건강하게 자랐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아기 둘과 오손도손 살며, 유모차를 밀고다니며 산책하는 순간을 꿈꾸었다.


둘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 규칙적인 생리가 끊기고, 두 달가량 생리를 하지 않았다. 올해 남편과 같이 건강검진을 하러 가자고 약속했다. 큰 일을 앞두고 건강을 체크하는 게 1순위이였다. 남편과는 건강검진 후 둘 다 건강하면 동생을 만들어 주자고 약속했다.


첫째를 낳고 내 몸속에 있던 자궁근종은 자궁내막증으로 자궁이 두꺼워져 있었고, 근종도 두 배정도 커져있었다. 산부인과 진료가 제일 꺼려졌는데, 내 몸에 객관적인 상태를 알아야 했기에 검사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 저 두 달 동안 생리가 없었어요."

" 걱정하지 마세요. 곧 배란이 진행될 거예요."


생리가 없어서 편했지만, 걱정이 되었던 상황인데 희소식이었다.


첫째 때처럼 배태기의 도움을 받았다. 7-8개 정도 썼는데 피크를 알리는 수치에 친정엄마 찬스로 남편 데이트를 했다.


2-3일이 지나고 난 후부터 속이 좋지 않았다. 나는 내부 침입자의 소행이라고 했지만, 임신을 직감했다. 첫째 때는 임신인걸 알고도 6주 차에 가는 여유를 부렸고, 3년에 한 번 받는 평가로 단축근무도 2주밖에 쓰지 못했다.


둘째는 계획만 있었지 아무런 준비도 없었다. 엽산을 먹거나 영양제를 먹고, 식단관리나 이런 것도 없었다. 오히려 더 신경을 쓰지도 못했다. 그런데도 신기한 건 이미 임신한 것처럼 몸이 반응하고 있었다.


데이트 이후 테스트기에 두 줄도 확인하고 3주 차에 몸이 너무 좋지 않아 남편과 병원을 찾았다. 테스트기상 임신이 맞는데 초음파상으로 아무리 보아도 아기집이 보이지 않았다.


"산모님 근종이 있는 건 알고 계시죠"

"네. 건강검진으로 알고 있어요."


나는 임신을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하나둘씩 설명했다. 그러던 차에 저기 위쪽 구석에서 아기집처럼 보이는 것이 있다고 하셨다. 아니면 어쩌나 반신반의했는데 다행이었다.


"아기집이 여기 중앙에 내려와야 되는데 위쪽에 있네요. 아기집이 확인되었으니 임신 확인서는 써드릴 수 있어요. 임신 축하드립니다."


얼떨떨한 마음이었다. 남편은 첫째 때 병원도 와보고 담담하다며 말했었는데, 또 둘째가 막상 생겼다고 하니 기분이 또 다르다고 했다.


우리는 그날 임신 확인서도 받고, 보건소에 가서 임산부등록도 했다. 선물로 주는 배냇저고리를 품에 안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임신한 지 10주가 흘렀다. 나는 매일 배를 타고 있는 것처럼 속이 울렁인다. 배 속에 아기가 있는데 왜 내가 배를 타고 있는 것 같니.


뱃속 아가의 태명은 또롱이다. 초음파 영상을 보려면 태명을 넣어야 하는데 처음엔 또동이었다. 친정엄마가 지어준 이름이었는데, 뜻풀이가 도영이 동생이어서 또동이란다. 마땅히 생각이 안 나 또 동이로 했다가. 아기의 정체성의 문제가 있겠다 싶어서 또롱이로 지었다. 또 롱 또 롱 하게 잘 크라는 뜻! 뱀띠이기도 하고, 눈도 크고 똘똘하게 똑똑하게 잘 커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또롱이는 신기하게도 이미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다. 배를 쓰다듬는데 달걀크기만큼 볼록하게 튀어나와 '나 여기 있소' 방긋 인사하고 스르륵 사라졌다.


둘째 때는 살을 안 찌워야겠다 마음먹었는데 계속되는 입덧으로 2달째 동일한 몸무게다. 앞자리는 똑같고, 소수점만 1-9 사이를 오고 간다.


오감이 열린 것 같다. 어떤 날은 계란 냄새만 맡아도 속이 메스껍고, 어떤 날은 좋아하는 딸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고개를 돌리고 싶게 했다. 손으로 코와 입을 막기도 하고 애써 못 본척했다.


첫째 때는 먹덧이어서 계속 먹었다면, 둘째는 까다롭다. 국이 먹기가 싫고, 냉면 같은 게 당겼다. 하루는 퇴근길에 남편과 저녁을 뭘 먹을지 고민하다 갈비탕에 깍두기가 먹고 싶다고 말했다.

첫째는 국밥으로 키운 아기였는데 둘째는 국물도 싫은가 보다. 갈비탕에 고기나 당면이 느끼했다. 김치만 먹을 뿐.


첫째를 재우며 잠이 들었다. 새벽 3시에 자러 들어온 남편 소리에 잠이 깼다. 새벽 4시. 1시간쯤 있다가 자려는데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입덧으로 당최 잠을 청할 수 없었다. 이불을 박차고 나왔다. 맨 밥이라도 먹어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남편에게 섞박지가 먹고 싶다고 했더니 저녁에 시킨 김치가 새벽 배송으로 왔나 보다. 남편이 먹기 좋게 김치통에 담아 놓은 것이 아닌가.


밥 한 주걱을 덜어 섞박지 2개와 밥을 야무치게 먹었다. 둘째는 고추에, 땡초에, 미니파프리카, 미나리를 좋아한다.


아침에 일어난 남편에게 새벽 5시에 섞박지에 밥 먹은 이야기를 하니 매우 뿌듯해했다. 새벽에 김치도 담아놓느라 힘들었다고 했는데 오히려 맛있게 먹어줘서 고맙다고 했다.


뭘 잘 못 먹어서 안타까워하던 남편도 나와 같이 입덧을 하고 있다. 얼마나 까다롭고 까탈스러운 아기가 태어날까? 고기도 싫어하고, 느끼한 것도 싫어하고. 그럼 뭘 먹고 싶은 거니? 벌써부터 반찬투정 부리면 안 돼. 그럼 국물도 없어.


우린 둘째가 내심 딸이길 기대하고 있다. 첫째와는 또 다른 반전매력인 또롱이는 잘 크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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