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키 작가의 자기 자신을 키우는 이야기
세상이 원하는 대로, 주어진 대로 살아가다 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잊고 살 때가 있다. 남들에게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취미는 무엇인지 물어보면서도 정작 나에게는 질문하지 않았다. 바깥으로 향해져 있는 관심과 시선은 나를 바라보지 못했다.
코로나 시기. 마스크를 쓰기 시작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했다. 외부로 향해져 있던 에너지를 나에게 돌리기 딱 좋은 시기였다. 그리고 물었다. 갈 수 있는 곳도, 즐길 수 있는 것도 제한적이다. 그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너 정말 뭘 하고 싶어? 좋아하는 게 뭐야?’ 하는 질문들을 하게 되었다.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냥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걷는 거야. 산책 말이야’
코로나로 인해 이동이 제한되어 있어 집, 회사만 오가던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아침에 도로가 아닌 그린 레일로 10-15분 정도 산책을 하는 것, 퇴근 후 지하철에서 환승하며 버스를 이용하지 않고, 30여분 집으로 걸어가는 것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산책’을 매일 하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된 ‘1일 1 산책’
코로나 스트레스는 고3 시절의 스트레스만큼 나를 힘들게 했다. 여고시절 친구들과 가끔 야간 자율학습을 빠지고 달려갔던 광안리해수욕장. 거기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바닷가를 보고 걷는 것만으로도 참 좋았다. 갑갑한 교실을 벗어나 파도소리를 들으며 친구들과 속마음을 털어놓았던 것처럼 그때가 그리웠다. 코로나 시기도 그때처럼 갑갑함을 털어내 버리고 싶었다.
산책: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
건강을 위해 천천히 걸어 보기로 했다.
평일 출근길 만나는 산책로는 나를 위한 그린카펫(레드카펫처럼 쫙~ 펼쳐진)이라고 생각했다. 산책로를 걸으면 꽃과 나무들이 바람에 날려 손을 흔들고 반겨주는 느낌이다. 새 지저귀는 소리도 더불어 나를 반겨 준다. 짧은 거리지만 출근하기 싫다는 생각이 잊히도록 여유롭게 걷는 그 길이 나의 에너지를 충전해준다.
퇴근 후 방전된 나는 버스를 탈까 하다가 걷는 것을 선택했다. 버스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닥다닥 붙어서 흔들거리는 버스를 타고 싶지 않았다. 집으로 내려가는 길엔 커다란 UN탑이 보인다. 늘 그 자리에 있는 모형이지만, 퇴근 후 만나는 탑은 ‘오늘도 나에게 수고했어. 집에 가서 편히 쉬어’라고 인사를 해주는 것 같았다. 왠지 위로받는 느낌. 또 오늘 수고한 나를 인정해 주는 느낌이었다.
밀폐된 공간, 카페에 가는 것도 조심스러웠기에 마실 수 있는 음료를 테이크 아웃해서 친구와 걸으며 이야기도 나누고, 잠시 멈춰 앉아 푸르른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부산은 참 좋은 게 어딜 가나 바다와 산을 볼 수 있다. 코로나 시기에 이러한 사실이 참 감사했다. 부산을 떠나지 않고 살고 있는 이유도 바다와 산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산책을 하면서 이야기도 하고, 때로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시선이 가는 대로 산책을 즐겼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즐길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스스로에게 답을 찾았다. 소박하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찾고, 꾸준히 하며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나라는 아이는 산책을 좋아해’
나는 다시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걸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