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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유 Sep 18. 2022

구구단을 외자

구구단을 외자     

네이버 검색: 구구단표


어릴 때 처음부터 뭔가 잘하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있겠지. 처음부터 실수하지 않고 해내는 사람 있을까? 이건 아닐 것이다. 질문을 바꿔보려고 한다. 처음부터 한 번도 안 넘어지고 걸어본 사람이 있을까?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로봇이 아닌 이상 뚜벅뚜벅 처음부터 걷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릴 때 수 백 번 수 천 번 일어나려고 할수록 넘어지고 또 넘어지며 우리는 걸음마를 배웠다. 우리는 반복되는 실수 속에서 성공을 했으니 지금은 넘어지지 않고 잘 걸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어릴 때 먹는 것, 옷 입는 것, 배변훈련까지 다 작은 단계 단계로 쪼개어 연습하고 배워서 지금은 일상생활이 가능한 것이다. 공부는 그럼 어떨까? 물론 처음부터‘영재다. 신동이다’하는 총명한 아이들도 있을 것이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배우고 습득하는 것 처음에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나의 어린시절을 생각해보면, 부모님께서 언니보다 젓가락질을 빨리 했다고 하셨다. 2살 차이가 나는 언니는 포크를 사용했고, 나는 어른들을 쓰는 젓가락을 가지고 놀며 흉내를 냈다고 한다. 물론 처음부터 잘하지는 못했겠지만, 언니는 젓가락질을 안하고 부모님께서 주신 숟가락과 포크를 사용했고, 나는 젓가락질을 하려고 시도했다. 물론 지금도 콩을 집거나 큰 김치를 찢는 것도 젓가락으로 잘한다. 허나 한글도 느리고, 영어 27자 알파벳은 얼마나 외우기가 어려웠는지, o,p,q,r의 무한 굴레에서 나는 매일 틀리고, 울면서 지우고 다시 썼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왜 그렇게 외우기가 어려웠을까. (틀려도 x,y,z 는 당당하게 썼었다.)




 너무너무 공부하기를 싫어하는 한 아이가 있었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며  그림을 그리는 건 너무 재미있고, 그냥 놀고 싶은데 왜 이렇게 공부할게 많은지 모르겠다고 힘들어한다. 공부를 잘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자신이 그리는 그림처럼 공부는 즐겁지 않고, 쉽지 않은 것이다. 아이에게 “너 사실은 공부를 잘하고 싶은데, 잘 안되니까 속상한 거지?”라고 말했다.      


“아니!! 하는데도 잘 안 되잖아요.”

“뭘 잘하고 싶은데 안 되는 거야?”

“구구단이요!! 구구단!!”

“음.. 그래! 그럼 2단 외워 볼까?”

“에이~ 그건 쉽죠.(랩을 하듯이 2단을 순식간에 외워댄다)”

“어? 못한다고 하더니 정말 잘하는데?”

“아니!! 2단은 쉬운데 다르건 헷갈린 다구요!!”     

(아이의 강한 말에서‘잘하고 싶다’는 말이 들려온다.)     

“그럼 나랑 같이 쭉~ 외워볼까?”

“응응! 좋아요.”
 

 아이는 처음에 파이팅이 넘치다 점점 헷갈려하거나 자신감이 없어졌다. 나는 아이에게 “그럼 같이 생활하는 선생님이랑 같이 공부할 수 있게 이야기해줄까?”하니, “그 선생님이랑 하면 너무 힘들어요.”라며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음.. 무슨 차이가 있을까?)     


 나는 아이와 이야기하다가 고민 끝에 “좋아! 선생님이 바빠서 자주 공부하지는 못하지만  너랑 같이 구구단 외워주기 할게. 그 대신 선생님이 스파르타식으로 공부할 거니까 열심히 해야 돼? 알겠지?”

“네네! 좋아요”     




우리의 구구단 놀이는 시작되었다.      

 매일 하지는 못했지만, 재미있게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었고, 하트 포스트잇에 헷갈려하는 것 구구단 공식을 보기 좋게 붙여 주었다. 매일 눈에 띄게 볼 수 있도록 말이다. 아이와 구구단 놀이를 한지 한 달이 지났다.(아이의 구구단 종이는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내가 구구단 놀이를 하러 간 시간이 저녁시간이라 다른 아이들도 같이 있었는데 5살 아이부터 초등학생까지 내 주변을 동그랗게 둘러싸고 앉았다. 무엇인지 잘 모르는 꼬마 아이도 재미있겠다고 사이에 끼어 앉았다.      

“나도요. 나도 구구단 알려주세요. 나도 구구단 할 줄 알아요. 같이해요”라는 말이 들려왔다.      


너희 이제 잘 시간인데 공부를 한다고?”     


이렇게 시작된 구구단 놀이가 구구단 퀴즈가 되고, 구구단 떼창이 되었다.     

 5살 아이는 내 다리 위에 와서 어느덧 자리를 잡았고,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놀이처럼 노래처럼 언니들을 따라 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구구단 놀이를 시작했던 아이는 아직도 헷갈리지만 2단부터 정주행을 하여 현재 8단까지 헷갈리지 않고 외우게 되었다. 이제 마지막 9단이 기다리고 있다. 아이가 포기하지 않고, 헷갈리 더라도 구구단 놀이를 꼭 마스터할 수 있었으면 한다.      

 구구단 떼창을 하던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신도 언니처럼 구구단 표를 뽑아 달라고 한다. 나는 아이들이 어렵고 싫어하는 공부를 할 때마다 공부가 너희를 얼마나 힘들게 할까를 걱정했었는데 공부를 놀이로 바꾸니 이렇게 너 나할 것 없이 하고 싶어 하다니.     



얘들아난 너희가 너무 좋아나랑 놀아줘서 고마워     


아이들은 처음부터 공부를 싫어하지 않았다. 남들은 잘하는데 나는 못하니까 비교하게 되고, 딱딱한 책상 앞에 앉아 딱딱한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공부하는 것이 어려울 뿐. 공부를 하면서 틀리고 못한다는 피드백과 틀리면 혼나는 것 때문에 아이들이 점점 더 주눅이 들고 공부를 싫어하게 된다. 또한 아이들은 공부가 싫은 것이 아니라 공부하는 방식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다. 공부로, 딱딱하고 재미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느냐, 공부를 쉬운 놀이로 받아들이느냐가 아이들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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