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정 Feb 20. 2021

1월 눈이 많이 왔던 날



다시 또 눈이 내렸다. 엄마는 미끄러울 것을 걱정하며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라고 했지만 왠지 모를 자신감이 들어서 차를 몰고 나갔다. 천천히 가면 다 괜찮다.


집 근처 소방서 앞에서 소방관들이 한창 제설작업을 하고 있었다. 건너편 공영주차장도 제설작업 중이었는데 아마도 시청 공무원들이었을 것이다. 올해는 운이 좋아서 제설을 피했는데, 이번에 발령나고 눈이 또 오면 그땐 나도 해야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제설은 정말 하기 귀찮은 일 중에 하나다. 왠지 이직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생각보다 운전을 잘했고 도로도 깨끗했고 덕분에 사십분이나 일찍 회사에 도착해버렸다. 일찍 온 김에 사내게시판을 뒤져서 경과시험 자료들을 다운 받았다. 자료들을 들고 서있으니 뭔가 활력이 도는 느낌이 들었다. 기동대 발령받고 1년 간 무료하게 보냈는데 진작 뭐라도 좀 할 걸이라는 후회도 좀 했다. 그래도 잘 놀았으니 만족한다. 앞으로 잘하면 되지. 인생 길다.


엄마가 눈사람 사진들을 보냈다. 아파트 단지들 사이에 공원이 하나 있는데 사람들이 눈사람 만드는 걸 내려다보다가 산책 겸 구경 나온 모양이었다. 동네 애기들이 눈사람 만드는 게 귀엽다며 형한테 아기 얘기를 슬쩍 꺼냈다. 형은 딸이 낳고싶다고 했다. 나도 그렇다.


날씨가 따듯해서 눈이 금방 녹을 것 같다. 이쁘게 내리고더럽게 남겠지만 금방 사라진다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또 내리진 말아라.

작가의 이전글 글을 쓰면 우울한 기분이 드는 날들이 있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