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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Feb 20. 2021

조금은 단순해진 기분이 든다.


명확한 생각은 단문으로 빠르게 메모하고, 명확하지 않고 떠도는 생각들은 잡생각이라 보고 빠르게 전환시킨다. 요새 내 휴대폰으로 가장 많이 하는 일은 메모하는 일이고, 내 머릿 속에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진정하는 일이다. 이때도 역시 호흡과 명상이 많은 도움이 된다. 


내가 정의하기에 나는 질문을 처리하는 방식이 바뀌었다. 나는 항상 질문으로 머리가 가득차있었다. 이런 질문들은 보통 답이 정해지지 않은, 결론이 나지 않는 걱정들과 사유들이었다. 예전엔 이런 것들이 철학적이라 생각했고 이런 정신적인 활동이 나를 키우고 또 어떤 글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해서 이에 더욱 집착했다. 그런 것들에 관해 써야지만 멋진 글이라고 생각했던 허영도 한 몫 했다. 이제는 관망한다. 질문이 정확히 뭔지도 모르겠는 이런 질문들은 결국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내 정신적 에너지를 갉아먹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그동안 이런 이유로 우울했고 무언갈 포기했으며 도망치거나 무너져내리기를 반복했다. 


이젠 답이 없는 고민에 답을 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며 통제불가능함을 인정하고 관망한다. 그렇게 결정된 일에 후회하거나 걱정하지 않으며 아직 결정되지 않은 일 또한 걱정하지 않는다. 다만 사태를 관망한다. 그리고 마침내 무언가 결정되고 문제가 주어졌을 때 그에 대한 해결책만을 고민한다. 내가 할 일은 해결하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일이다. 내 정신은 이런 매커니즘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역시나 명상이 큰 도움이 됐다.


질문을 처리하는 방식을 바꾸고 난 후에 나는 오히려 더욱더 총명해졌으며 깨끗한 시야와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이걸 나는 비생산적인 허세꾼에서 생산적인 똑똑이로 바뀌었다고 표현한다. 내 일상을 채우는 ‘생활력’이라는 단어처럼 난 좀 더 나아지고 있다. 좀더 생활력있고 현실감있게 살아가는 것. 나의 목표에서 다시금 생각을 정리하고 정신을 갉아먹는 사유에서 탈피하려고 항상 노력한다. 여전히 늪에 빠져드는 순간들이 남아있다. 다만 이젠 해결책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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