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출근하는 날
왠지 잘 자고 일어난 아침, 아직 잠들어 있는 너를 보니 어젯밤 너의 귀여운 표정이 생각나 역시나 괴롭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너를 깨우면 너는 어제와 같은 표정일까. 덥수룩한 머리와 잠에서 덜 깬 눈으로 우리 같이 잠시 아침 멍을 때리자.
너는 채널 5번 좋아하는 아침방송을 틀어놓고 번쩍이며 출근 준비를 했어. 혼자 분주한 너를 눈으로 쫓아다니다가 나는 이런 상상을 했어. 이렇게 같이 늙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떨까. 그러다 너와 잠깐 눈을 마주쳤지. 맞아 그게 너가 부러울 때 나오는 표정이지.
이렇게 항상 각색 없는 하루이길,
재량 없는 일상을 반복하며 어쩔 수 없이 행복하기를.
곧 너가 출근하고 내가 남은 집, 어제 먹고 치우지 않은 식탁을 정리하고, 며칠째 쌓인 설거지를 마침내 해결했어. 기세를 몰아 너의 말대로 ‘색깔’과 ‘안 색깔’을 구분해 빨래를 돌리고, 문득 눈에 들어온 두 개의 칫솔에 괜히 기분이 묘해졌어.
이 어설픈 행복에 난 벌써부터 짜릿해. 너가 퇴근하길 기다리는 시간, 무슨 짓을 해야 이 시간이 빨리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