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이 나고, 하기가 싫어도
다들 감당하면서 산다니까, 나도 그래야지. 만성적인 역류성 식도염 때문에 가끔 가슴이 시리는데 그래도 견딜만 해. 빌어먹을 불면증에 이젠 약을 먹어야겠다 싶었는데 요새는 또 괜찮네. 견딜만 해 아직.
요즘 제일 무서운 건 늙는다는 거야. 늙는 게 무서워지기 시작했어. 늙으면 다 의미 없다는 게 무슨 말인지 조금은 이해하게 됐는데, 뭐 그렇다고 마땅히 뾰족한 수는 없네.
결국 남는 건 가족과 돈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돈 잘 모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챙겨야지. 그래도 불안한 건 여전하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너무 늙어버렸을 때의 나를 상상하며 지금 내가 어떻게 살아야 그때의 내가 후회하지 않을까 걱정하곤 해.
내가 놓치는 것이 있을까 봐,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하는 걸까 봐 이제는 쉽게 뭔가를 결정하지도 못해. 너무 겁이 많은 어른으로 자라 버린 것 같아.
‘그래도 계속해야지. 하는 데까지 해봐야지. 조금만 해보자, 조금만.’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나 싶을 때면 이런 말로 겨우 마음을 다 잡으려고 노력해. 아직은 그래도 뭔가 해보고 싶나 봐. 그게 어떤 결과일지 겁이 날 뿐이지. 그래서 최대한 가벼운 마음으로 내일을 맞이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야. 언젠가 뭔가 되어있겠지. 그래도 어느 날은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서 침대에 누워 자괴하기만도 해. 그렇게 다들 매일을 감당하며 살아가겠지. 버티는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