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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Mar 17. 2023

다들 감당하며 산다더라

겁이 나고, 하기가 싫어도


다들 감당하면서 산다니까, 나도 그래야지. 만성적인 역류성 식도염 때문에 가끔 가슴이 시리는데 그래도 견딜만 해. 빌어먹을 불면증에 이젠 약을 먹어야겠다 싶었는데 요새는 또 괜찮네. 견딜만 해 아직.


요즘 제일 무서운 건 늙는다는 거야. 늙는 게 무서워지기 시작했어. 늙으면 다 의미 없다는 게 무슨 말인지 조금은 이해하게 됐는데, 뭐 그렇다고 마땅히 뾰족한 수는 없네.


결국 남는 건 가족과 돈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돈 잘 모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챙겨야지. 그래도 불안한 건 여전하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너무 늙어버렸을 때의 나를 상상하며 지금 내가 어떻게 살아야 그때의 내가 후회하지 않을까 걱정하곤 해.


내가 놓치는 것이 있을까 봐,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하는 걸까 봐 이제는 쉽게 뭔가를 결정하지도 못해. 너무 겁이 많은 어른으로 자라 버린 것 같아.


‘그래도 계속해야지. 하는 데까지 해봐야지. 조금만 해보자, 조금만.’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나 싶을 때면 이런 말로 겨우 마음을 다 잡으려고 노력해. 아직은 그래도 뭔가 해보고 싶나 봐. 그게 어떤 결과일지 겁이 날 뿐이지. 그래서 최대한 가벼운 마음으로 내일을 맞이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야. 언젠가 뭔가 되어있겠지. 그래도 어느 날은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서 침대에 누워 자괴하기만도 해. 그렇게 다들 매일을 감당하며 살아가겠지. 버티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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