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읽고 쓴다

갑남을녀 통신

소문의 힘

by 누가

우리는 모두 파는 존재다. 먹고 살기 위해 필연적으로 ‘팔이’에 동참한다. 물건, 생각, 시간, 그리고 자기 자신까지. 각자 팔 수 있는 것을 팔며 날마다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 애쓴다. 생존의 문제이니 모두가 잘 팔면 좋을 텐데, 애석하게도 대부분은 못 파는 쪽이다. 그저 운이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운의 탓으로 돌리며 손 놓고 있지는 말자. 운이 나를 찾지 않으면 내가 낚으러 가면 그만이다. 마케팅학 교수 조나 버거가 그의 저서 《컨테이저스》에서 이르길, 이것만 잘하면 누구라도 자기 상품을 유행의 중심에 세울 수 있다고 하니 우리 같은 갑남을녀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단히 어려운 것도 아니다. 소문의 등에 태우면 된다. 조나버거는 콘텐츠가 소문을 통해 전염된다고 하며 전염성을 결정짓는 여섯 가지 원칙을 함께 알려준다.




원칙 1: 소셜 화폐

화폐는 상품을 사는 도구이고, 소셜 화폐는 좋은 이미지를 사는 도구이다. 이 소셜 화폐를 만들어내는 방법은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비범성을 강조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게임 메커닉스를 확용하는 것, 세 번째는 고객에게 인사이더라는 소속감을 심어주는 것이다.

나는 빡독에 함께 했으면 하는 지인에게 내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독서하는 사람’이란 이미지는 긍정적인 것이니 말을 꺼내서 밑질 것이 없다는 점이 무의식중에 작용했을 것이다. 성장 욕구가 있는 사람에게 들려 주었으니 이것은 타겟이 확실하다. 그리고 빡독은 꽤 비범한 특징이 있는데, 이 행사에 가서 책을 읽으면, 평소에 읽기 싫었던 책 한 권이 몇 시간 안에 뚝딱이다. 포커스 앱을 켜고 하면 내 의지를 시험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 같기도 하다. 갈수록 경쟁률이 높아져서 100여명 안에 드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런데 너랑 나는 메인 행사장에는 못 들어가도 근처의 빈 강의실에서 환경 설정 정도는 가능하다. 성장에 대한 의지가 넘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힘이 난다. 구구절절 진심을 담은 경험담에 결국 그 동료는 5월 빡독을 함께 하기로 했다.



원칙 2: 계기

얼핏 착각하기 쉽지만 흥미, 기발함, 놀라움이 입소문의 핵심은 아니다. 잘 팔려면 왠지 누구도 따라 쓸 수 없는 명문장으로 홍보를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행동을 유발하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 그것이 자주 눈에 띄는 것이라면 효과가 더 크다.

구내식당 이용객들의 채소 섭취량을 늘리는 것이 목표라면 건강 운운하는 것보다 식판에 채소를 더 담으라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게 더 효과가 좋다. 병원 직원들이 손을 더 열심히 소독하도록 하는 키워드도 ‘의료진 여러분의 건강’이 아니다. ‘환자, 감염’처럼 의료진 입장에서 직접적으로 위험성이 느껴지는 것이나 시선을 돌리는 족족 눈에 띄는 대상이다. 같은 맥락으로 빡독의 빡세게 독서하자는 문구는 다소 거칠고 직접적이지만, 마음의 양식 운운하는 고상한 문장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독서하게 하는 힘이 있다.



원칙 3: 감성의 법칙

전염성이 강한 소문은 각성 상태가 높은 감정을 유발한다. 긍정적인 감정에는 경외심, 흥분, 즐거움이 있고 부정적인 감정에는 분노나 불안이 있다. 아주 쉽게 바꾸면 빵 터지게 하거나 화내게 하라는 얘기일 것이다.

빡독에는 일반인 스피치 시간이 있다. 사람들은 다이어트 성공기, 암을 극복한 이야기, 지난날의 과오를 거울삼아 후회하지 않고 살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를 한다. ‘제가 이러이러한 노력 끝에 이것을 해냈습니다, 여러분!’하면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박수를 친다. 그 감정과 분위기를 공유한 사람들 중 누군가의 가슴에는 나도 해내겠다는 불씨가 당겨질 수도 있다. 빡독의 일반인 스피치는 자기 자랑하라고 주어진 시간이 아니다. 나 같은 사람, 나보다 못한 처지에 있었던 사람이 결국에는 잘되는 이야기를 들려주어 목표를 이루는 사람들이 아주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렇게 아주 남의 얘기 같지 않은 것들은 듣는 이를 더 많이 동화시킨다. 다만, 슬픔은 공유하지 않아야 한다.



원칙 4: 대중성의 원칙

인간은 관찰할 수 있는 행동만 모방한다고 한다. 그러니 드러내라는 것이다. 어느 여름에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보며 기부 참 요란하게 한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건 요즘 말로 '응 그건 니 생각'이다. 나의 기부가 다른 사람에게 보여 질 때 더 많은 참여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그리고 화제성이 좋다는 점에서 스타들이 제 몸에 얼음을 쏟아 붓는 영상은 아주 좋은 기부 홍보 수단이었다. 빡독도 그렇다. 행사는 촬영되고 유튜브에 공유된다. 만약 현장의 100인끼리 서로 어깨 두드리고 박수쳐 주며 끝내는 행사였다면 빡독이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겠는가. 그런 맥락에서 씽큐베이션도 조금 더 가시화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다만 대중성의 원칙에는 주의할 점이 있다. 만약 어떤 행동을 하지 않게 하려는 의도라면 무턱대고 가시화를 하면 안 된다. 오히려 교묘히 감출 필요가 있다. 가시화는 곧 모방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청소년 마약 금지 캠페인이 우리 아이를 옆지아이와 함께 마약 중독자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원칙 5: 실용적 가치의 법칙

정보 공유는 상대방에 대한 관심을 표현한다. 관심을 표현하려고 쓸모없는 얘기를 전하지는 않는다. 아는 사람끼리 신뢰를 바탕으로 정보를 공유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억 소리 나는 광고를 제작하는 것보다 갑남을녀 100명을 공략해 소문을 퍼뜨리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심지어 정보 전달자들은 자기 타겟의 취향을 거의 완벽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때 사람들은 믿을만한 정보임을 강조하며 수치를 알려 주기도 한다.

수치가 정보로 제시되면 어쩐지 믿음이 더 가곤 한다. 하지만 재미있는 점은 판매자 입장에서 어떤 숫자를 제시할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곧잘 거기 속아 넘어간다는 것이다. 인간이 항상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최적의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어디 가서 이 정도 되는 물건을 사려면 100달러는 지불하서야 합니다.’라고 한 뒤 ‘그런데 저희는 오늘 이걸 39.99달러에 드려요!’라고 하면 판매가가 저렴하게 느껴진다. 정가가 저가이면 할인율을 표시하고, 고가이면 차액을 함께 적는 방식도 구매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방법이다. 딱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니 판매자 입장에서는 죄의식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구매자라면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주로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대형 마트에서 이런 교묘한 장치를 사용한다. 홈쇼핑을 보다 ‘어머 저건 사야 해!’라고 외치며 구매 버튼을 누르려는 엄마의 손을 일단 잡자. 그리고 저런 류의 바지가 정말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참조점에 해당하는 금액인지, 할인이 어마어마하게 된 게 맞는지 따져 드려 보자.



원칙 6은 당신이 《컨테이저스》를 직접 읽고 알아내기를 바란다.




표지에 자기를 실은 생각은 왜 한 걸까?




#씽큐베이션#대교#체인지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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