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바르게 써야 하는 이유
알파벳의 초기 기록 형태 중 스크립투라 콘티누아Scriptura Contiuna라고 불리는 것이 있다. 단어 사이를 띄지 않는 방식이기 때문에 의미를 파악하려면 인지적 부담이 따랐다. 이후 띄어쓰기 규칙이 생기면서 글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한결 수월해졌고, 이것은 깊이 읽기를 가능하게 했다. 글을 깊이 읽는 행위는 읽는 사람의 사고를 확장시키고 지적 활동을 하게 한다. 띄어쓰기라는 장치가 소통의 효율을 높이면서 지적 활동의 확대까지 연결된 것이다.
언어를 바르게 사용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도 정보 교환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의미를 해석하는 데 엉뚱한 에너지를 쏟으면 같은 시간 안에 교환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적어지게 마련이다. 이를 방지하려면 작가는 독자의 인지 부담이 적은 문장을 써야 한다. 인지 부담이 적은 문장은 의미가 명확한 문장이며, 의미를 명확히 하려면 언어 규범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각자 정보 수신자인 동시에 송신자이기 때문에 이 규범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나의 오답 노트
바르게 쓰인 문장이라고 해도 이따금 의미를 완벽하게 전달하지 못할 때가 있다. 하물며 잘못 쓰인 문장은 어떠하겠는가. 저자는 잘못된 한국어 사용이 문장의 의미를 훼손시키는 것을 넘어 한국어의 기능을 위축시키고 지적 발전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걱정한다.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는 한국어 어법에 초점을 맞춰 글쓰기에서 자주 발견되는 한국어 사용의 오류를 제시하고 바로 잡는다.
부끄럽지만 나는 주어와 주제어의 차이, 조사 ‘은’과 ‘는’이 가진 권위를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다고 느끼는 대로 써 왔던 말들인데, 여기에 체계성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니 되려 글쓰기가 조심스럽다. 눈을 깜빡이거나 침 삼키는 것을 인지한 뒤에 문득 그 행동을 어색하게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주제어에는 조사 ‘은’, ‘는’을 쓴다는 것, 주제어의 술어는 항상 새로운 정보여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겠다. 또, 조사 ‘에’와 ‘에서’를 혼용해서 사용하곤 해 왔음을 고백한다. ‘어디 어디에 내린다.’와 ‘어디 어디에서 내린다.’ 중 전자를 써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이유를 알지 못했다. 이 책에서는 ‘에서’가 어떤 장소로부터의 출발과 분리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명확히 가르쳐준다.
불편함
새로 알게 된 점이 있는가 하면 몇 가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한글 맞춤법 총칙 제33항에서 ‘체언과 조사가 어울려 줄어지는 경우에는 준 대로 적는다.’라고 했는데 작가는 웬만하면 본 모양을 밝혀 쓸 것을 권하고 있다. 그래야 하는 이유를 ‘품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말과 글도 경제성을 따져 봐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저자가 제시한 몇 가지 예들은 살짝 눈감아 주어도 좋을만한 것들이었다고 생각한다. 또, 유시민 작가가 되도록 논리적 글쓰기에 사용하지 말라고 했던 영어의 대과거 번역투 ‘했었었다’는 한국어 과거 시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형태라고 하니 어느 것이 더 나은 글쓰기 형태인지 모르겠어서 혼란스럽다.
그밖에 몰입을 방해하는 사소한 문제도 있었다. 몇몇 예문이 오래된 글에서 발췌된 탓에 한자어나 이제는 잘 쓰지 않는 말들이 쓰였고, 오류를 인지하는 것보다 글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 먼저여서 곤혹스러웠다. 마지막으로 정보성 글에서 문학 작품을 예로 든 것도 썩 좋지만은 않았다. 문학작품에는 모밀꽃이든 메밀꽃이든 쓰인 그대로의 모습이 유지되는 것이 맞고, 읽는 사람이 표준어로 바르게 인지하고 이해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책임
나의 세대는 문자나 인터넷 글쓰기가 익숙한 세대이다. 글쓰기는 더 이상 지식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140자 안에 메시지를 담아야 하는 글쓰기, 이목을 끌어 모아 상품을 팔아야 하는 SNS 글쓰기가 오늘날 글쓰기의 초상이다. 글쓰기가 모두의 것이 되는 동안 글 한 편 한 편이 지닌 무게는 더없이 가벼워졌고, 재미를 추구한다는 이유로 모국어를 방만하게 사용하는 행태를 여기저기서 발견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게 되었다. 말과 글이 퍼지는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 이런 때일수록 정신을 더욱 바짝 차리고 우리말을 바르게 쓰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다. 저자가 말했듯 기존 지식을 배우고 새로운 지식을 전달하는 가장 기초적인 연장이 언어이고, 무디고 거친 연장으로 설계한 미래는 불완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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