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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제 Oct 05. 2023

- 미인점 -

나를 매료시킨 코의 점


우리 집 고양이 은단이는 못난이다. 하얗고 매끈한 가래떡 같은 무결점 털결을 가졌지만, 싸가지 없는 눈매와 민둥한 눈두덩이를 보면, 눈썹을 밀어놓은 못생긴 여자 같다. 게다가 성격도 까칠해서 쓰다듬으면 물고 자다가 건드렸다고 물고 그저 옆에 있다고 물어댄다. 친정엄마와 시어머니는 고양이 중 은단이가 제일 예쁘다고 했지만, 꼬랑한 눈매에 성격을 그대로 담은 은단이가 가장 예쁘다는 말에 우리 가족들은 공감할 수 없었다.

눈곱인지 까만 부스러기 따위를 눈 옆에 달고 있는 은단이를 보며 딸이 “은단이 미인점 생겼네.” 하고 말했을 때, 나는 적극적으로 딸의 말을 부정하고 싶었다. 은단이에게 미인점이라니 어울리지 않아. 마침 위치를 보아하니 미인점보다는 눈물점에 가까웠다.


“저건 미인점이 아니라 눈물점이야.”


“눈물점이 뭔데?”


눈물이 흐르는 자리에 생긴 점을 눈물점이라 했다. 나 어릴 때 어른들이 그 자리에 점이 있으면 울 일이 많이 생겨 안 좋다고 그랬다. 내가 생각하기에 꼭 그래서라기보단 우리나라 정서상 얼굴에 점이 있는 걸 좋아하진 않아서 그렇게 말했던 듯싶다. 하얗고 깨끗한 얼굴을 선호하고 주근깨나 점이 있으면 지저분해 보인다고 하니까. 나 역시도 눈 주변에 눈물점 있었다. 왼쪽 눈 아래 눈의 시작점과 끝에 그리고 한가운데 이렇게 세 개. 화장을 할 때 일부러 강조해서 더 점을 진하게 그려 넣을 정도로 나는 그 점들을 꽤 마음에 들어 했었다. 그렇지만 남편 점 뺄 때 따라가서 그 점들을 모두 없앴다. 병원 오픈 기념으로 얼굴 전체의 점을 한 번에 빼면 할인해 준다기에 그만. 눈물점들은 사라졌지만 그렇다고 바뀐 건 별 거 없었다.


“코나 볼 같은데 있는 점이 얼굴을 확 살려줄 때 미인점이라고 그래.”


눈물점을 설명해 주고 이어서 미인점을 설명해 줬다.


“나미를 봐봐. 코에 저런 점이 미인점이야. 그런 의미로 우리 나미는 엄청난 미인이지.”


9년 전 나를 한눈에 반하게 했던 코의 커다란 음표점. 당시 나미의 임시보호자는 코의 커다란 까만 점 때문에 인기가 없을까 봐 걱정된다며 임시보호 요청글을 사진과 함께 올렸는데, 나는 그 사진을 보고 홀랑 반해서 임보를 자청했다. 그렇게 온 나미는 한 달도 안돼 우리 가족이 됐고. 나는 고양이의 코에 점이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긴 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나미의 코점이 가장 독특하고 매력적이게 보였다. 보면 볼수록 나를 감탄하게 하는 예쁜 점.

나미가 사람이라면 코에 미인점을 단 정말 예쁜 여자였을 거다. 은단이의 눈물점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기승전결 나미의 미모를 찬양하며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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