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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ine Jul 09. 2016

안녕 사랑, 다시 내게 온걸 환영해

  어깨가 맞닿는 것으로 볼이 달아오르던 시간을 지나고, 이제는 내 앞에서 윗도리를 갈아입는 그의 맨 등이 편하게 느껴진다. 걸을때면 그의 긴 손가락을 주먹 가득 쥐는 일이 당연해졌다. 그에게 메세지를 남기지 않고 잠에 드는 밤도 꽤 늘었다. 그는 나의 민낯에 대고 더 이상 예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드디어 익숙해진 것이다.


  시그럽던 열매가 자뭇 달아지듯 우리 연애의 농도 역시 짙어졌다. 우리는 닿아있는 시간만큼 편안해지고, 깊어지고, 더 많이 공유하게 되었다. 감정이 가슴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사랑한다는 말을 벌써 해도 될까 계산하던 시간을 지나 우리의 연애는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나는 나를 다시 찾아 온 사랑이라는 감정에 새롭게 행복해진다.


  직설적인 나는 그에게 모두 표현한다. 내 안에 넘실거리는 사랑이 얼만큼이나 차 있는지 눈빛으로, 행동으로 모두 그에게 알려준다. 그는 슬픈 영화를 보면 내 곁에서도 눈물 흘릴 줄 아는 사람이다. 그 역시 내게 자신의 사랑을 드러내는 방법을 알았다. 그로 인해 나는 많이 사랑받고 있음을 드디어 깨닫는 연애를 하게 됐다.


  종종 우리는 우리가 너무나 운명적이라는 것에 대해 말하곤 한다. 우리의 처음이 얼마나 로맨틱 했는지, 그래서 얼마나 지연스럽게 서로에게 빠지게 되었는지 그 기억을 상기시킨다. 그 얘기를 할때면 서로의 허리를 안거나, 손깍지를 끼며 지금 우리를 이끌어 준 순간들을 만끽한다. 설렘에 도취했던 눈동자가 선명하게 기억난다고. 그때 처음 맡았던 너의 냄새가 참 매력적이었다고. 웃으며, 입맞추며, 끌어안으며 끝없이 말한다. 대화는 멈추지 않는다. 말이 멎는 건 단지 입을 맞추는 시간 뿐이었다.


  이제는 우리가 정말 사랑을 하는구나. 깨닫는다. 우리가 만나는 것이 연애가 아닌 사랑이라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무살의 어느 날처럼 우리는 영원, 운명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사랑을 말한다. 다시 오지 않을 오늘 동안에도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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