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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ine Jan 27. 2017

너를 사랑하는 조용한 소리로

  나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지, 나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나를 사랑하는 당신의 눈빛은 때론 나의 모두를 관철하는 듯, 이해하는 듯 포근한 온도를 하고 있으니까.


  한 음식을 오래 먹지 못하는 짧은 입에 대해, 때 없이 내뱉는 사랑고백에 대해, 그 무게에 대해, 쑥스러운 민낯에 대해, 손톱을 자르는 주기와 아침 잠을 가끔은 이기지 못하는 때와 늦은 밤 전화를 끊고 싶지 않아하는 때에 대해서, 결국 당신의 집으로 달려가는 숨에 대해, 밤새 끊지 않아도 되는 대화를 나누며 잠 중 뒤척일때마다 나를 다시 재우는 몽롱한 손길을 따라 다시 잠드는 등에 대해서.


  나를 이해하는 만큼 애틋하게 짙어진 당신의 농도를, 당신은 알고 있지 못하는 듯 하다. 내가 모르고 있는 것 처럼.


  때때로 다투고 돌아오는 길, 먼저 전화를 걸지 않는 나의 자존심은 당신의 연락을 그저 곁눈질로 지켜 본다. 화해의 방도를 모르고 주저하는 당신은, 당신의 집으로 가 닿아 초인종을 누르는 나를 조용히 품에 안는다. 우리는 그렇게 우리의 방식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4계절을 채워가는 우리의 연애는 어쩌면 절정을 지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도 문득 사랑으로 가슴이 벅차오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당신에게 고백한다.


  - 사랑해.


  처음 당신에게 내가 먼저 사랑을 털어 놓았을 때 그 표정처럼, 설렘을 이기지 못하는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때로는 웃음기 없이 퍽 무거운 표정으로 당신은 대답한다.


  - 내가 더. 내가 먼저.


  아닌데, 내가 더 많이 좋아하는데. 그리고 내가 먼저 좋아했던 것 같은데. 나는 목소리 대신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그에게 말한다.


  내 지난 연애는 이렇지 못했다. 내가 더 사랑하고 있음이 두려웠다. 나의 사람이, 나보다 먼저 마음 정리를 끝내고 돌아설까봐 두려웠다. 나에게 더 많은 이 감정을 그 사람이 알까봐 그래서 오만하고, 때로는 부담을 느낄까봐 나는 감정을 숨겼다. 그럼에도 사랑한다는 말이 듣고 싶었다. 무뚝뚝한 그의 태도로는 느낄 수가 없으니까, 가끔의 표정으로는 모자랐으니까. 그 사람이 사랑한다는 말을 아낄때면 서러워질 정도로 그랬다.


  이제서야 깨닫는다. 내가 그 사람을 훨씬 좋아해서 상대적으로 그의 것이 작았던 순간들을.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내 것이 너무 커서 그의 것이 보이지 않았던 연애였음을.


  지금의 나는 하루마다 당신을 더 좋아했다가, 그렇지 않다가를 번복하며 사랑의 크기를 키워나가고 있다. 나 못지 않게 나를 사랑하는 당신의 마음이 느껴져서 굳이 사랑한다는 말을 조르지 않는다. 추운 날 거리에서도 굳이 손을 잡는 옆 얼굴이, 내 찬 손을 덥혀주기 위해 내 오른쪽과 왼쪽을 번갈아 서는 어깨가, 내가 여전히 소중한 눈동자가. 내게 끝없이 말한다. 너를 사랑해. 그래서 직전의 연애보다는 말로 함이 줄어들었으나, 마음은 그 메시지로 가득하다.


  우리가 과거형이 될 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그리고 그 언제가 멀지 않을 수 있음을 이제는 알지만. 나는 이미 지나 온 과거를 통해 더욱 건강하게 당신을 사랑한다.


  한 살 더 먹은, 그럼에도 내 앞에서는 여전히 어린 얼굴로 숨기지 않고 투정하는 당신의 이 순간을 나는 벅차게 사랑한다.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도 알려주기 위해서, 눈으로 코로 품으로 귀로 손바닥으로 손가락으로 말한다. 더욱 충만하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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