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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ine Feb 21. 2016

흔한 사랑을 했다

정말 끝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귀가하는 길. 나는 집이 가까워질수록 묘한 허기짐을 느꼈다.


‘혼자’가 되었다는 것이 점차 실감이 난 탓이었다.


잠시의 공허함도 견딜 수가 없어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눈물이 흘렀다.


친구에게 다짜고짜 말해달라고 했다.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그리고 이 이별이 얼마나 대수롭지 않은 일인지 나를 설득해달라고 했었다.


이 사랑이 끝나버려도 살 수 있다고, 많이 힘들지 않을 거라고. 그간 나의 연애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던 친구는 기꺼이 답이 정해진 대답을 해주었다.


그 날은 휴대전화도 꺼둔 채로 방 안에 콕 틀어박혀서 남은 하루를 소진했다.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다가를 반복하는 동안 면역이라도 생긴건지 나는 잠을 잤고, 다음날 아침밥을 잘 씹어 삼켰다.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계속 마음은 불안한 상태를 유지했다.


일상은 평화롭게 흘렀다. 나는 술을 마시지도 않고, 추억을 곱씹으며 밤새 울지도 않으며 일상생활을 했다.


다만 한 가지 습관이 생겼다.


이별한 다음날, 이별 직후, 이별, 남자친구와 헤어짐...


이별로부터 파생된 수많은 단어들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보고, 이별을 지나고 있는 이들의 글을 찾아 읽으며 위안을 얻는 것이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지금 이순간에도 이별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자면, 문득 뜨거워졌던 마음도 가라앉았다.


참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상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끝난 관계를 애도하고 있었다.


며칠에 한 끼를 간신히 먹는 사람도 있었고, 하루에 1킬로그램씩 빠지거나 찌고 있다는 사람도 있었다. 잠을 한숨도 자지 못해서 신경정신과를 찾는 사람도 있고, 매일 매일 제 손목을 긋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도 있다.


그 많은 사람들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현실에서는 그렇게 두텁고 차가운 가면을 쓴 채로,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다는 이들의 존재가 나와 멀지 않게 느껴졌다.


그러다보니 정보의 바다는 다양한 곳으로 나를 데려다주었다.


전남친과 재회하는 법.     

헤어진 연인과 재회.     

재회 후 결혼.     

재회하기 100일 프로젝트(유료).


이별에 허덕이는 또다른 유형의 사람들. 그들은 시간이며 에너지, 심지어 돈까지 지불하면서 그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연애 컨설턴트, 재회 전문가 등 새로운 직업을 가진 타인에게 기대면서.


온라인상의 그들은 모두 죽는 소리를 하며 자신을 구원해주길 간절히 빌었다.


나에겐 그 광경이 오묘하고도 씁쓸하게 느껴졌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랑을 하고, 이별을 했는데 사실 이게 너무나도 흔한 것이었다.


참 흔한 사랑을 했었다. 사랑이 모두 끝나버린 지금에서도 왜 끝끝내 그 사실만은 부정하고 싶었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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