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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안키친 Jan 12. 2022

엄마, 안하면 안될까?

열살, 아이와 소통이 안되기 시작했다.


 아이가 열살 생일을 맞은날의 일화입니다.
부끄럽지만 처음 ‘엄마라는 자리를 물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같습니다. 그리고 햇수로 2년이 
지난 아직까지 훈육이라는 산에 오르다가 고비를 
만날 때면, 슬그머니 같은 생각이 들어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매거진에서 글을 통해 엄마의 고민과 좌절, 그럼에도 그만둘  없는 노력과 성장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내가 진짜 못되고 나쁜걸까?


어제 저녁밥을 차리고 혼자 앉아

목놓아 울었다. 그것도 큰 아이의 생일에.


누군가 봤다면

무지 혼이 났을 광경이겠지.


한시간 전으로 플래시 백 하자면..


평소보다 신경쓴 밥상을

평소보다 조금 일찍 차리고 있었다.

퇴근이 늦은 남편은 빼고 셋이 먼저 저녁을

먹으려 했는데, 낮에 피곤했는지

둘째가 낮잠이 들었다.


으례 있는일, 둘째는 아빠랑 짝지어 먹이자 하고

밥상 준비를 끝낸 다음 생일 주인공인 첫째를

불렀다. 그런데 방에서 책을 보던 첫째까지

잠이 든게 아닌가?

첫째는 잠이 들어도 금세 깨니까 별걱정 없이

깨웠는데 쉽사리 잠에서 깨지 않았다.

거기에 덤으로 잠투정 섞인 짜증까지 내기 시작했다.


생일이라 하루종일 조심했는데,

평상시보다 잔소리나 화내는 말은 자제했는데,

이 대목에서 또다시 무너지고 말았다.


초저녁 첫째가 잠든 원인은

낮에 놀이터에서 놀았기 때문이다.

초등 3학년이 숙제를 해야할 낮시간에

엄마의 충고를

무시하고 놀이터 행만 하는 게 못마땅한 터였다.


기껏 생일상을 차려줬더니 먹기도 전에 잠이 든

모양새며 하필 그 순간 평소와 달리 온갖 짜증까지

내는 아이를 향해 분노와 서러움이 폭발했다.


그리고 밥을 안먹겠다 보이콧하는 시늉까지,

더이상 할말이 없었다. 의견을 똑바로 말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짜증섞인 울음 소리에 예민한 신경이

하늘을 찌를듯 솟구쳤다.


5분뒤에(밥이 다 식은뒤) 먹겠다 겨우 다짐을 받고

나와 홀로 밥상에 앉았다. 분노와 서러움을

쏟아낼 곳이 없어 머뭇거리다가 밥을 한두번 떴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세상이 손가락질 할지라도..


“엄마, 안하고 싶다” “안하면 안되나요?”


결혼은 물리는 게 가능하다지만 엄마는 물릴 수 없겠지?


그리곤 울음을 터트렸다. 오분 쯤 어린애처럼 엉엉

울어댔다. 뉴에이지 힐링음악을 틀어놓고 어울리지도

않게 통곡소리로 반주했다.


자던 둘째가 놀라 일어나고 첫째도 다 식은 밥을 먹으러 아무렇지도 않게 나와 앉았다.


결국 난 마음을 추스리고 겸연쩍은 표정으로 아이들과

저녁을 먹었다. 더 의연했어야 하는데, 몰래 숨어서 울걸

하는 후회가 들었지만, 이게 나의 한계치인걸 어쩌겠나.

나 또한 부족한 사람, 부족한 엄마인것을...


다음날 첫째에게 물었다.

“엄마 오늘 기분이 어떤거 같애?”

아이가 말했다.

“음, 좀 좋아보여 ~”


역시 우리 아들은 아직 엄마 마음을 모르는 구나.

언젠가 엄마 기분이나 생각을 예상하고 말을 들어줄

날이 오기는 올까?


확실한 건 앞으로 엄마 자리를 물리고 싶단 생각이 더 자주 들거라는 거. 지금 보다 더 찌질한 자신을 마주하고 좌절할 수 있다는 거.
그럴 때마다 쓰러지지 않고 버티려면
내가 좀더 강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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