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두형제의 동상이몽
“형아, 크리스마스 선물 뭐 받고 싶어?”(동생)
“나는 뭐 게임할 때 필요한 기프트카드나 그런거?
근데 너 알지? 산타할아버진 우리가 원하는 거 안해주는거.작년엔 학원가방 받았고, 제작년엔 책상에 까는 패드 받았던거 기억나지? 학용품 같은거만 해준다니까!”(형)
“아 맞다 그치?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소원 빌어볼래.”(동생)
“크리스마스는 그냥 예수님 생일인데 뭘 그렇게 기다려?
우린 교회도 안다니니까 기대할 거 없어!!”(엄마)
2주 전쯤 선물 준비가 영 귀찮은 나머지 아이들에게 말했다. 큰 아이가 열한살, 10년동안 가짜산타 노릇을 하려니 나도 힘에 부쳤던 것 같다.
코로나에 수술합병증으로 고생중이라 가계 수입은 줄었는데 무슨 시절 좋은 소린가 싶기도 했다.
그 때 큰 아이가 엄마를 향해 따끔하게 말했다.
“엄마도 참, 그럼 안되지 엄마 동심파괴자 되려고 해?”
큰아이가 초4이니 이미 산타는 없다는 것도 알것 같은데,왠지 산타를 믿는 척을 하는 것 같다. 1학년 동생을 위해주는 척 하면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절대 사수하려는 계략인 것 같아 기가 찼다.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도 실용품인 목도리를 준비해 놨는데, 받고 나면 또 적잖이 실망하겠다 싶다.
아이들이 산타의 존재를 믿는 단계가 1단계라면 믿지 않는 2단계로 가기전 1.5단계가 있는 것 같다.
믿는 척 하며 선물을 받아내는 단계.
급기야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 아이가 본색을 드러냈다. 동생이 목욕하는 중 엄마와 단둘이 있는 틈을 타 말한다.
“엄마, 사실 나 다 알아. 산타 할아버지 없고 엄마나 아빠가 주는 거 맞지? 그러니까… 난 게임용 기프트카드 만오천원 사줘! 동생한텐 비밀로 해줄게^^”
윽,,이제야 정체를 드러내는 구나 싶었다. 나는 안믿는 거 뻔히 보이는데도 아니라고 하면서 산타는 게임 관련 선물은 절대 안준다고 못을 박았다.
그와중에 아직 산타를 믿는 초1 둘째는 축구사랑이 넘치는 아이라 어젯밤에도 자기전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축구 유니폼 사달라고 할까? 아님 축구 잘하는 법이 나온 책을 받고싶다고 할까?”
“유니폼은 니 마음에 안들면 안좋으니까 책이 좋지 않을까?”
“그래 그럼 축구 책 선물로 빌어야지.”
크리스마스 이브날 집근처 마트를 뒤졌지만 둘째가 원하는 책은 사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작은 레고와 기프트카드를 준비해서 목도리와 같이 넣어줘야 겠다.
휴, 다른 땐 몰라도 코로나 시국인데 산타할아버지도 휴업 좀 하면 안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