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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안키친 Mar 19. 2022

남편이 격리됐다.

코로나19 동거가족 확진 시 자가격리 요령

어느덧 3년차 코로나19의 위협이 상존하는 일상에서 확진자가 폭증했다. 그리고 주변에 하나 둘 코로나 확진을 경험한 지인들을 통해 떠도는 말들이 정설이 돼 가고 있다.


“코로나(오미크론)는 안 걸리는 게 최선인데...과연 그럴 수 있을까?”

“걸린다면 차라리 가족 모두 동시에 걸리는게 나아. 최악의 경우 4인가족이 릴레이로 걸렸다간

재택격리기간이 7일씩 4번, 21일로 늘어나거든."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코로나에 안걸린 사람들도 '아직 안걸렸지만 곧 걸릴 것'이라는 인식이 높아졌다.

그리고 우리집에도 드디어 그분이 오셨다. 오미크론인지 스텔스 오미크론인지 모를 그분이.


그 날도 퇴근이 늦은 남편이 12시가 다 된 시각에 들어왔다. 아이들은 모두 자고 나만 깨어있던 상황, 남편은 들어오자마자 자가진단키트가 있는지 물었다. 최근 등교 전 아이들의 자가진단 키트 검사를 몇 번 했었던 터라, 나는 무심하게 키트를 하나 꺼냈다. 남편은 전날부터 감기증상이 있었다며 키트 사용방법을 물었다.

아이들 검사를 몇번 해봤던 나는 나름 능숙한 손놀림으로 면봉을 용액통에 넣어 휘젓고 자가진단 테스트기에 4방울 떨어뜨렸다. 나는 평소처럼 15분 알람을 맞추고 기다릴 생각으로 다른일을 하고 있었다. 불안했는지 남편은 옷도 안갈아입고 마스크도 안벗고 현관문 쪽으로 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2-3분 지났을까? 남편이 상기된 목소리로 물었다.


"아, 뭐야? 이거 두줄 나오면 양성인가?"

"어....어? 진짜? 두줄이야? "

처음이었다. 자가진단키트에서 양성이 나온건.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고, 다음 할일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뭐부터 해야하지?" 남편도 당황한 듯 같은 말을 반복했다.

나도 자가진단키트 검사를 했다. 저녁부터 콧물이 좀 난다 싶어 불안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다. 다행히 음성.

다음 날 PCR검사를 해야 정확하지만, 일단 남편 혼자 안방에 격리하기로 했다. 안방 화장실과 베란다에 생필품들을 주섬주섬 꺼내왔다. 그리고 아이들 학교 알리미에서 '코로나 확진 시 등교수칙'을 찾아 한장 프린트 했다. 아이들 방에서 자기에도 불안해서 나는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다 잠을 못 이루고 다음날 날이 밝으면 할 일들을 적어내려갔다.


#PCR검사소 또는 신속항원검사 병원 장소와 운영시간 확인#학교에 연락하기/방과후 수업/ 학원 /학습지

 선생님들한테 연락하기# 마트에서 1주일 분 반찬거리와 생필품 사기#치과 예약 취소하기


다음 날 아침, 아이들을 깨워 자가진단키트 검사를 했다. 다행히 모두 음성이었다. 확진된 남편만 우선 PCR검사를 받으러 갔다 왔다. 신속항원검사병원은 동네에 한 곳이고 오후부터 할 수 있다고 해서 그냥 근처 선별검사소를 다녀왔다. 자가격리가 시작되면 외출이 불가능하므로 미리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사정을 설명한 다음 1주일치 약도 처방 받아 왔다.


동거가족임을 증명하는 주민등록등본이나 가족관계증명서를 가지고 가면 선별검사소에서 가족들도 PCR검사를 해준다고 하는데, 나와 아이들은 자가진단키트 상에 음성이 나왔기에 하루 기다렸다가 남편의 확진문자를 가지고 가기로 했다. 어차피 잠복기일수도 있으니 하루쯤 있다가 검사하는게 나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다.

그 다음 날 선별검사소에서 받은 남편의 확진문자를 가지고 나머지 가족들도 PCR 검사를 받고 왔다.

검사 당일은 일일 확진자가 60만명이 넘은 날이어서 우리 가족은 공포에 떨었다.


나머지 가족 3명이 모두 양성인 경우, 격리기간을 줄일 수 있으니 좋지만 내가 아프면 당장 식사나 살림이 걱정이고 아이들이 아프면 고생할까봐 걱정이었다. 3명 중 2명만 양성인 경우, 1명만 양성인 경우 등 가능한 시나리오를 모두 떠올려 봤지만 암울했다. 특히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나까지 확진되고 아이들만 음성이라면 더더욱 상상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나머지 가족들은 모두 음성이어서 남편만 격리하는 생활을 하게됐다.

남편은 몸살기운과 두통, 인후통 등 흔히 알려진 코로나 확진 증상이 있는 것 같았다. 입맛도 없어 하루 한번은 푸딩 등 가벼운 요깃거리를 먹고 약먹고 자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식사용 식기는 격리기간동안은 어쩔 수 없이 모두 일회용품을 사용했다. 3일간 식사와 간식거리를 챙겨주고 있자니 남편도 안쓰럽지만 나도 지쳐간다. 나와 남편이 서로 반대 상황이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잠시 스친다.


동거가족 확진인 경우 3일 이내 PCR 검사, 6~7일 이내 신속항원검사가 권고사항이다. 등교 수칙 상에는 PCR검사 상 음성이라면 등교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가정 내 자가격리가 완벽하지 않을 수 있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는 없었다. 수동감시기간은 동거 가족이 확진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7일이므로 마지막에 검사를 한번 더 해서 최종 음성이 나와야 안심이 될 것 같다.


막상 코로나19 확진이 내 가족의 일이 되니, 순간 당황스럽고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했다. 확진자가 정점을 찍고 줄어드는 추세라는 뉴스 보도가 사실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나의 경험담이 도움이 되기를 바래본다.      


<코로나19 동거가족 가족확진 시 행동요령>


1. 코로나19 증상이 있을 땐 가정에서 자가진단키트로 먼저 확인

2.자가키트 두줄(양성)인 경우 마스크 착용, 공간과 물건 사용 분리

3. 자가키트 양성인 가족만 먼저 PCR(선별진료소) 또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지정병원은 다음이나 네이버 검색 가능) 실시

4. 확진 시를 대비해 미리 병원 진료 후 약 처방받아 사두기(1주일 분)

5. 코로나19확진 문자를 받으면 나머지 가족도 PCR검사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실시

6. 아이들 학교와 학원에 연락, 예정된 스케줄은 모두 연기 및 취소

(가족들 모두 음성인 경우라도 수동감시기간 7일간은 외출 및 다중 시설 이용 자제)

7. 확진자용 식기는 모두 일회용품으로 사용. 문 앞에 필요한 물건을 놓고 가지고 들어갈 때만 잠깐 문열게 하기

8. 집안의 각종 손잡이와 많이 만지는 물건들은 알콜수나 구연산수로 수시 소독

9. 확진자와 소통은 카카오톡을 사용, 수시로 건강상태 체크

10.확진 이후 추가로 필요한 약이 있으면 근처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병원에 전화해서 해당 약 처방 받기,

약국 배달 서비스 이용하여 비대면으로 약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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