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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에는 끝이 있다 Sep 04. 2022

"아이의 눈물에 멘탈털리지 않는 법" -부모의 인내심-

참는 것은 결코 아이에게 지는 것이 아니다.

초코파이에서 시작된 아침 전쟁


  가끔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 빵이나 간식으로 아침밥을 대신하기도 한다. 그날이 그랬다. 좀처럼 눈을 뜨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초코파이와 우유를 아침밥으로 준비했다.

  "정지블리, 거실로 나와서 초코파이 먹자."

  "엄마, 나는 침대에서 기지개펴면서 먹을래."

  "지난번에 침대에서는 음식 먹으면 안된다고 얘기 했었지? 거실로 나와서 먹자."

  "...(울음과 토라짐)"

  "지블리야, 거실로 초코파이 먹을 수 있어. 형아는 지금 나와서 먹고 있어. 지블리도 기분 풀리면 나와."


  지블리는 30분 동안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아침 시간은 나에게도 금쪽같은 시간이기에 준비하랴 뭐하랴 바삐 움직이고 보니 지블리는 초코파이를 하나도 먹지 않았고, 등원 시간은 금세 다가왔다. 여러번 반복된 나의 제안에도 지블리는 전혀 침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지블리, 아쉽지만 늦어서 초코파이는 못먹겠다. 우리 지금 신발 신고 유치원에 가야 할 시간이야."

아직도 침대에서 토라져서 가끔 울기도 하고 딴청도 피우던 둘째는 이제 흐에에엥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부모의 인내심. 지금 필요하다.


  나까지 이성을 잃기 전, 아이에게서 심리적 거리를 두기로 했다. 바쁜 아침, 큰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닌데 울고 화를 내는 아이를 대할 때는 늘 엄마의 감정이 먼저 상하기 마련이다. '아니 왜 굳이 바쁜 아침에 그러는 걸까. 좋아하는 걸 줘도 생떼를 쓰는 구나. 지금 뭘 잘했다고 우는걸까.' 아이의 행동을 분석하고 평가하기 시작하면 이미 엄마는 불난 집에 걸어들어가는 셈이 된다.


  네 기분이 많이 상했구나, 나는 그런 네가 걱정돼. 가벼운 정도의 공감에서 멈춘다. 아이와 나를 구분한다. 너는 너고 나는 나야. 네 기분이 상한 것은 알겠지만, 거기에 내가 휘둘리지는 않을거야. 아침부터 아이의 불화살이 부모의 가슴에 직통으로 꽂히지 않는 방법이다. 아이와 나를 분리시키고, 아이의 울음에 무조건적으로 달래지 않는다. 무턱대고 걱정하지 않는다. 아이의 자아와 나의 자아가 서로 다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의 격정적인 감정에 동화되지 않고 침착을 유지한다.


  '지금' 해야 하는 일을 한 가지만 골랐다.  해야 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침대에서 음식을 먹으면 안되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해야 하고, 바라는 것이 있을 때, 또박또박 말하는 방법과 울면서 말하는 방법 중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지도 알려줘야 한다. 또 둘째의 유치원과 첫째의 학교에 늦지 않게 가기 위해 신발을 신고 지금 나가야 한다. 게다가 아이의 힘든 아침을 위해 초코파이와 우유를 먹여서 빈 속을 채워 주고도 싶다. 물론 지금 다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등원시간이 되었고 촉박한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다. 유치원생인 동생과 전쟁을 치르느라 초등학생인 형아의 학교 등교를 늦출 수는 없다.


평소보다 조금 크고 분명한 목소리로 서둘러 협상을 시도했다. 아이에게 내리는 최후 통첩이다. 둘째 지블리는 30분 정도 징징거리기도 하고 울기도 하느라 조금 진이 빠졌다. 지금이라면 내 말을 조금쯤 귀담아 들을 타이밍이다.

  "지블리, 울면서 말하면 엄마가 알 수 없어. 지금 지블리가 왜 슬픈지 알려줄 수 있어?"

  "...(울먹) 아까도 말했잖아, 초코파이 침대에서 먹고 싶어."

  "침대에서 먹으면 가루가 흘리고, 그 가루 먹으러 침대에 벌레가 생길 수도 있어. 그리고 지금 형아가 지각할 수도 있어. 초코파이 다시 싸서 형아 데려다 주고 공원에서 먹고 유치원 갈까? 아니면 초코파이 유치원 다녀와서 먹을래?"

  "...어디에서 초코파이 먹을건데?"

엄마의 말에 귀 기울인 순간 전쟁은 멈춘다. 아이에게 건넨 작은 선택권에 아이는 마음을 열고, 휴전협상이 시작된다.

  

  결국, 형아를 먼저 보내고 아파트 정원에 앉아 우리 둘만의 달콤한 아침 초코파이를 즐겼다. 기분 좋아진 지블리의 보조개와 재잘거림은 순간의 화를 참아낸 엄마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보상이다.

 


아이와 싸울 때, 참는 것은 지는 것이 아니다.


  인내심은 아이에게만 가르쳐야 할 것이 아니라, 부모 스스로도 늘 갈고 닦아야 하는 덕목이다. 순간의 화를 참는 것은 아이와의 기싸움에서 지는 것이 아니다. 인내심에 대해 이야기 할 때마다 등장하는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이 있다. 네다섯살 아이들에게 "지금 하나 먹을래, 15분 참았다가 두개 먹을래?" 물었고, 20년 뒤에 추적조사 했더니 그 때 참았던 아이들은 못참은 아이들보다 더 훌륭하게 성장했다는 이야기다. 1960년대 이 실험은 인내심은 타고 나는 것이라는 결론을 찾아냈지만, 요즘은 다르다. 여러 후속 연구를 통해 인내심은 환경과 부모의 양육방식에 의해 길러지고 인내심을 학습한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조금 더 인내심을 갖게 된다는 결론을 찾아냈다.

  만약 못참고 아이가 징징거리는 순간 강하게 제압해서 밖으로 끌어냈다면 조금 더 순탄한 등교길이 되었을 수는 있겠다. 물론 권위있는 모습이 필요한 순간도 있다. 하지만 큰 소리로 윽박지르거나 버럭 화를 내는 모습은 권위있는 부모가 아니라 폭력적인 부모이다. 나는 우리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 눈물이 날 만큼 기분이 상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또 금세 풀린다는 점을 경험하며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대수롭진 않지만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고 선택하게 함으로써 자기결정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 원하는 것이 있을 때는 다른 사람과 협상할 줄도 아는 문제해결력을 길러주고 싶었다. 인내심을 발휘해 순간의 화를 참아냄으로써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아이와 내가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는 것은 얻은 것 중 가장 큰 것이다.


인내심을 기르기 위한 3가지 방법


순간적으로 치미는 감정을 참는 일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이어트 중에 갑자기 참을 수 없이 치킨에 맥주를 먹고 싶은 날도 있다. 오늘은 아이들을 일찍 재우고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왠지 모르게 평소보다 신나서 침대에 눕지 않는 아이들을 발견할 때도 있다. 다른 사람의 생각없는 한마디가 미칠만큼 듣기 싫을 때도 있다. 상황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마음 내키는 대로 지르고 나면 후회한다는 것이다. 인내심은 미래의 내가 후회하는 일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도록 현재의 내가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첫째, 나와 그 외의 것을 분리하여 생각한다.  화가 나는 상황이나 화가 나는 사람을 나와 다른 존재로 인식한다. 내 기분을 상하게 하는 한마디를 툭툭 던지는 사람을 바라볼 때 "넌 그래? 난 아닌데."하고 생각하며 그 사람의 말 한마디에 나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충분한 존재이고 남들에 의해 쉽게 좌우될 정도의 가벼운 사람이 아니다.  초등학생때 담임 선생님이 해주신 말 중에 아직도 잘 써먹는 말이 있다. 친구들이 나한테 돼지라고 놀린다고 가서 일렀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는 거야. 그 친구가 돼지라서 그렇게 보이나 보다."

입꼬리 한쪽이 씨익 올라가며 '오, 그런거군. 쟤 돼지였군.' 하며 기분이 싸악 풀리면서 편안해졌던 기억이 있다. 그 친구는 그 이후에도 멍청이, 돼지, 넙치 등 별스러운 별명들을 나한테 붙였지만, 내가 그 선생님의 말을 그 친구한테 똑같이 해주며 씨익 오른쪽 얼굴만 웃어주고 나면 그 친구의 말들은 더이상 나에게 타격감을 주지 못했다.


둘째,  잠시 다른 장소로 옮겨서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 행동편향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긴장하거나 위기가 닥치면 생각하기 전에 일단 행동하고 본다는 것이다. 그것이 더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말이다. 행동편향에 휩쓸리지 않도록 일단 자리를 이동하는 것이 좋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정말 말도 안되는 이유로 울고 한번 울기 시작하면 꽤 오래 우는 일이 여러번 일어났었다. 아이의 말도 안되는 짜증을 받아주다 보면, 나는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싶은 기분이 든다. 아이 스스로도 왜 짜증이 났는지 모를 짜증에 달래보다가 엄마 스스로도 화가 나면 일단은 그 장소를 벗어난다. 화가 나서 아이를 내팽개쳐 두고 버리듯이 가는 것이 아니다. 아이에게 지금 상황을 정리한 말을 해 주고,  잠시 주방에서 침착하게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 물을 떠다 주는 것은 천천히 해도 된다. 엄마가 이런 식으로 자리를 뜬 경험이 별로 없는 아이라면, 엄마가 자신의 옆을 떠나자 마자 자지러지게 울 수도 있다. 우는 것은 아이의 선택이니 괜찮다. 그 불편한 자리에서 떠나지 않고 참다 못해 아이에게 무섭게 화를 내는 것보다 잠시 시간을 갖고 다시 그 공간으로 돌아가 침착하게 대응하는 편이 훨씬 교육적이다.


 셋째, 내 아이를 '어린 나 자신'이라고 생각해 본다. 나를 힘들게 하는 행동을 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나도 이만한 나이 때 이렇게 했을까? 그랬다면 어린 나에게 엄마가 어떻게 해주면 좋았을까?" 내 자식의 행동에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나의 어릴 적 모습을 투영시킨다. 아이의  투정부리는 모습을 어린 나라고 생각하고 바라보면 좀 더 이해가 가기도 하고 왠지 애틋하기도 하다. 지금은 어려 보이는 우리 아이도 언젠가는 다 자라서 어른이 되겠지. 어른이 된 다음에는 지금을 어떻게 기억할까.  


  한번은 첫째가 어릴 때, 구름빵 이야기책을 재미있게 읽고 나더니 구름빵이 먹고 싶다고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있기만 하다면야 나도 먹어보고 싶지만, 아쉽게도 없다. 아이에게 이 책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쓴 책이라서 엄마도 먹어보고 싶지만 아쉽게도 없다고 설명하고, 대신 구름 모양의 솜사탕이라도 먹겠냐고 달래고, 별 방법을 다 써도 계속 조르더니 급기야는 울기 시작했다. 정말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아이는 울기 시작했다. 그럴 때는 그냥 상황과 직접 관련이 없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시간을 번. 간을 버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엄마 마음의 침착함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정블리가 구름빵이 정말정말 먹고 싶구나. 구름빵 먹고 우리도 둥둥 날아다니면 정말 즐거울텐데 말이야. 그렇지만 구름빵은 세상에 없어. 나중에 정블리가 구름빵을 직접 만들어볼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없어. 그래도 슬플 수 있지. 너무 구름빵이 먹고 싶어서 슬프면 울어도 돼. 다 울고 나면 엄마랑 구름빵 비슷한 거라도 찾으러 가보자."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을 아이에게 말해주고 나서 집안일을 시작했다. 아이가 볼 수 있는 곳에서 설거지도 했다. 혼잣말로 인형들한테 말 거는척 하며 아이와 대화도 하며 집안 청소도 했다.

  "곰돌이야 뭐라고? 지금 정블리랑 놀고싶다고? 지금은 정블리가 너무 슬퍼서 놀아줄 수가 없대. 조금만 기다리면 정블리가 곧 기운을 차릴거야. 우리 같이 기다리자."

  처음에는 아이가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서 엄마의 관심이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때까지 더 악을 지르며 울기도 했지만, 차츰 그 시간이 줄어들었다. 엄마가 내 마음에 공감하지만 해 줄 수 없는 일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데는 몇 차례의 눈물이 더 필요했다. 아이 스스로 울음을 그치고 엄마에게 돌아오면 폭풍 칭찬을 해주는 것도 잊지 않는 다면 이 경험은 짜증가득한 상황이 아니라 한 걸음 성장의 경험이 될 것이다.  가끔은 포기하고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간단한 진리를 지금은 두 아이들도 안다.


 


독일의 퀴즈쇼에서 최종우승하여 상금으로 백만유로(우리돈으로 13억)를 받은 레온 빈트샤이트는 감정이라는 세계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내심은 우리를 더 사회적인 존재로 만들며, 인간관계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내를 포기로 받아들이지 말자. 진정한 인내는 현재의 것을 포기하는 루저가 되는 것이 아니다. 잠시만 참으면 10분 뒤의 내가 할 후회가 생각나고 10년 뒤의 나의 평가도 생각난다. 인내는 시간을 들여 과거의 나를 돌아보고 미래의 내 후회를 줄일 수 있는 소중한 깨달음이다. 오늘 나의 인내가 내일의 우리 아이의 커다란 자산이 될 것이다.


과거의 어렸던 나는 이럴 때 어떤 말을 듣고 싶었을까?
현재의 내가 지금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미래의 나는 지금 모습을 보면 뭐라고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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