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안심할 수는 없다.
한때 개구리가 대멸종의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로 전세계가 떠들썩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치명적인 전염병 때문입니다.
이 병으로 최근 20년 간 90종의 개구리가 멸종했고,
수백종의 개구리가 급격한 개체수 감소를 보였습니다.
이 병의 이름은 <키트리디오미코시스>.
‘항아리 곰팡이’에 감염되어 걸리는 피부병입니다.
개구리에게 피부병은 치명적입니다.
개구리의 피부는 호흡을 담당함과 동시에 몸속 전해질 농도를 조절하는
중요한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항아리 곰팡이에 감염된 개구리는 피부가 두껍고 딱딱하게 굳습니다.
이런 피부로는 숨을 쉴 수도, 체내 전해질 농도를 조절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 개구리는 호흡곤란, 심장마비 등으로 죽음에 이르죠.
지금도 전세계 구석 구석에서 항아리 곰팡이에 감염된 개구리가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어떻게 한 곰팡이가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전세계 곳곳에서 발견될 수 있나?’라는 사실이죠
여기엔 어느 정도 인간의 책임이 있습니다.
개구리는 세계적으로 꽤 인기있는 무역 품목입니다.
예쁘게 생긴 개구리는 애완용으로,
덩치가 큰 개구리는 식용으로 수요가 있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항아리 곰팡이에 감염된 개구리들이
무역 과정에서 배와 비행기를 통해 전세계로 옮겨진 셈입니다.
거기에 더해 개구리 무역이 아니어도 과일이나 농작물 무역 과정에서
개구리가 섞여서 함께 이동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요.
이렇게 옮겨진 항아리 곰팡이는 다른 개구리들을 빠르게 전염시킵니다.
모기가 여러 개구리를 옮겨다니며 피를 빠는 과정에서
모기 발에 묻어 있던 곰팡이도 함께 옮겨졌다는 연구 결과를 보면
항아리 곰팡이의 전염력이 어느 정도인지 대략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이 끔찍한 팬데믹을 막기 위해 과학자들은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항아리 곰팡이를 잡아먹는 바이러스를 찾아내거나
개구리에겐 무해하면서 항아리 곰팡이만 죽이는 약을 만들어서
이걸 뿌리는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항아리 곰팡이가 28도 이상의 온도에선 활동성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을 이용해
개구리를 위한 온실을 만들어 제공하기도 하고요.
이런 노력과 더불어서 개구리들도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항아리 곰팡이에 맞설 수 있는 면역 체계를 스스로 갖추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항아리 곰팡이의 폭발적인 증가 추세는 일단 한풀 꺾였죠.
하지만 이건 절대 괜찮다는 신호가 아니라는 걸 이젠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전염병이라는 게 얼마나 예측 불가이며, 얼마나 걷잡을 수 없는 일인지
너무나 뼈저리게 느꼈으니까요.
참고 논문 : An endogenous DNA virus in an amphibian-killing fungus associated with pathogen genotype and virulence (2024, Current Biology)
참고 논문 : Amphibian fungal panzootic causes catastrophic and ongoing loss of biodiversity (2019, Science)
참고 논문 : Shifts in disease dynamics in a tropical amphibian assemblage are not due to pathogen attenuation (2018, Science)
참고 논문 :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emergence of Batrachochytrium dendrobatidis, the international trade in amphibians and introduced amphibian species (2007, Fungal Biology Reviews)
참고 논문 : Mosquitoes as a potential vector for the transmission of the amphibian chytrid fungus (2019, Acta Zoologica Lituanica)
참고 논문 : Chemical disinfection as a simple and reliable method to control the amphibian chytrid fungus at breeding points of endangered amphibians (2024, Scientific Reports)
참고 논문 : Stop Madagascar's toad invasion now (2014, Nature)
참고 논문 : Hotspot shelters stimulate frog resistance to chytridiomycosis(2024, Na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