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상점에게 묻습니다 01
우리밀과 수입밀은 가격차이가 많이 납니다. (22.4.5 기준 우리밀 20kg 47,000원, 수입밀 23,000원)
이윤을 남긴다는 목적으로 보면 우리밀을 써야할 이유가 없지요.
제빵성이 좋은 수입밀을 쓰면 빵도 더 잘 나오는데 가격은 더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빵의 형태가 잘 잡히는게 중요한 빵집도 있고, 가격이 저렴한 게 더 중요한 가게도 있습니다.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실현하는데 맞는 밀가루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지요.
저희도 빵이 잘 나오는 밀가루가 필요합니다. 가격도 적당해야 하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입밀 대신 우리밀을 선택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위로가 되는 빵을 만들 수 있는 밀가루여야 한다는 것 입니다.
먼 곳으로 와
오래 기다리다 지친 당신
우리 나란히 앉아
근원에서 받은 빵을 함께 나눠
굶주림을 끝내자
그런 다음 나란히 서서
생각과 영혼을 서로 나눠
우정과 평화와 화합으로
다시 모이자
- 캐나다 소수 부족의 오래된 기도문 '환영'
'함께 나누고 다시 모이게 하는 빵'
'근원에서 받은 빵'
이 빵은 어떤 밀가루로 만들었을까?
멀리 미국 땅에서 누가 어떻게 기른지도 모르는 밀로 만들었을까요.
아니면 우리 마을에 있는 밀. 내가 혹은 내 이웃이 기른 밀로 만들었을까요.
내가 밟은 땅에 뿌리 박혀 있는 밀.
내가 사는 땅에서 난 우리밀일 겁니다.
위 기도문을 처음 본 곳은 월인정원님의 책이었습니다.
월인정원님은 '농가밀'로 빵을 굽고 있습니다.
농가밀은 하나의 농가에서 재배한 단일한 성질의 밀로 생산이력(농지, 농법, 품종, 생산자, 파종일, 수확일, 제분일, 제분방식, 제분처 등)을 아는 밀.
- 이언화, 『월인정원, 밀밭의 식탁』
어디서 누가 언제 어떻게 재배, 수확, 제분했는지 알 수 있는 밀을 말하지요. 경주 산내에서 산내살래팀이 재배하고 있는 경주밀을 농가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느림보상점에서는 맥선 우리밀과 지리산 금강밀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경주밀로 몇 차례 빵을 만들었습니다만 아쉽게도 잘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더 도전을 해봐야지요.
위로가 되는 빵을 만들고 싶습니다.
함께 나눠 먹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그런 빵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밀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농가밀을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