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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보람 May 04. 2024

[부록] 결혼식 5개월 전에 식당 오픈한 사장님 인터뷰

축! 그린 치앙마이 2주년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시점은 2024년이지만 저희의 결혼식은 2년 전인 2022년 9월이었습니다. 앞선 글에서 이야기했듯 제 배우자 류는 결혼식을 5개월 앞둔 4월 30일에 식당을 오픈했어요. 잘하면 결혼식 전에 가게가 망할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다행히 얼마 전 오픈 2주년을 맞았습니다.



가게의 두 번째 생일을 기념하고 싶어 사장님께 DM으로 인터뷰를 요청드렸습니다.







다행히 승낙해 주셔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고요, 아래에 그 글을 소개합니다 :-)

(류의 본명은 '관형'입니다.)








결혼식을 5개월 앞두고 식당을 오픈한 셰프 관형.
의류보다 요식업 트렌드가 빨리 바뀌는 요즘, 가장 핫하다는 성수동에 태국 음식점 <그린 치앙마이>가 문을 연 지 2주년이 되었다. 첫 가게라 더 우여곡절이 많았을 관형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보람 :

안녕하세요! 시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개업 2주년을 축하드려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관형 :

정말 많은 생각이 드는데, 일단 스스로 무척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워낙 자영업자들이 힘들기도 하고, 저는 첫 장사인 데다 코로나 상황이 완전히 끝나기도 전에 시작을 했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을지 걱정이 컸거든요. 힘든 상황에서의 도전이었지만 2년을 한 자리에서 이렇게 운영하고 있으니 1차적인 목표는 달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 혼자만의 힘으로 2년을 지켜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마운 사람들도 떠오르고요.


보람 :

회사를 다니시다가 요식업으로 전향하셨다고 들었어요. 계기가 있었을까요?


관형 :

있었죠. 사실 대학 졸업 후 회사를 여기저기 다녔었는데 저랑 잘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원래 사업을 하고 싶었었지만 당시 여자친구(현 배우자)가 안정적인 직장인을 원했기 때문에 회사를 다닌 것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40대까지는 어떻게든 회사에서 버틸 수 있겠다, 그런데 50대 이후의 삶은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이요.

혼자 헤이리 마을 어느 카페에 가서 노트에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들을 적기 시작했어요. 그중 제가 현실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요리가 나오더라고요.


보람 :

그런데 막상 해보면 재미가 없다거나 계속하고 싶지 않을 수 있잖아요. 요리를 해보니 맞으셨나요?


관형 :

네, 저는 다행히도 요리가 잘 맞아요.

그런데 제 가게를 오픈하기 전에 여러 식당들에서 일했었거든요. 시스템이 잘 잡혀 있어서 기계처럼 돌아가는 식당에서도 일해봤고, 식재료나 소스 등을 모두 직접 다듬고 만들어야 하는 식당에서도 일했었고요. 어느 식당이든 제 업무에 대한 평가는 좋았지만 주방의 거친 분위기와 사람들은 힘들었어요. 욕설이 오가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리는 여전히 재밌어요. 하면 할수록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요.



보람 :

다행이네요. 여러 유명한 식당들에서 일하시다가 결혼식을 5개월 앞두고 그린 치앙마이를 오픈하셨더라고요. 주변에서 말리진 않았는지, 걱정은 없으셨는지 궁금해요.


관형 :

일단 걱정은 무척 많았고요, 주변에서 말렸던 분들도 계세요. 결혼을 앞두고 창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리스크라는 걸 저도 알고 있었죠. 망하는 가게들을 많이 봤으니까요.


그래도 결혼을 앞두고 오픈을 할 수밖에 없던 이유가 있어요.

결혼을 하면 더 위험을 감수할 수 없기 때문에 제 가게를 오픈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거라고 생각했고요, 마침 제가 일하던 식당의 지점이(매일 오픈런이 있는 인기 있는 식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정 상 폐점을 했어요. 그래서 저도, 함께 일하던 동료도 백수가 된 거죠. 제 가게를 오픈한다면 꼭 함께 일하고 싶었던 친구였기 때문에 지금 오픈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5개월, 6개월 후에 가게를 연다면 이 친구랑 같이 일할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니까요.


보람 :

뭐든지 처음 하는 일은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이잖아요. 게다가 가게를 오픈한다는 것은 상권 선정이나 사업자 등록, 메뉴 개발, 디자인, 인테리어 등등 굵직한 일들을 해내야 되기 때문에 그만큼 어려운 일들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기억나는 에피소드나 어려웠던 일 있으신가요?


관형 :

너무너무 많아요. 저는 기댈 곳이 한 군데도 없었어요. 가족 중에 자영업자나 식당을 하시는 분이 없고요, 제가 일했던 곳들의 사장님들께 의지할 수도 없었고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맨땅에 헤딩을 많이 했죠.

사업자등록도 어떻게 하는지 몰랐고, 주류용 카드를 은행에 가서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몰랐고요. 인테리어도 그렇지만 그릇, 수저, 수저받침, 휴지, 소품 등까지 모든 물건들을 결정하고 구입해야 하는 것도 어려웠어요.

이런저런 식당들에서 열심히 일했었지만 그때는 알 수 없었던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거래처 선정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까지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어요.

게다가 오픈 후에도 계속 사건들이 터졌어요. 센 불을 사용하는 요리이다 보니 연기가 많이 나서 이웃들의 컴플레인을 받고 비싼 기계를 설치해야 하는 일도 있었고, 배수관이 막혀서 물난리가 난 적도 있고 누수 때문에 전기가 나간 적도 있고요. 무리해서 일하다 보니 허리가 너무 아파서 영업을 못했던 적도 있었죠.





보람 :

어려웠던 이야기만 해도 밤샐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게 그린 치앙마이 이야기로 넘어가 보고 싶은데요, 그치(그린 치앙마이)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어떤 가게를 만들고 싶으셨는지도 궁금해요.


관형 :

태국 치앙마이를 여행한 적이 있어요. 그 작은 도시가 주는 느낌이 저는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자연이 살아있는 분위기, 소박한 가게들, 사람들의 친절함, 따스함 이런 모든 것들이 저를 기분 좋게 했거든요. 이전부터 향신료를 좋아해서 동남아 음식을 만들고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언젠가 치앙마이 느낌이 나는 가게를 만들어봐야겠다는 꿈이 있었어요.


보람 :

그치 바로 옆에 서울숲이 있어서 치앙마이의 청량한 느낌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이번엔 음식에 대한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메뉴를 연구하실 때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관형 :

조금 전에 제가 향신료를 좋아한다고 했지만 그치의 메뉴를 개발할 때는 사실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지 않았어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사랑하는 조카, 연세가 있으신 부모님도 맛있게 드실 수 있는 태국 음식을 만드는 것이었거든요. 태국 음식이 아직 베트남 음식만큼 한국에서 대중적이지 않은데, 처음 드시는 분들도 거부감 없이 드실 수 있기를 바랐어요.

두 번째는 비건 메뉴를 개발한 것인데요, 이 부분은 사실 제 배우자의 강력한 요청이었어요. 비건을 지향하는 분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음식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죠. 기후 위기 대응 측면에서도 채식은 중요한 부분이고요. 제가 비건 요리도 다뤄본 경험이 많이 있어서 소스까지 전부 직접 개발했어요. 비건 메뉴가 맛있다는 후기가 많답니다.


보람 :

맞아요. 그치의 비건 메뉴들이 정말 맛있어요!

현재 그치에서는 몇 명이 함께 일하고 있나요?


관형 :

저까지 3명이 함께하고 있어요. 가게 오픈 전부터 같이 일했던 동료와 여전히 함께하고 있고, 올해는 셰프님을 한 분 더 채용했습니다. 두 분 다 놀라울 정도로 일을 척척 잘하시고 합이 잘 맞아요.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행동을 예측해서 일이 진행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보람 :

진짜 멋진 동료들을 찾으셨네요.

요즘은 개인이 식당을 오픈하기보다는 자본이 있는 기업이나 브랜딩 회사가 마케팅 비용을 많이 들여서 식당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인스타그래머블한 식당들이 많죠. 오히려 관형님처럼 개인이 운영하는 경우가 더 적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이런 요식업계에서 사장님이 취하고 싶은 태도나 전략이 있을까요?


관형 :

사실 그 부분 때문에 어려움이 많죠. 가게로 일주일에도 몇 번씩 마케팅을 대행해 주겠다는 전화가 와요. 리뷰나 체험단 같은 거요. 자본이 많은 회사들은 그런 마케팅을 진행할 수 있겠죠. 어떤 식당을 보면 영수증 리뷰보다 블로그 리뷰 수가 더 많기도 하고요. 그런데 저는 체험단이나 가게 마케팅이 아직 조금 조심스러워요. 리뷰를 읽어보면 이게 체험단인지 진짜 손님인지 티가 나잖아요.

오히려 마케팅 없이 진솔하게 가게를 운영하는 게 저의 전략이에요. 조금 느리더라도 차근차근 성장하고 싶어요. 그래서 나름대로는 인스타그램에 글 하나를 올릴 때도 한 글자 한 글자 고민해서 올리고 있어요.


보람 :

혹시 그린 치앙마이에 대한 후기도 여전히 모두 보시나요?


관형 :

네. 하루에도 10번 넘게, 제가 찾아볼 수 있는 후기는 모두 찾아보고 있어요. 여기저기에 있는 리뷰들을 합치면 약 1500개 정도 될 텐데요, 그중에 악플이라고 할만한 건 3개 정도 있는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하게도 좋은 리뷰들이 많죠.


보람 :

이제 마지막 질문인데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관형 :

솔직하게 말해야 하나요?


보람 :

지금까지 안 솔직하셨나요?


관형 :

아뇨 아뇨. 앞으로의 계획이 비밀이라서요. 사실 가게 이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지금의 공간이 좁기 때문에 조금 더 큰 곳으로 이전해서 손님들이 쾌적하게 식사하실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리고 여기가 저의 첫 공간이다 보니 홀, 주방 모두 디자인이 조금 아쉬워요. 더 보완하고 싶은 부분들이 있고, 마지막으로 지금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 1층에 있기 때문에 휠체어나 유아차 접근이 어렵거든요. 노인 분들도 그렇고요. 그래서 엘리베이터가 있는 2층이나 턱이 없는 1층으로 이사 가고 싶어요. 서울숲을 벗어나진 않을 것 같고요.


보람 :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멋진 공간으로 이사 갈 그린 치앙마이를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인터뷰를 마칠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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