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꾼의 집밥 06
스테이크 용으로 썰어둔 고기 말고, 끄투머리 고기를 남겨뒀었다.
고기는 먹고 싶은데 정식으로 스테이크네 뭐네
준비하기도 너무 귀찮고
쌀밥이랑 김치랑 먹고 싶고 그런 날이 있다.
그런 날엔 대충대충 구워 먹는 거다.
고기 맛을 정리해줄 파와 마늘, 그리고 불향을 준비해본다.
코스트코 소고기
마늘
파
후추
소금
토치
엉망이 될 가스레인지
혹은 남의 집
이날 정리한 코스트코 고기 중 스테이크용으로 자른 고기 외에 스테이크로 쓸 수 없는 부분을 남겨뒀다.
https://brunch.co.kr/@sobeggun/5
고기 맛 + 야채맛 + 소금&후추 + 불맛 이 전부다.
지인과 함께라면
"맛있는 음식을 해줄 테니 정리만 네가 해"라고 계약을 하고 시작해야 한다.(중요)
상냥한 표정과 함께라면 고기 먹여주겠다는데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온 동네를 기름투성이로 만드는 역량은 튀김 저리 가라다.
팬 돌리다가 고기 떨어트리고 야채 떨어뜨리고 닦기 바쁘다.
상냥한 표정으로 고기를 먹여주겠대도 싫어하는 사람을 곁에 둘 수 있게 된다.
상냥한 표정을 하고 접근하는 사람은 의심하고 봐야 한다.
토치를 켤 땐 슈 우우 욱- 쿠과과광 하는 소리를 내는 게 국제 룰이다.
좀 더 전문가처럼 보이게 한다.(중요)
고기보다 야채가 많은 게 더 좋을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안 해 먹는다. 그저 가능성을 말할 뿐이다.
큐브 스테이크의 장점은 빠르게 원하는 만큼 익혀서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칼질을 하는 게 고기가 익는 시간보다 오래 걸릴 것 같다 싶은 사람은 그냥 구워 먹자.
굽다가 자르는 게 아닌 이상 마이야르 반응을 제대로 만들어내긴 어렵다.
작은 고기가 여러 개 있을 때 마이야르에 집중하다 보면 원하는 익힘 정도보다 더 많이 익는 경우가 많다.
특히 레스팅을 생각하면 마이야르에 필요한 조리 시간과 고기의 크기 등 필요한 것들이 전부 채워지지 않는다.
포기할 것은 빨리 포기해야 한다. 괜히 토치를 드는 게 아니다.
파는 가급적 뿌리 부분을 쓰는 편이다. 파란 부분은 익을수록 주눅 들고 식감이 별로지만 흰 부분은 익으면 단맛이 올라오고 수분감이 높아진다. 고기랑 매우 잘 어울린다.
토치를 끌 땐 슈 우우우욱- 하는 소리를 내는 것 역시 국제 룰이다.
사용자가 토치를 안전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중요)
음? 뭐?
불향이라고 믿는 것들은 재료의 탄맛 혹은 사용된 기름의 탄 향이 묻는 경우에 가깝다.
음식점들 중 실제로 태우거나 볶아서 향을 내지 않고 향미를 첨가해서 불향을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가정에서 불향의 느낌을 내기가 쉽진 않다. 그래서 간단한 방법으로 토치로 기름을 태워 향을 입히는데,
이것 또한 가스 향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어 호불호가 갈리는 방법이다.
그렇게만 설명하기 힘든 게, 파랑 마늘은 구워지면서 생 야채에서 나지 않던 향을 만든다.
이건 중식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양식에서도 미 르포 와라는 이름으로 사용된다.
한식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향채들이 기름과 만났을 때 만드는 향이 있다.
이게 고기랑 소금이랑 후추랑 같이 섞이면 고기의 풍미가 정말 많이 올라간다.
그러니까 되게 맛있는 고기 맛이다.
내가 했다.
친구가 많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인가?
친구가 없다는 것의 기준은 또 무엇인가?
복잡한 세상이다.
하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