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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장 Sep 07. 2020

닭볶음탕과 감자칩

소비꾼의 집밥 10

벌써 10번째 음식 포스팅이다. 역시 나는 먹는데 돈을 많이 쓰는 것 같다.
먹기위해 사는건지, 살기 위해 먹는건지를 대체 누가 궁금해하는걸까. 이렇게 쉬운데.
세상 앵겔계수는 나혼자 다 올리고 있다.
끝내주는 닭볶음탕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갈비찜이나 닭볶음탕, 제육볶음은 이상하게 밖에만 나가면 집에서 먹는 것보다 맛있는 것을 먹기 힘들다.
그래서 해 먹기로 했다.
나는 닭이 너무 좋다.


나는 맘스터치를 좋아한다. (매 맞는 거 말고, 패스트푸드 말이다.)

좋아했던 파파이스의 감자튀김과, 좋아했던 KFC의 스파이시 후라이드 치킨을 둘 다 먹을 수 있다.

아마 나 같은 사람이 많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생각했다.
그럼 닭볶음탕에도 감자튀김 먹으면 맛있겠네?



어차피 들어가는 감자, 이번엔 튀겨서 넣어보자 싶어서 그냥 튀겨버렸다.

물론 한 개는 같이 넣었다. 보이진 않겠지만.



다 아는 재료다. 닭이 그냥 클 뿐. 그리고 이 닭은 코스트코 닭이 아니다.


간장은 주로 몽고간장을 쓴다. 감칠맛이 달게 느껴지는 느낌이라 그냥 자주 쓴다.
물론 올리고당, 미림, 마늘, 황설탕, 후추도 들어갔다.
고추장이 많이 들어가면 좀 텁텁하다. 고춧가루가 2: 고추장 1 정도로 잡아본다.


오늘 조리는 압력솥님께서 수고해주실 예정이다. 그래서 큰 닭으로 샀다.

삶거나 끓일 예정이었다면 작은 닭으로 샀겠지만, 압력솥으로 조리할 땐 크고 감칠맛 강한 닭으로 조리를 한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맛있어.


그리고 저 닭 참 맛있다.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크기나 종류가 달라지지만,
나는 우선순위로 가급적 저 닭을 둔다. 다시 생각해도 맛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맛이 좋아진다는 것이므로, 나 같은 돼지들은 그것에 집중하도록 한다. 본질을 잃지 말자.

미르 포와(mire poix)

양식 조리 중에 미르 포와(mire poix)라는 게 있다.

샐러리도 포함하지만, 없는 걸 제외하고 가끔 맛의 기준에 부합할 땐 굽듯이 색을 내준다.

이유를 설명하자니 너무 길다.

그래도 몇 개만 적어본다.


풍미

카로틴

단맛

등이 있겠다.


이런 서양 조리 기법이 한식에도 더 나은 효과를 줄 때가 있다. 되도록 길쭉길쭉하게 썰어서 색을 내는 것에 효율적 이도록 사용하는 게 좋다.

브라운 스톡을 만드는 법을 검색해보면 다들 잘 설명해준다.



카로틴에 대해 찾아보니 흥미로운 내용을 정리해놓은 글이 있길래 첨부해본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tglodyte&logNo=60199107461&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압력솥 비싸다. 그래도 사야 되는데 이유가 있는데, 이게 사진으로 설명이 안된다.

해외에서도 조리과학 기법 중 하나로 Pressure cooking (압력 조리)를 선호하게 되었는데,

압력과 조리시간 등 다양한 점에서 향의 소실이나 재료 자체의 풍미를 잃지 않게 도와줄 뿐 아니라, 끓지 않기 때문에 맑은 육수를 낼 수 있는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꽤 주목받는 조리방식이지만 업장에서 사용하기에 도구가 마땅치 않은 점이 있다. 지금은 어떤 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엄마들이 쓰는데 이유가 있는 거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순서대로 촥촥촥 넣는다. 야채는 밑에 깔려있다.



센 불로 소리 날 때까지 끓이다 중불로 15분 정도, 끄고 뜸 15분 정도 들이고 김 빠지면 한번 확인하고 빼서 확인한다. 감자튀김은 그냥 썰어서 튀겼다. 전분을 빼줘야 고르게 나오지만 그냥 튀겨버렸다. 귀찮다.


몰랐는데 야채를 위로 올리고 닭을 밑으로 까는 분들이 많았다.
이게 채수로 닭을 익힐 것인가, 닭 육수로 야채를 익힐 것인가 같은 거라 나는 닭을 위로 올렸다.
 물론 압력솥에선 의미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냥 느낌적으로 이게 더 맛있을 것 같다 싶으면 그렇게 하자.


밥을 해야 한다. 식탁에 탄수화물은 많으면 많을수록 맛있다. 다들 몰라서 안 먹는 게 아니다.

닭볶음탕 양념 남은 거 밥이랑 비비고 볶고 참기름 촥 해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를 리가 없다.


모른다고? 좋겠다. 당신은 세상에 즐겁고 행복할 일을 하나 남겨두었다.



맛을 아는 입장에선 사진만 봐도 맛있어.

조리과정 주의사항


압력솥이 없으면 전기압력밥솥으로도 된다. "압력"이 중요한 것이다.


조심해야 한다. 압력솥의 압이 빠지는 순간, 압이 다 안 빠졌는데 억지로 열려고 하는 순간, 전부 화상의 위험이 뒤따른다.


닭볶음탕의 닭은 가급적 비싸고 뼈 있는 놈이 좋다.


감자를 튀기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얇고 균일하게 썰자. (채칼로 썰면 된다.) 다 썰었다면 물에 담가서 전분기를 빼줘야 하는데, 중간에 물을 계속 갈아줘야 색깔이 이쁘게 나온다. 세 번 정도 15분 간격으로 갈아주자. 반나절도 담가놓는 것 봤다. 그리고 꺼내서 말려라. 수분기가 안 남을수록 맛있고 바삭하게 튀겨진다. 한 30분 정도 말리면 좋지 않나 싶다.


자, 내 감자칩이 왜 파는 것처럼 예쁜 색이 안 나왔는지 이해했나?



압력솥을 사용하면 머슬마니아 근육질의 닭이라고 해도 부드러운 살결로 변할 것이다. 뼈를 들자마자 똑 떨어지는 놈을 양념에 흠뻑 찍어 감자칩과 함께 먹으면 그 식감과 맛은 나를 돼지로 만들어준다. 다 닭 때문이다.




예상 질문 미리 대답하기



패스트푸드의 한식화인가?

그냥 모티브가 그렇다는 거다. 말하고 나서 생각났는데 요즘 모TV 너무 재밌다. 본 적 있나?



조리과정이란 게 딱히 없다.

맞다. 압력솥의 가장 큰 장점은 재료 한 번에 넣고 뚜껑 닫고 부리면 음식이 되어 있다.

창조 노동이다. 내가 안 한다. 심지어 그냥 끓일 때보다 훨씬 빠르고 맛있다.

그 사이 룰루랄라 주변 정리하고 감자칩 튀겼다.(왜 예쁜 색이 안 나왔는지 이해했나?)

주목받는 조리기 법인 덴 이유가 있지 않겠나. 세상에 나만 게으른 거 아니다. 우린 먹을 때만 성실하면 된다.



압력솥 매니안가?

마니아 까진 아니지만 장점이 많다.

압력솥 하면 우리나라인 게 취사를 압력으로 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약재 달일 때 쓰는 통이 압력솥이다. 그 왜 약방 가면 엄청 큰 솥인데 위에 압력 표시되는 거 있잖은가. 꽤 오래전부터 다양한 곳에서 사용하고 있다.



닭의 뼈에 집착하는 것 같다.

그렇다. 고기는 무조건 뼈에 붙은 놈이 최고다. 성장과정에서도 뼈에 붙은 놈이 더 맛있기 마련이고, 조리과정에서도 뼈에 붙은 놈이 뼈에서 나오는 맛을 더 많이 필요로 하며, 국물을 내는 과정에서도 살로만 낸 친구랑 뼈가 있는 친구가 가진 깊이가 다르다. 물론 필요에 따라 살로만 육수를 내기도 하지만, 이렇게 복합적인 맛을 가진 음식을 할 땐 무조건 뼈 있는 놈이 최고다. 어우 상상만 해도 맛있어. 이래서 고기를 못 끊는다.




미르 포와 같은 걸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나?

요리 안 하는 친구들한테 그런 거 설명하면 다 똑같은 표정으로 동공에 초점이 풀린다.

바이오(확실하지 않다) 쪽에서 일하는 친구가 자기가 하는 일 이야기한 적 있는데 비슷한 표정 지었던 것 같기도 하다.


살면서 그날만큼 외계인에 대해서 생각했던 날이 없었다. (이건 확실하다)


그러고 보니 친구가 결혼할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직업이 광뭐 통신망 어쩌고 해서 매가패스 같은 거냐 그랬더니 그 뭐 비슷한 건데 망 어쩌고 하길래 메가패스네, 좋은 일 하시네 하고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그 친구도 와이프가 무슨 일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세상에 직업이 참 많구나 했다.
밥이 최고다 진짜. 양념을 남겨뒀다는 사실이 너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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