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꾼의 집밥 10
벌써 10번째 음식 포스팅이다. 역시 나는 먹는데 돈을 많이 쓰는 것 같다.
먹기위해 사는건지, 살기 위해 먹는건지를 대체 누가 궁금해하는걸까. 이렇게 쉬운데.
세상 앵겔계수는 나혼자 다 올리고 있다.
끝내주는 닭볶음탕이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갈비찜이나 닭볶음탕, 제육볶음은 이상하게 밖에만 나가면 집에서 먹는 것보다 맛있는 것을 먹기 힘들다.
그래서 해 먹기로 했다.
나는 맘스터치를 좋아한다. (매 맞는 거 말고, 패스트푸드 말이다.)
좋아했던 파파이스의 감자튀김과, 좋아했던 KFC의 스파이시 후라이드 치킨을 둘 다 먹을 수 있다.
아마 나 같은 사람이 많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생각했다.
그럼 닭볶음탕에도 감자튀김 먹으면 맛있겠네?
어차피 들어가는 감자, 이번엔 튀겨서 넣어보자 싶어서 그냥 튀겨버렸다.
물론 한 개는 같이 넣었다. 보이진 않겠지만.
간장은 주로 몽고간장을 쓴다. 감칠맛이 달게 느껴지는 느낌이라 그냥 자주 쓴다.
물론 올리고당, 미림, 마늘, 황설탕, 후추도 들어갔다.
고추장이 많이 들어가면 좀 텁텁하다. 고춧가루가 2: 고추장 1 정도로 잡아본다.
오늘 조리는 압력솥님께서 수고해주실 예정이다. 그래서 큰 닭으로 샀다.
삶거나 끓일 예정이었다면 작은 닭으로 샀겠지만, 압력솥으로 조리할 땐 크고 감칠맛 강한 닭으로 조리를 한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맛있어.
그리고 저 닭 참 맛있다.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크기나 종류가 달라지지만,
나는 우선순위로 가급적 저 닭을 둔다. 다시 생각해도 맛있다.
미르 포와(mire poix)
양식 조리 중에 미르 포와(mire poix)라는 게 있다.
샐러리도 포함하지만, 없는 걸 제외하고 가끔 맛의 기준에 부합할 땐 굽듯이 색을 내준다.
이유를 설명하자니 너무 길다.
그래도 몇 개만 적어본다.
풍미
카로틴
단맛
등이 있겠다.
이런 서양 조리 기법이 한식에도 더 나은 효과를 줄 때가 있다. 되도록 길쭉길쭉하게 썰어서 색을 내는 것에 효율적 이도록 사용하는 게 좋다.
브라운 스톡을 만드는 법을 검색해보면 다들 잘 설명해준다.
카로틴에 대해 찾아보니 흥미로운 내용을 정리해놓은 글이 있길래 첨부해본다.
압력솥 비싸다. 그래도 사야 되는데 이유가 있는데, 이게 사진으로 설명이 안된다.
해외에서도 조리과학 기법 중 하나로 Pressure cooking (압력 조리)를 선호하게 되었는데,
압력과 조리시간 등 다양한 점에서 향의 소실이나 재료 자체의 풍미를 잃지 않게 도와줄 뿐 아니라, 끓지 않기 때문에 맑은 육수를 낼 수 있는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꽤 주목받는 조리방식이지만 업장에서 사용하기에 도구가 마땅치 않은 점이 있다. 지금은 어떤 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엄마들이 쓰는데 이유가 있는 거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센 불로 소리 날 때까지 끓이다 중불로 15분 정도, 끄고 뜸 15분 정도 들이고 김 빠지면 한번 확인하고 빼서 확인한다. 감자튀김은 그냥 썰어서 튀겼다. 전분을 빼줘야 고르게 나오지만 그냥 튀겨버렸다. 귀찮다.
몰랐는데 야채를 위로 올리고 닭을 밑으로 까는 분들이 많았다.
이게 채수로 닭을 익힐 것인가, 닭 육수로 야채를 익힐 것인가 같은 거라 나는 닭을 위로 올렸다.
물론 압력솥에선 의미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냥 느낌적으로 이게 더 맛있을 것 같다 싶으면 그렇게 하자.
밥을 해야 한다. 식탁에 탄수화물은 많으면 많을수록 맛있다. 다들 몰라서 안 먹는 게 아니다.
닭볶음탕 양념 남은 거 밥이랑 비비고 볶고 참기름 촥 해서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 모를 리가 없다.
모른다고? 좋겠다. 당신은 세상에 즐겁고 행복할 일을 하나 남겨두었다.
압력솥이 없으면 전기압력밥솥으로도 된다. "압력"이 중요한 것이다.
조심해야 한다. 압력솥의 압이 빠지는 순간, 압이 다 안 빠졌는데 억지로 열려고 하는 순간, 전부 화상의 위험이 뒤따른다.
닭볶음탕의 닭은 가급적 비싸고 뼈 있는 놈이 좋다.
감자를 튀기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얇고 균일하게 썰자. (채칼로 썰면 된다.) 다 썰었다면 물에 담가서 전분기를 빼줘야 하는데, 중간에 물을 계속 갈아줘야 색깔이 이쁘게 나온다. 세 번 정도 15분 간격으로 갈아주자. 반나절도 담가놓는 것 봤다. 그리고 꺼내서 말려라. 수분기가 안 남을수록 맛있고 바삭하게 튀겨진다. 한 30분 정도 말리면 좋지 않나 싶다.
자, 내 감자칩이 왜 파는 것처럼 예쁜 색이 안 나왔는지 이해했나?
압력솥을 사용하면 머슬마니아 근육질의 닭이라고 해도 부드러운 살결로 변할 것이다. 뼈를 들자마자 똑 떨어지는 놈을 양념에 흠뻑 찍어 감자칩과 함께 먹으면 그 식감과 맛은 나를 돼지로 만들어준다. 다 닭 때문이다.
그냥 모티브가 그렇다는 거다. 말하고 나서 생각났는데 요즘 모TV 너무 재밌다. 본 적 있나?
맞다. 압력솥의 가장 큰 장점은 재료 한 번에 넣고 뚜껑 닫고 부리면 음식이 되어 있다.
창조 노동이다. 내가 안 한다. 심지어 그냥 끓일 때보다 훨씬 빠르고 맛있다.
그 사이 룰루랄라 주변 정리하고 감자칩 튀겼다.(왜 예쁜 색이 안 나왔는지 이해했나?)
주목받는 조리기 법인 덴 이유가 있지 않겠나. 세상에 나만 게으른 거 아니다. 우린 먹을 때만 성실하면 된다.
마니아 까진 아니지만 장점이 많다.
압력솥 하면 우리나라인 게 취사를 압력으로 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약재 달일 때 쓰는 통이 압력솥이다. 그 왜 약방 가면 엄청 큰 솥인데 위에 압력 표시되는 거 있잖은가. 꽤 오래전부터 다양한 곳에서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 고기는 무조건 뼈에 붙은 놈이 최고다. 성장과정에서도 뼈에 붙은 놈이 더 맛있기 마련이고, 조리과정에서도 뼈에 붙은 놈이 뼈에서 나오는 맛을 더 많이 필요로 하며, 국물을 내는 과정에서도 살로만 낸 친구랑 뼈가 있는 친구가 가진 깊이가 다르다. 물론 필요에 따라 살로만 육수를 내기도 하지만, 이렇게 복합적인 맛을 가진 음식을 할 땐 무조건 뼈 있는 놈이 최고다. 어우 상상만 해도 맛있어. 이래서 고기를 못 끊는다.
요리 안 하는 친구들한테 그런 거 설명하면 다 똑같은 표정으로 동공에 초점이 풀린다.
바이오(확실하지 않다) 쪽에서 일하는 친구가 자기가 하는 일 이야기한 적 있는데 비슷한 표정 지었던 것 같기도 하다.
살면서 그날만큼 외계인에 대해서 생각했던 날이 없었다. (이건 확실하다)
그러고 보니 친구가 결혼할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직업이 광뭐 통신망 어쩌고 해서 매가패스 같은 거냐 그랬더니 그 뭐 비슷한 건데 망 어쩌고 하길래 메가패스네, 좋은 일 하시네 하고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그 친구도 와이프가 무슨 일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세상에 직업이 참 많구나 했다.
넥스트 음식
맑고 깔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