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N번째해를 맞이하여
살다 보니 오늘이 되었다.
또 한 살을 더 먹었다.
그래, 야심 차게 준비했던 프로젝트를 오늘부터 시작하는 거야!
생일이라고 별다르지는 않나 보다.
어떤 날에 큰 의미를 둔다기보다
어떤 순간이든 의지를 갖고 달려드면 될 것을...
최근에 더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서인가?
왠지 모르겠지만 감사하게도
작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줬다.
바쁘게 앞을 달려보고 오느라 몰랐는데
감사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나를 기억하고
내 안부를 물어봐주었다.
안부를 누군가 물어봐주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감사한 것이었구나.
그동안 연락해볼까 말까 한 사람들에게
특히 생일이라고 알람이 뜨는 사람들에게
연락하지 않고 외면했던 나 자신의 모습이
기억 속에 스쳐가며 차가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면서도
스스로 반성할 거리를 찾았다.
항상 내 인생의 큰 주제이며
떼려야 뗄 수 없는 대. 주. 제.
바로 '나'에 대한 질문이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에게 얼마나 안부를 물었는가?
나 자신을 얼마나 진심으로 살펴보았는가?
나 자신을 얼마나 진심으로 집중해서 관찰하였는가?
나에 대한 진심을 담아
진심으로 집중을 해서
나 자신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여러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많은 것들은 조금 전,
오늘, 어제, 아니면 며칠 전에
짧든 길든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거나
오래 붙들고 있던 것들이다.
다시 스쳐 지나가는 것을
붙잡지 말고 바라보자.
그렇게 지나가고,
지나가고,
또 지나가고...
다시 지나가는 생각을
살짝 엿보면
실로 오래되어 보이는
때로는 왠지 모르게 익숙하고
왠지 모르게 낯선 생각들이
쓰윽 쓰윽 스쳐 지나간다.
어쩌면 내 기억과 내 시간보다도 오래된...
그런 오랜 생각들이
유영하듯이 지나쳐간다.
내가 나라고 생각한 내 존재보다도
그 시작점을 아득히 지나서
더 위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 생각은 무슨 생각일까
누구의 생각일까
그 오랜 생각들을
잠시 들여다보면
놀랍다.
경이롭다.
잠시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다시 돌아온다.
애초에 이 모든 게 나 자신을
바로 바라보자는 것에서 시작한 것이니...
그런데 궁금하다.
이 많은 생각들 중에서
어떤 생각이 가장 오래됐을까
어떤 생각이
나의 몸을 거슬러 올라가
여러 시공간을 거쳐서
가장 먼저 존재하던 생각일까
어렴풋이 짧나마 본 거 같다.
다른 건 몰라도...
나 자신의 반성으로 시작해서
여러 생각들을 훑어본 덕분에
어찌어찌 글 하나는 쓰게 됐다.
그 대신에 생각의 무수한 바다에서
부끄러움을 잃어버리고 온 거 같다.
꾸준한 글쓰기에 대한 은근한 강요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해왔다.
매일은 아니지만 그 덕분에 어찌어찌
가끔씩 글을 쓰고는 한다.
다만 이 행태 자체가 부끄러워서
혹은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글을 써도 항상 비밀글로만 남겨뒀다.
그런데 어떤 아주 오래된
제일 오래된...
것이 아닐까 내가 생각이 드는
그 생각을 잠시 훔쳐보니
뭣땀시 이렇게 혼자 끙끙 앓아대나 싶다.
못나면 못난대로...
잘나면 잘난 대로...
라고 세상을 나누고
사물을 구분하고
생각을 한다면
그 인지와 생각과 판단을
얼마나 깊게 한다고 하는 것이더냐.
무슨 부귀영화와 행복을 누린다고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던 것이더냐.
그냥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하고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바라보고
인정하고 포용하고
그 상태로 거하는 게
그렇게도 어려웠던 것이더냐...
응, 쉽지는 않지...
어쨌든 덕분에...
비록 자정은 넘긴 시간이지만
'글을 자연스럽게 꾸준히 스윽스윽 다시 써보기 시작하세'
프로젝트는
1일 차 미션을 달성한 것으로 보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