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브런치]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은?
황당한 질문이다.
가장 좋아하는 책?
가장 좋아하는 책이 있을 수 있나?
당연히 고르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질문은 나에게 황당하게 들렸다.
아니, 사실을 말하자면 다를 당황하게 만드는 질문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기억하는 한, 내가 이 질문을 살면서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주변에서 책을 좋아하고, 또 잘 사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눈에 들어오는 책이 있으면 지름신이 강림해서 뒤도 안 돌아보고 결제해버린다.
그러고 나서는?
책장 한 귀퉁이에 고이 안치되거나, 데이터 한 뭉치로 하드디스크의 회로와 합일이 되어버린다.
딴 곳에다가는 돈을 잘 안 쓴다고 생각하는데, 유독 책만큼은 예외이다.
"그 많은 책들을 언제 다 읽으려고?"
라는 질문이 들어오면 넉살 좋게
"언젠가는 읽겠지 뭐."
라고 응수해왔었는데,
이제는 그게 가능할까 싶은 수준이다.
전자책은 얼마나 휴대성이 좋은지, 또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PDF 파일이며, 구독 서비스로 볼 수 있는 책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제는 도서관에 가지 않더라도 내가 보유, 대여, 구독 등의 형태로 내가 볼 수 있는 책들만 수천 권이다.
만약에 이런 책들이 내 애인들이었다면, 나는 진작에 몸뚱이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겨 남아나지 못했으리라...
애정과 열정을 듬뿍 담은 눈길 한 번 주고 상대가 응답을 했을 때, 매몰차게 떠나버리는 못된 놈이 아니고서야 뭐겠는가?
때로는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 디지털 책장에 수두룩하게 표지를 내밀고 있는 책들이 떼를 지어서 말을 걸어오는 것 같기도 했다.
'제발 나를 읽어줘~~~'
그러면 더 보기 싫어서 아예 외면해버리는 상황도 생겨나고야 만다.
생각해보면 단순하다.
나는 한순간에 하나의 생각밖에 하지 못하고,
책 역시 한 순간에 한 권을 선택해서 읽을 수밖에 없다.
필요에 따라서 그때마다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읽어나가리라.
그래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은 무엇인가?
그것에 대한 내 답은...
아무리 용을 써서 떠올려보려고 해도
'없다'이다.
결코 다른 책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 아니다.
정말 없다.
내가 재미있게 봤거나, 감명 깊게 읽은 책, 도움이 되었던 책 등은 있겠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지금 상태에서 정말 없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이 책은 이래서 좋거나 싫고, 저 책은 이래서 좋거나 싫고의 평은 끝없이 늘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책은 없다.
질문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당신은 왜 가장 좋아하는 책이 없나요?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로 말이다.
그렇다, 나도 그게 궁금해서 지금 이 글을 계속 쓰고 있다.
생각해보면 아마도 딱히 책을 책으로써 애정을 갖고 보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뭐라고...?
책을 수백 권을 산 전적이 있는 북 콜렉터님께서 할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곰곰이, 담담하게 생각해보자.
책은 더 지혜로워지고 현명한 선택을 내려서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나의 욕망이 계속 투영되고 있는 대상이다.
그리고 엄밀히 따져보면 책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이미 나 자신으로부터, 그리고 삶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
책을 통해서 아무리 많은 정보와 지식을 얻는다고 해도, 내가 올바르게 스스로를 바라보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맞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책을 더 이상 책으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에, 목적을 위해 다다가는 무수한 수단들로 보기 때문에 딱히 애정을 갖지 않았던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책에 대한 애정이 딱히 없다.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필요한 텍스트와 생각의 구조를 담고 있는 것이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생각을 스스로 짜임새 있게 풀어나가지 못했던 순간에 책을 통해서 그 간극을 메꿔보려는 알량한 생각이 책에 대한 구매로 이루어졌던 것 같다.
'이미 나 자신, 내 내면에 답이 있는데 굳이 책을 사서 소장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자문을 던져본다.
좋아하는 책은 없다는 결론을 냈지만, 좋아하는 문구는 다른 글에서 썼다.
여러 책과 글에서 언급이 되는 문구인만큼 대답을 이것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https://brunch.co.kr/@choigaon/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