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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가장 ‘나 답다’라고 생각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한달: 브런치] Day13.

by 가온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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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최근에 가장 ‘나 답다’라고 생각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어떤 것이 나 다운 것인가


나 답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전에 ‘나’라는 존재를 먼저 생각해보아야 한다.

나는 내가 갖고 있는 ‘개체성’‘전일성’으로 나눌 수 있다.

개체성이란 말 그대로 개인, 한 사람의 존재로서 내가 갖고 있는 특성과 특징 등을 총체적으로 아우른 것이다.

전일성이란 ‘일즉다 다즉일 중중무진’의 원리에 따라서 우주의 일부이면서 우주 그 자체인 나의 특성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나 다움’을 이야기할 때 거론하는 것은 ‘개체성’이다.

남들과 다르게 내가 더 두드러지는 특징이나 특성 같은 것 위주로 말이다.


나 역시 개체성을 빼놓고 나, 그리고 다른 대상을 이야기하기 어렵다. 우리가 자아를 갖고 삶에서 역할을 수행하는데 남들과 다르게 나 자신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전일성’의 개념을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개체성’은 그 자체로는 존립하지 않는다.


전일성


전일성은 우주, 그리고 모든 것과 동등한 나, 그런 수준의 나를 그 생각을 갖고 바라보아야지만 보이는 특성이다.

일반적인 육안이나 평상시의 생각과 감정으로 접근해서는 보기 어려운 특징이다.

이 단계에 조금이라도 접근해서 바라보게 된다면 전일성의 특징은 언제나 내 안에서 작동하고 있었음을, 그렇지만 내가 그것을 인지하지 못했음을 깨닫게 된다.


이 특성은 특별한 누군가에게만, 특별한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 모든 존재가 보편적이고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특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특성으로 너와 나를 구분 짓고, 내 것과 네 것을 구분 지을 수 없다.

그렇지만 이 특성 때문에 우리가 인지하든 그렇지 못하든 우리는 항상 연결되어 있고, 그 연결된 것을 바탕으로 서로를 인지하고 관계를 맺고, 생각을 하고 감정을 투영할 수 있는 등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

개체성전일성의 바다 위에 떠있는 지극히 작은 기포 같은 것이다.


물론 지금 생각을 하고 인지능력을 십분 발휘하면서 살아가는 나는 개체이다.

전일성의 개념 운운하는 것도 결국에는 개체로서의 내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개체성을 통해서 다시 전일성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이 생각을 갖고 있다면 내가 나 답지 않을 수 있는 순간은 단 한순간도 없다.

내가 생각해보지 못했고, 경험하지 못했던 나의 모습도 언제든지 튀어나올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모두 나이다.

전일성으로서의 나이기도 하고, 잠재되어있다 발현되는 나의 개체성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때때로 종종, 하루에도 여러 번 ‘전일성’으로서의 나를 망각하고 ‘개체성’으로서의 나를 부분적으로, 또는 왜곡되게 바라볼 때가 있다.

그렇지만 상황 속에서 드러난 나 자신이 얼마나 마음에 들던, 들지 않았던, 그것은 모두 나 자신이고 나 다운 것이다.

그것은 내 개인적인 선악 판단과 호 오판단을 떠나서 있는 그대로 나인 것이다.



Q2. 얼마 만에 느낀 ‘나 다움’인가요?


존재에 대한 확신


하루에도 여러 번 망각과 깨달음을 반복하지만, 나는 언제나 나이며, 개체성과 전일성으로서의 나를 항상 함께 바라보려고 한다.

이제는 그러한 훈련이 어느 정도 되어서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감정적으로 요동칠 때도 있지만, 나 자신을 더욱 잘 알아가고 바라보는 힘이 생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담담하게 바라보려는 노력을 한다.

다시 말해서, 바라보기 훈련 덕분에 나 자신이 이질적으로 느껴지거나 너무 기특해 마지못한다거나 하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내 존재에 대한 확신이 커지고, 그 증거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것이 진정으로 나 다운 것을 넘어서서 나의 존재 의의에 대한 답이 되기 때문이다.



Q3. 당신의 ‘나 다움’을 드러내는 슬로건은 무엇인가요?


일즉다 다즉일 중중무진


항상 냉철한 의식을 갖고 바라보다 보면 언제나 전일성이 나의 개체성보다 크다는 것, 그리고 개체성마저 전일성 속에서 작동하는 메시지가 나에게 다가온다.

살면서 다양한 사회 모임을 갖게 된다.

물론 그럴 때에는 내가 생각하는 전일성의 개념이나 나의 생각을 쉽게 드러내지는 않는다.

개체성을 드러내야 하는 시간과 장소와 상황에서는 그에 맞춰서 나 자신을 소개한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그 생각과 나를 정의 내리는 것이 항상 상대적이고, 가변적이고, 임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생각의 근간에는 ‘전일성’의 개념이 항상 자리 잡고 있다.

그렇기에 적어도 이 브런치 공간에서 내가 솔직하게 글로써 표현한다면 그것은


일즉다 다즉일 중중무진


이 될 것이다.


그 뜻을 해석하자면 이와 같다.


하나가 곧 전체이며, 전체가 곧 하나이다.
그리고 그것이 끊임없이 반복되며 겹쳐져 있다.


화엄경에 나오는 문구들이다.


이는 내가 전에 작성했던 글에도 명시한 적이 있다.



다시 한번 이 구절에 담긴 뜻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나 자신을 바라보는 것으로 글을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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