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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리 Jun 22. 2021

사과

 만약에 나의 두 아들이 먼 훗날 엄마를 떠올렸을 때 어떤 음식이 생각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도 '사과'라고 답할 것 같다. 사과가 정성스레 만든 음식은 아니지만, 아침마다 사과를 꼭 챙겨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최근 사과를 더 필사적으로 챙기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면역력과 건강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난 파워를 가진 코로나 바이러스여도 건강한 면역을 가진 사람을 당해낼 재간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루 사과 한 알이면 의사를 멀리 할 수 있다는 영국의 속담처럼, 사과는 면역을 강화해주는 영양소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사과를 매일 챙겨주다가 똑 떨어져서 며칠 챙겨주지 못했더니 둘째 아이가 코를 훌쩍였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으나, 하필이면 사과를 며칠 챙겨주지 못했을 때 감기가 들었기에 '사과'의 위대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좋은 것도 자주 주면 물린다는 말처럼, 매일 아침 사과를 주니 아이들이 슬슬 사과를 남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하나를 반으로 나눠 주었는데도 남기고 학교에 가버렸다.


 누렇게 변한 사과지만 버리지 못하고 내가 먹기 시작했다. 기분 탓일까? 빈 속에 사과를 먹었을 뿐인데 뭔가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얼마 전에는 잔여백신 신청을 해서 아스트라제네카를 맞았는데, 밤새도록 오한과 두통으로 잠을 자지 못했다. 타이레놀을 먹었는 데도 머리가 계속 아팠다. 백신을 통해 약간의 균만 들어왔는 데도 이 정도로 아픈데, 실제로 걸리면 얼마나 아플지 겁이 날 정도였다.


 더욱이 입맛도 없었다. 웬만하면 입맛이 없는 경우가 없는 나였기에 신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백신을 맞고 잘 먹고 잘 쉬어야 한다는 말이 있어서 무엇인가를 먹어야 했다. 그때 사과가 떠올랐다. 내게 있어 사과는 '건강한 면역 덩어리'가 아니던가?


 사과를 잘 닦아서 껍질째 우걱우걱 씹어먹었다. 입맛은 없는데 달콤한 사과는 먹을만했다. 사과 하나를 다 먹고 타이레놀 두 알을 먹은 나는 다시 자리에 누웠다. 열을 재보니 38.3도였다.


 두 시간쯤 잤을까? 깨어 체온을 재보니 정상 체온이었다. 그리고 머리 아픈 증상도 전혀 없었다.


 나는 생각했다.

 '사과 덕분이야.'


 이후로도 열은 나지 않았고 두통 증상도 말끔히 사라졌다. 사과 덕분인지 타이레놀 덕분인지 알 수 없으나, 확실한 것은 '건강'이 최고라는 사실이다. 아파보니 얼마나 삶의 질이 떨어지는지 알 수 있었다.


 매일 사과 한 알을 먹으며, 건강한 오늘을 살 것을 다짐해본다.

 아프면 무슨 소용인가? 건강해야 이렇게 글도 쓰고, 사랑하는 아이들도 더 사랑스럽게 바라볼 수 있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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