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 여덟, 따로 또 같이

기쁘게 살기 프로젝트

by 류혜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일에 참견하고, 제 마음대로 핸들러가 되려는 욕심을 부린다면 단연코 그 가정은 불행하다. 유난히, 한국 사회에서 그런 일들이 자주 벌어지는 이유는 끈끈한 '정'을 중요시하는 '가족 중심'의 마인드 때문이다.


나 또한, 어린 시절 엄마의 많은 관심 속에서 자랐다. 엄마는 나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나의 진로 그리고 나의 인생을 엄마 마음대로 해주길 바랬다. 하지만 자아가 강했던 나는 번번이 엄마의 말을 거역했고, 그로 인해 '너는 참 별난 애'라는 말을 듣고 자라야 했다. 그 끈을 완전히 끊어버린 것은 결혼 이후다. 결혼 전까지는 자신의 소유라 생각했던 엄마는 매우 보수적인 부분이 있어, 결혼 후에는 '출가외인'이라는 틀 속에 나를 집어넣었다. 물론, 여전히 김치도 담가주시고 종종 만나지만 예전처럼 나의 인생에 대해 핸들을 잡으려 하지 않으신다.


두 아이를 키우며, 나도 모르게 내가 아이들 인생의 핸들러가 되려고 한 적이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내 뜻대로 해주지 않아 화가 나고, 문제가 있어 보이기까지 했다. 내가 원하는 학원에 가주지 않거나, 내가 주는 음식을 먹지 않거나, 내가 골라주는 옷을 입지 않으면 '쟤는 대체 왜 저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열세 살이 되는 아이가


"제가 알아서 할게요."

하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말은, 내가 내 엄마에게 자주 하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깊은 깨달음과 묵상 속에서 나는 결심했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들의 인생을 내 마음대로 하지 않겠다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컴퓨터 방에 홀로 앉아 글을 쓰고 있고,
열세 살 짜리 아이는 스스로 수학 숙제를 풀고, 포토샵 배우는 것이 재미있다고 집중하고,
남편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누워있고,
여섯 살짜리 아이는 깊은 잠에 들었다.


각자의 인생에 푹 빠져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거나 애정이 없는 것이 아니다.
각자 자신의 일에 집중하다가도 함께 모여 음식을 먹고, 서로의 인생을 이야기한다.


따로 또 같이.


이것은, 서로를 행복하게 해주는 기쁨이다.


가족은 늘 '하나'여야 한다는 마음으로, 같은 프로그램을 억지로 같이 보거나 함께 독서하는 시간을 갖는다거나, 서로의 취향과 상관없이 같은 영화, 같은 음악을 듣지 않아야 한다. 취향이 같다면 다행이지만, 다른 취향을 함께 하자고 강요하는 것은 서로 좋을 것이 없다.


집착 없이, 때로는 같이, 때로는 따로 있어야 더 사랑할 수 있다.


이 사실을 일찍 깨닫고 살아가는 오늘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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