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게 살기 프로젝트
겨울비가 이틀째 내리고 있다. 장 본 지 좀 된 것 같아, 마트에 가야 하는데 몸이 본능적으로 거부한다. (어째, 뒷목이 좀 당기고 어깨도 많이 결리는 느낌적인 느낌)
이제 여섯 살이 된 둘째가 방학이라, 아이를 데리고 마트에 가서 경험하게 될 많은 일들이 떠올랐다. (이것 사 달라, 저것 사 달라, 저기 가자, 여기 가자.. 휴..)
'마트는 무리다. 냉장고 파 먹자'
가 오늘의 결론이다.
양문 냉장고를 열었다. 냉동과 냉장이 꽤 비어있다. 과연, 살림하는 여인네의 냉장고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스산한 풍경이다.
어느새, 아이가 쪼르르 달려와 함께 냉장고를 구경한다.
"음~ 이게 뭐야. 냉장고가 텅텅 비었잖아~"
"핫 하하하~ 귀염둥이! 무슨 소리! 엄마 눈에는 먹을 것이 엄청 많아 보이는데!"
아이는 이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레고 블록 쪽으로 쪼르르 달려간다. 아이는 모른다. 살림 9단, 엄마 눈에는 무궁무진한 요리 재료가 보인다는 사실을! 음하하하하!!
김치통을 꺼냈다. 김치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안고!
김치 한 포기를 꺼내 물에 깨끗이 씻었다. 그리고 송송 썰어, 밀가루 조금, 계란 3알, 소금 조금, 간장 조금 넣고 쉐이킷! 쉐이킷! 앗, 지난 추석에 받은 선물세트 속 참치 통조림도 하나 꺼내 넣었다. 그리고, 달군 프리이팬에 기름 듬뿍 넣고 지글지글 구웠다.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진정한 주부 9단!
냠냠 쩝쩝! 소리까지 내며 맛있게 먹는 아이를 보며 알 수 없는 '승리감'이 떠오른다. 비 오는 날, 부침개는 그야말로 찰떡궁합이기에!
'엄마 최고'를 외치며, 두 장이나 먹는 아이가 사랑스럽다.
자신감만 충만한 엄마의 요리가 일류 요리사에 비할 맛이었을까? 아이는 '엄마'인 내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맛'을 느끼는 것일 게다.
텅텅 비어 있는 냉장고 속에서 '음식'을 만들어내는 엄마!
그래, 나는 그런 사람이다. 내 아이는 오늘 내 사랑과 정성을 먹었다.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