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 아홉, 자유의지

기쁘게 살기 프로젝트

by 류혜진


성격이 다른 두 선배님이 있다.


한 선배님은 무엇을 말하든 따뜻하게 웃어주며 잘 들어주신다. 그리고 어떤 고민을 말하든 결론을 내주기보다는 나 스스로 답을 찾고 선택하도록 대화를 이끌어가신다. 단점이 있다면 너무 열린 결말이라, 나 스스로 결론을 낼 때까지 더 묻지 않으신다. 그래서 때로는 내게 관심이 없어 보이신다.

현 선배님은 내가 조금이라도 힘들어하면 당장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묻는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해준다. 그 경험담 속에서 현 선배님의 의견이 드러난다. 나는 또 그것을 잘 알아차리지만 모른 척 다 듣고만 있는다. 현 선배님은 내가 어떤 결론을 낼 때까지 관심을 가져준다. 때때로 관심이 너무 깊어, 내 인생에 너무 개입하신다는 느낌까지 든다.


두 선배님은 정말 매우 판이하게 다른 분이시다. 그 두 선배님과 1년 넘게 활동하며,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느꼈다. 완벽한 사람은 없겠지만, 나는 때때로 그 두 선배님을 비교하기도 했다. (물론, 나 혼자, 내 마음속에서만)

결론은, 두 분 다 좋은 분이시라는 것이다. 두 분의 성격이 다를 뿐, 모두 나를 진심으로 위해주었다. 그런데 나는 그 두 분을 비교했다. 비교하며 누가 옳고 그르다는 것이 아니라, 내 상황과 내 필요에 따라 '한 선배님 스타일이 더 좋네, 현 선배님 스타일이 더 좋네'를 판가름하고 있었다.


참으로 못된 후배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말이다.
이렇게 인간의 간사함을 깨닫는다. 나를 통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이라면, 상담자로서의 주관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살다 보면, 가족이, 친구가, 후배가, 동료가 자신의 고민을 가득 안고 내게 다가온다. 그때마다 나는 어설픈 조언과 대처로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며칠 후, 내 조언과는 별개의 판단과 결정을 내린 그들에게 서운함을 느꼈다.


'제 마음대로 할 거면서, 뭐하러 물어봤대?'


하는 마음이 든 것이다. 더불어 나의 시간이 아까웠다.
내가 선배님들께 했던 것들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인간은 배워가는 동물이다.
인간은 점점 깨달아가는 동물이다.
인간은 어제의 나를 잊고 오늘의 내가 전부인 줄 아는 동물이다.
인간은 어차피 제 마음대로 사는 동물이다.


오늘, 문득 서로 다른 상담 스타일의 두 선배님이 떠오른 것은 내게 전화를 걸어 고민 덩이를 잔뜩 풀어놓은 친구 때문이다. 친구는 두 시간 넘게 자신의 고민을 내게도 덜어주더니, 결국 제 의지대로 결론 내렸다.


이를 통해,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신 하나님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나는 상담자로서 그들이 어떤 결론을 내리도록 종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그 사람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도록 지켜봐 주고 기도해주는 수밖에.


앞으로도 많은 날, 누군가의 인생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개입하게 될 내가 가져야 할 자세를 알게 되어 감사하다.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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