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 열 하나, 함께 살아있음
기쁘게 살기 프로젝트
인생을 기쁘게 살기 위해서, '기쁘게 살기 프로젝트'라는 타이틀을 달고 글을 써오는데 최근 전혀 기쁠 것이 없는 상황으로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2019년, 1월 24일.
대학병원 간호사인 형님에게 보건복지부 공문이 도착했다. 민족 대명절인 설을 맞이하여 가족들 모두 모여 있는데 날아든 그 공문에는 '우한 폐렴'으로 긴급 소집될 수 있으니 긴장하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도, '우한 폐렴'이 가져올 어마어마한 파장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중국에서 그런 일이 있다는데, 설마 우리나라까지 영향이 있겠어? 그전에 어떻게든 수습되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웬일...
갑자기 뉴스에서 심각한 멘트들이 쏟아져 나왔고, 연휴가 끝나고도 2주 동안은 잠복기에 있는 사람들을 조심하라고 했다. 2주만 조심하라니, 그러기로 하고 당장 마스크도 구입해서 쓰고 바깥출입을 거의 안 하고 있다. 6살 아이는 유치원도 보내지 않고 하루 종일 먹고, 텔레비전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13살 아이는 마스크 쓰고 학원에만 잠시 다녀온다. 남편은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도 마스크를 쓴다. 그리고 나는, 삼시 세 끼를 찍으며 하루 종일 밥과 설거지를 한다. 일주일에 한 번 밖에 나가 장을 봐 온 것이 전부다. 정, 답답하면 아이들 데리고 시골 초등학교에 가서 그네를 타고 온다. 시골 초등학교고, 방학이라 사람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문득, 우리 집 식구들이 보균자도 아닌데 왜 이리도 조심하고 살고 있는 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조심하는 것이 좋다지만, 언제까지? 대체 언제까지 이리 살아야 하는가? 답답한 마음이 몰려온다. 오늘은 유치원 선생님과 통화하니, 반절의 아이들은 나오고 반절의 아이들은 나오지 않는단다. 집에서 보육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집에 있는 것이 좋을 것 같단다.
설 명절 전에, 왜 이런 일들이 알려지지 않았을까?
이미 중국에서는 11월 말부터 이런 증상들이 있었고, 어느 선량한 의사가 바이러스의 위험에 대해 알렸다는데...
그래, 내가 모르는 어떤 상황, 이해관계가 있겠지..
하면서도,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인데 어찌 그렇게 안일한 태도로 상황을 끌었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이 또한'이라는 상황을 견뎌내는 현재는 조금 힘들고 답답하다. 마스크 속에서 숨을 쉬는 것처럼.
2020년, 2월 10일.
우연히 브런치를 살피다가, 어떤 이가 내 글에 라이킷 하고 간 것을 발견하고 참 반가웠다. 그리고, 마음껏 브런치에 글을 쓰던 2019년의 평화롭던 그 어느 날이 매우 그립다. 평화로운 일상의 소중함이 이토록 기다려지다니, 이번 일로 많은 사람들이 각자 가지고 있던 욕심을 조금씩 내려놓는 시간이 될 것 같다.
'기쁘게 살기 프로젝트'에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자, 13살 아들이 기특한 말을 한다.
"지금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함께 살아있는 것이 기쁜 거죠~"
기특한 아들의 말에 용기 내어 이렇게 글을 쓴다.
'우리 함께, 이렇게 살아있음이 참으로 기쁘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