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로리 Nov 29. 2020

미디어와 공존하기

무심코, 특별히 바라보기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잡고 있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다. 예전에는 그런 모습이 한심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엄마들의 단골 멘트는 '핸드폰만 붙잡고 있으면 어쩌냐, 책 좀 읽어! 공부 좀 해! 차라리 나가서 자전거라도 타'였다.


 나 또한 그러하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혹시나 유해한 것을 보고 있지는 않을까, 저러다 공부는 뒷전이고 게임만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생긴다.
 이성적으로는 '제2의 장기라고 할 만큼, 스마트폰은 우리 인생에 꼭 필요한 기계야, 요즘 세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가 스마트폰을 잘 다루는 것은 어쩌면 잘된 일이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는 아이를 볼 때면, 공부에 대한 불안감이 생긴다. 우리 때와 달리 요즘 초등학생들은 학교에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보지 않으니 전체적인 학력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다. 어쩌다 수행평가로 과목마다 시험을 보는 것 같은데 어쩔 때는 중간 성적, 어쩔 때는 상위 성적을 받아오니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다.


 공부가 전부인 세상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히 안다. 게임을 잘해서 세계 1위 선수로 대접받는 사람이 있고, 어릴 때부터 유튜브 방송으로 이미 유명해진 사람도 있다. 그들을 볼 때마다 참 다양한 루트로 꿈을 발견하고 꿈꿀 수 있는 세상이 왔음을 이해한다.


 그리고 나 또한,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잡고 있다.  변명을 하자면, 스마트폰으로 업무와 관련된 이메일을 수시로 확인하고 커뮤니티 모임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가늠한다. 언텍트 시대, 아니 코로나 19로 사람들과 소통하기 어려우니 커뮤니티를 통해 상황을 인지하는 것이다. 또 아이들 알림장, 건강상태 자가진단, 브런치, 블로그를 수시로 들어가 확인하고 최근에는 유튜브 영상편집도 하며 나름의 가능성을 쌓고 있다. 마흔 초반의 평범한 나도 스마트폰으로 할 게 참 많은 세상인 것이다.


 이래도 되는 것일까?
 책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소모적인 인생을 살고 있을까 고민도 한다. 그래서 책도 잔뜩 빌려다가 쌓아놓았다.


 오늘은, 멜론으로 음악을 듣고 넷플릭스로 영화도 볼 생각이다. 주일이지만 연일 500명이 넘는 확진자 수로, 어디 마땅히 나갈 곳도 없으니 말이다. 참 다행이다. 밖에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있어서.


 처음부터 누리며 살지 않았다면 모를까? 이미 몇십 년을 자유롭게 나가 놀고 자유롭게 문화를 즐기던 우리가 이렇게 갇혀 있는 일은 여간 스트레스가 심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든 풀어야 한다. 어떻게든.


 그래서 나는 쿨하게 결정했다.

 미디어와 공존하기로.


 미디어를 즐기고 있는 나와 우리 아이들을 불안하게 바라보기보다는, 지금 당장 마음이 즐겁다면 어느 정도 허용해주기로, 아니 공존하기로 협의한다. 물론, 깨알같이 기회를 봐서 대화도 하고 책도 읽을 것이다.


 아이가 유튜브로 펭수를 보고, 게임을 하고, 영어 동영상을 볼 때 나는 옛 습관처럼 나오는 잔소리를 두 손으로 막을 것이다.


 나 또한, 이 많은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기에.

 책만 읽으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너무한 상황들이기에.




작가의 이전글 김장김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