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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방빵 Mar 11. 2020

代筆

이 글의 제목만 보면 범죄 행위 같기도 하고, 뭔가 불순한 의도가 있어 보이는 단어라 다소 자극적이다. 웬지 '사건'이라는 단어와 어울릴 것같아 '대필사건'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평범하지 않은 단어다. 그런데 필자가 아는 지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이 단어를 사용해도 좋을 정도로 다소 충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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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 Recruiting을 나갔다 대학교에서 취업을 담당하는 선생님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다. 취업담당 선생님은 별 일 아닌듯 덤덤히 말씀하셨지만, 필자가 듣기에 다소 놀라운 이야기라 전달을 해보고자 한다. 그 선생님의 얘기인 즉, 취업준비생들이 마음이 급한 나머지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다른 사람에게 돈을 주고 자소서 작성을 의뢰하는 경우가 있다는거다. 자소서 한 편당 20만원~40만원 정도의 시세로 작성을 해주고 있다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얘기를 해주셨다. 의외로 꽤 많은 학생들이 이같은 '대필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는데, 놀라웠다. 어떻게 자기가 작성해야 할 자기소개서를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대가로 돈을 지불하며, 심지어 그것만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있다니.... 도대체 어떤 사람이 대필을 해고, 어떤 학생이 대필을 의뢰하고 있는지 한 번 만나보고, 얘기를 들어보고 싶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실망스러웠던 것은 세 가지였다. 첫째, '과연 자기소개서 한 편 자신있게 작성하지 못해 다른 사람에게 의뢰하는 학생이 사회에 나가서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였고, 다른 하나는 '평생 자기가 먹고 살아야 할 직업을 선택하는데 있어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맡길만큼 자존감이 없는 사람일까?'였으며, 마지막으로는 '부모님이 힘들게  일해서 어렵게 번 돈을 조급한 마음에 사기를 당하는 것은 아닐까?'였다. 처음 두 가지 실망은 동 시대를 살아가는 선배로서 걱정이 되었던 것이고, 마지막은 딸을 가진 한 아이의 부모로서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취업을 담당하는 선생님께 다시 여쭈어 보았다. '그렇게 하면 합격할 수 있답니까?' 물론, 취준생이 카더라고 한 얘기였겠지만, 대필을 해 준 자소서는 일단 서류전형은 모두 통과했다는거다. 아~~ 이쯤되니 누군가는 이런 속임수로 돈을 벌고 있을거고, 다급한 마음에 누군가는 이런 식으로 돈을 버리고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사쟁이로서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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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소설가나 시인처럼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글쓰기를 통해 다른 사람을 매료시키는 역량이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자기소개서는 글쓰는 능력을 테스트 하는 것이 아니라, 취준생이 어떻게 자라왔고, 어떤 생각으로 회사에 지원했으며, 회사에 입사하고 나면 어떻게 생활하겠다는 각오를 보고자 하는 것인데, 글을 잘쓰는 누군가가 거의 100%에 가까운 확률로 대기업의 서류전형을 합격시켜줄 수 있다? 이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넉넉하게 양보하여 취준생이 자소서를 작성하면 이를 검토하고, 퇴고하여 자소서를 읽는 면접관으로하여금 흥미를 유발할 정도가 되어 서류전형 합격률이 100% 가깝게 된다는 것은 말이 될수도 있지만, '자소설'을 작성해 합격률을 높일 수 있다??? 글쎄.....



필자가 이토록 의구심을 품는 이유는 우선, 회사별로 인재상이 각각 다르고, 서류를 심사하는 사람들의 성향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그같은 결과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수백대 일, 수천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는 대기업 서류심사 전형을 통과한다는 것은 종잇장 한 장도 안되는 아주 근소한 차이인데, 누군가 한 사람의 역량으로 자소서를 합격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저자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럼, 그 자소서를 대필해 주시는 분 직업은 무엇이랍니까? 대기업 다니시는 분이라면 대필해줄 시간도 없을텐데요.' 하고 물으니, 학생들 얘기로는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고..... 어이 없는 웃음을 지어야 할 타이밍에 저자는 버럭 화를 내고 말았다. 취준생들의 절박한 심리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사람이 있나 본데, 그런 사람은 반드시 잡아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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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초등학생인 필자의 아이가 자라서 취업을 하고자 할 때 저러지 말란 법이 없다. 아빠가 아무리 인사, 채용 분야 전문가라 하더라도 아빠는 가족이니까 웬지 못 믿겠고, 누군가가 감언이설로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를 감언이설로 꼬득이면 그대로 속아 넘어갈 것같아 마음이 심난했다.



취준생들에게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절대 누군가 대필(代筆)을 해서 자소서를 써준다고 해도 어쩌다 한 두 회사의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절대 높은 확률로 대기업의 서류 전형에 족족 합격한다는 것은 시스템상 있을 수 없다고 말이다. 자소서는 자소설이 아니다. 글쓰기 능력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인생과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에 대한 가치관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인데, 누군가 나를 전혀 모르는 남이 절대적으로 100점에 가까운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자소서를 작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불안하더라도 자소서는 스스로 작성했으면 좋겠다. 본인이 작성한 자소서를 가지고 부모님이나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은 적극 추천하지만, 처음부터 누군가에게 자소서 작성을 맡기고, 그에 대한 대가로 금전을 지불하는 불행한 일은 절대 없기를 바란다. 자소서를 작성하고, 면접을 보고,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 앞으로 죽을 때까지 자신의 인생은 오롯이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시작부터 누군가에게 말도 안되는 도움을 요청하고, 그 대가로 어렵게 번 돈을 지불하는 어리석은 일은 하지 않았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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