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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를 하기 전에 생각해 봐야할 것들 - 4Why

by 오방빵

학창 시절 선생님께서 하시던 단골 질문 중 하나가 '너희들 장래 희망은 무엇이니?'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는 참으로 다양하고, 기발한 장래 희망이 나왔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학년이 높아질수록 점차 장래 희망을 선뜻 대답하기 어려워 졌고, 그나마 겨우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어느 대학에 가고 싶다는 학교 이름 정도였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입시 공부에 매달려 암기하고, 시험 문제를 푸느라 장래 희망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은 사치라 생각하게 되었고, 닥공(?)을 하며 이게 현실이라 스스로 위안을 삼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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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열심히 공부에만 전념하여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 소위 말하는 SKY에 입학한 똑똑한 수재들도 대학 입학 이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목표를 상실하고, 방황하게 된다. 나는 누구고, 여기는 어디인가 하며, 어리둥절 하다 남학생들은 군대로 가고, 여학생들은 입시를 준비하던 초중고 시절과 다름 없이 학점관리를 하며 대학 4학년을 보내게 된다.




저자가 대학 졸업반이 된 친구들을 면접보거나 누군가의 부탁으로 상담을 해 줄 기회가 있어 그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면, 대학 졸업반 친구들 대부분이 초중고 시절 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닥공하던 시절의 사고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대기업 입사. 이 코스가 당연한 것이고, 대기업 입사가 마치 정규 과정 중 하나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나를 받아줄 대기업, 대학교 입시에서 본인의 수능 점수에 맞는 대학에 지원한 것처럼 본인의 역량에 맞는 대기업(그냥 역량이라는 것을, 면접이라는 것을 시험이라고 생각하는 것같다)으로 진학하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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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Start-up으로 손쉽게 창업도 가능하고, 기존의 산업 틈새시장을 노려 자영업도 가능하건만 거의 대부분이 대기업 입사만을 고대하고 있다. 마치 모든 인문계 고등학생들이 서울대에 진학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말이다.







필자의 경우는 면접 전형에 참석하면 '왜 취업을 하고자 하는지?'부터 질문한다. 사회에 나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굳이 왜 취업을 택하는지부터 물어보는데, 대부분은 그냥 대학 졸업하니까 취업을 해야하지 않겠느냐는 식의 대답이다. 다소 실망스럽긴 하지만, 그건 그렇다 치고,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서 '왜 대기업에 취업하고 싶은가?'를 물어보면, 그 때는 다소 구체적이 된다.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복지가 좋아서', '안정적으로 수입을 확보할 수 있어서', '폼나니까', '부모님의 자랑스런 자식이 되기 위해서' 등이다. 이건 마치 초등학생에게 '장래 희망이 뭐에요?'라고 물어봤는데, '저는 부자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하는 격이다.




뭐 그것도 그러려니 이해하고 넘어가 봤다. 왜냐하면 저자도 대학 졸업할 때 그랬었으니까. 다른 질문을 해 봤다. "대기업에 입사해서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라고 물어보면 확신에 찬 어조로 "A직무를 하고 싶습니다"라고 대답을 한다. 근데, 질문을 좀 틀어서 "우리 회사는 A직무의 T/O가 없어서 그런데 B직무는 관심이 없으세요?"라고 물어보면, 또다시 자신있게 "B직무도 가능합니다"라고 대답한다. 잉? 그래서 다시 한 번 "아, 그럼 혹시 이번에 C직무가 T/O가 많아서 그런데, C 직무는 어떠세요? 말씀하시는거나 관심사가 제가 보기에 C직무하고 더 어울릴 것같은데..."라고 말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C직무도 자기에게 잘 맞을 것같고, 가능할 것같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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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원자는 도대체 어떤 일을 하고 싶은 걸까? 그냥 좋은 대학에 진학하듯이 이 회사에 입사해 부모님의 자랑, 자신의 Pride를 세우고 싶은걸까? 정말 회사에서 이 지원자를 놓치고 싶지 않고, C직무에 잘 어울릴 것같아 묻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면접이 종료된 이후에는 '저 지원자가 과연 C직무를 할 수 있을까? 입사해서 회사를 잘 다닐 수는 있을까?'하는 의심부터 들어 결국 좋은 결과를 맺는 경우는 잘 보지 못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과 대화를 하다 여기까지 얘기가 나오면, 필자에게 다시 반문한다. "그럼 'A직무가 T/O가 없고, C직무밖에 T/O가 없다는데, 저는 죽어도 A직무만 해야 하니, 이 회사의 면접은 의미가 없어 나가보겠습니다'라고 해야 하나요?" 음 ~~ 그 말도 맞는 말이긴 하다.




면접이라는 과정은 지원자의 사정이나 변명을 듣는 자리가 아니다. '그럼 어쩌라는 건가요?'라고 묻기 전에 '나는 A직무를 어떤 계획으로 어떻게 할 것이고, 이를 위해 어떤 준비들을 해왔으니, 제가 바로 그 일을 할 적임자 입니다'라고 면접관들을 설득해야 하는 것이 면접이다. 자신이 그토록 준비하고, 고대하던, 평생 해야 할 직무로 생각하는 A직무를 할 수 없다면 A직무를 할 수 있는 곳에서 일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1. 왜 취업을 해야 하는가?


2. 왜 이 회사에 입사해야 하는가?


3. 왜 이 직무를 하고 싶은가?


4. 왜 이 직무에 내가 아니면 안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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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말한 [4 Why]만 깊이 고민하고, 자기 확신을 가지면 취업을 준비하고, 면접에 임해 어이 없이 탈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학교에서 시키는 하기 싫은 공부하고, 받은 점수에 맞춰 대학교에 진학하듯 여기저기 면접 보며 나의 역량(그 역량이라는 것의 실체도 사실 잘 모르겠다)에 맞는 회사를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수동적으로 끌려다니는 일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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