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서울을 떠난다

6. 우리가 살아갈 공간

by 씨티훈

시공사와 건축계약을 맺은 지 2주 후, 담당 설계사가 정해졌다. 20대 후반?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설계사였다. 첫 미팅은 우리가 원하는 집을 주절주절 말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우리가 평생 살 집을 디자인해 주는 사람이다 보니 우리의 의견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게 중요했다. 집을 지어본 적이 없기에 우리가 원하는 형태는 뜬구름 잡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설계사는 그걸 현실로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넣을 건 넣고, 뺄 건 빼고. 앞으로 9개월 간 지속될 여정의 시작이었다.



136평의 땅이지만 건폐율(땅 넓이에서 집을 지을 수 있는 면적 비율) 20%의 제한이 있었기에 한 층에 최대 27평(89제곱미터) 정도로만 지을 수 있었다. 용적률이야 5층까지 올릴 수 있었어도 그렇게 올릴 생각은 하지 않았기에 의미 없었다. 다만, 27평이라는 1층의 평수 안에 우리가 원하는 걸 다 담을 수 있을까 걱정했다.


게다가 이때만 하더라도 단독주택은 아파트처럼 서비스 면적이 없는 줄 알았다. 그렇기에 순수한 27평이 우리가 쓸 수 있는 최대의 숫자라 생각했고, 그 안에 보통의 단독주택 1층집에 들어가는 모든 것을 욱여넣어야 했다. 또한 땅 끝에서 건축물까지 필수로 띄워야 할 거리도 있었고, 땅 모양에 맞춰 향도 고려해야 했다.


특히 내가 가장 신경 쓴 건 향이었다. 국내의 초기 구축 아파트들은 정남향으로 지어진 집이 꽤 많지만, 최근의 신축들은 정남향을 찾아보기 힘들다. 아무래도 한정된 부지 않아서 아파트를 올리다 보면 정남향으로 지을 경우 많은 세대를 구성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일부만 정남향으로 하기엔 아닌 집들과의 차이(특히 집값)가 크다. 그렇기에 최근의 아파트들은 남동향, 남서향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여긴 내 땅이고 어떤 방향으로 집을 짓든 내 마음이다. 물론 여기 부지 내 각각의 필지들도 네모 반듯한 땅 모양에 맞춰 짓는다면 정남향이 아니라 남서향으로 짓게 된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내가 산 땅은 네모 반듯한 땅이 아니었으며, 땅 모양대로 짓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남향으로 집을 얹을 수 있게 되었다.


첫 설계 미팅을 시작으로 빠르면 2주, 늦어도 한 달 안에 첫 도면이 나온다고 했다. 집을 지으면서 가장 기다렸던 순간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상상했던 집은 어떤 도면으로 그려질까? 현실에 반영할 수 있는 부분과 아닌 것은 무엇일까? 너무너무 설레서 매일 설계사의 연락을 기다렸다. 그리고 한 달 후인 3월 3일, 우리의 첫 도면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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