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정부지원사업은 무조건 따야지
다행히 토목사와 시공사에는 계약금만 내면 됐다. 본격적인 지출은 토지는 완공 후 최종 소유권을 이전할 때, 시공사는 착공할 때부터이다. 그래도 이듬해 4월에 전세금을 빼기 전까진 목돈이 없기에 신용대출부터 여러 대출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정말 우연하게도 '귀촌'을 키워드로 찾은 국가 지원 사업, '농촌주택개량사업'을 발견했다. 이 정책은 도시 거주민이 시골로 집 짓고 이사 올 때 저금리, 고정금리로 주택건축자금을 대출해 주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정책사업이었다. 향후 20년간 연 2%의 고정금리로 최대 2억을 빌려주는 파격적인 제도이지만, 의외로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다. 지원금을 받기 위해 까다로운 조건이 몇 개 있는데 대표적으로 사업 완료 후 2 주택 이상이 되는 경우 신청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시골에 집을 짓는 연령대는 은퇴를 하거나 이를 목전에 둔 세대가 대부분이고, 이들은 수도권에 집을 한채 가진 채로 내려오기 때문에 대상자가 되기 어렵다.
다행히 나는 무주택자였고, 현재 내가 사는 곳의 지역 단위가 '동'이었다. 그리고 내가 집을 짓는 곳은 '리'였기에 조건에 맞았다. 매년 2월경 그 해의 신규 사업자를 모집하며, 같은 해 12월 15일 안에 착공 혹은 토지 매입을 해야 한다. 건축은 이듬해 8월 31일까지만 완공(사용승인 완료)하면 되었다.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후 토지를 구매(소유권 이전) 할 경우 그때부터 돈을 빌릴 수 있다. 사업대상자 선정 전에 토지를 샀다면 주택 건축 완공 후에 대출을 할 수 있다.
이 정책은 마치 우리의 일정과 조건을 위해 맞춤형으로 나온 것 같았다. 이걸 전혀 모른 채로 땅을 사고 설계도면을 만들었는데, 조건에 어긋남이 하나도 없었다. 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관련 서류들을 출력하여, 내가 집을 짓는 지역의 면사무소에 제출했다. 그리고 3주 후인 3월, 농촌주택개량사업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알림을 받았다.
토목사 대표의 말을 들어보니 빠르면 올해 5월, 늦어도 7월 즈음엔 토목공사가 완료되어 소유권 이전이 가능할 것이라 했다. 12월 안에만 받으면 되는 대출 일정상 너무 여유로워서 변수가 생겨도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이때까진 말이다.
개량사업도 선정되었겠다 본격적인 예산 짜기에 돌입했다. 나도 사무직이긴 하지만 이과출신이자 컴퓨터교사 출신인 아내의 액셀 실력이 훨씬 뛰어났다. 온갖 수식이 걸려있는 액셀파일엔 현재 보유 현금, 대출 예정금액, 최종 가용 금액, 건축 예산, 토지 예산, 세금, 부대토목(마당 등 정원 꾸미기), 새집에 넣을 소소한 제품들 목록이 적혀있었다. 최종 건축액이 첫 액셀에 적인 금액보다 3천만 원 이하로 플러스 된거면 선방한거라 생각했는데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건축에선 예상치를 웃도는 금액을 지출하진 않았다. 다만 문제는 부대토목(마당 등 조경 전반에 관한 공사)에서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