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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의진 Dec 06. 2023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로 읽는 미래 스포츠 이야기

눈길을 끄는 키워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그리고 스포츠, 무슨 이야기일까

책을 구입할 기회가 생겨서, 관심있던 키워드로 검색하다가 만나게 된 책이다. 요즘 시대에 누구나 관심이 큰 키워드 '인공지능', '빅데이터', '스포츠'가 조합된 제목에 본능적으로 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일지, 아니면 내가 모르는 신세계를 만나게 해 줄지 기대감을 안고 책을 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기대감을 완전히 충족시켜주지는 못했다. 내가 잘 모르던 신기술 활용 사례는 몇 가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단지 그런 게 있다더라’ 수준으로 알고 있던 내용들을, 구체적인 용어와 사례로 명확하게 이해하는데는 큰 도움이 되었다. 학교체육에 관심이 많은 사람의 입장에서 이 책의 내용을 재조합하여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본다.




데이터 수집 기술의 발전과 체육 교과 수업


빅데이터의 개념은 과거의 기록물 관리와 비슷한 것 같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다. 과거의 기록물 관리가 사람의 눈과 뇌를 통해 문자 형태로 기록되었던 제한적인 정보의 집합이었다면, 빅데이터의 수집은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자동화되어 폭발적인 속도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에 소요되는 비용이 점점 줄어들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면, 과거에 엄청난 센서와 특수한 기기가 있어야만 수집할 수 있었던 정보를, 이제는 스마트폰 앱을 실행하고 카메라로 촬영하기만 하면 누구나 쉽게 수집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학교체육에 있어서도 이것은 큰 기회가 되고 있다. 더 이상 한 시간을 통째로 투자하여, 모든 학생이 한 줄로 서서 자신의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침내 찾아온 한 두 번의 기회에 모든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체육 교과 수행평가 방법에 얽메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불과 십여 년 전만해도 학교 현장에 존재하지 않았던, 영상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수행평가를 하는 체육 교과 수업의 모습이 이제는 아주 일반적인 상황이다. 올림픽 출전 선수들이나 할 수 있었던 영상 동작분석도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아주 쉽게 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축구팀에서나 가능했던 선수들의 움직임 데이터를 수집하여 경기력을 평가하고 피드백을 주는 모습이, 이제는 동네 축구팀에서도 몇 만원만 투자하면 가능해졌다. 축구의 경우 이미 고등학교 수준의 주말리그 경기의 모든 데이터가 수집되어, 대학교 체육특기자 전형에 활용될 준비가 되었다. 사회인야구 리그에서는 프로야구 못지 않은 데이터 기반 2차 콘텐츠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런 빅데이터 수집·분석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기업들도 점점 더 많아지면서 더 저비용으로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을 향해 가고 있다.


체육 교과는 신체활동을 교과의 핵심 내용으로 한다는 본질적인 특성이 있다. 과거의 명열표와 숫자로 대표되는 체육 교과수업의 기록물은 체육 교과 수업의 본질을 실현하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과거부터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여 수업을 개선하는 일에 많은 교사들이 아주 적극적이었다. 무언가 정리된 느낌없이 너무 과감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이러한 시도들을 통해서 수업의 질을 높이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카메라 융합 기술과 사물인터넷 기술을 통한 학생의 학습기록 수집이 가능해진 덕분에, 교사들은 기록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학생들에게 더 많은 피드백을 더 적절한 순간에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학생들 역시 역량이 뛰어난 학생은 더 높은 수준의 과제를,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학생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과제를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부여받게 되었다. 그 옛날 체육교육 전공서적에서 보았던 '실제체육학습시간(ALT-PE)'의 극대화가 자연스럽게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기술의 융합


가상현실 기술의 이미지는 흔히들 머리에 쓰는 헬멧 형식의 장치로 표현된다. 이런 것들을 머리에 쓰고 허공에 손짓과 발짓을 허우적대는 모습은 우습기까지 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꼭 머리에 이런 것들을 써야만 가상현실, 증강현실 기능은 아니다. 물론, 만화 드래곤볼에 나왔던 스카우터를 현실화해준 안경형 제품들을 활용하면 스포츠를 즐기거나 체력을 기르기 위한 운동을 할 때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우리나라가 세계최고의 증강현실 기술의 상용화에 성공한 스포츠 분야가 이미 하나 있다. 바로 스크린 골프다. 이것은 가상현실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증강현실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러프에 빠진 공을 칠 때는 러프 잔디 위에 공을 놓고 치기도 하고, 경사면에 공이 놓였을 때는 실제 타석이 경사를 이루는 등 점점 더 실제 골프장에서의 경험에 가깝게 발전하고 있다.


여기서 파생된 종목으로 스크린 테니스, 스크린 야구 등 다양한 종목들이 뻗어나간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의 설치비용이 아직까지는 크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십여 년 전과 비교해보면 분명 더 일반화되는 추세다. 이미 학교 현장에 이러한 형태로 좁은 공간에서 해당 스포츠의 본질을 조금이라도 더 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이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완벽하지는 못하더라도, 분명 의미있게 수업 안에서 학습경험의 질을 높여주고 있다.




체육 학습환경의 한계를 극복하는 스포츠 로봇


학교체육의 모습을 가장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핵심은 바로 인공지능 기반의 '스포츠 로봇'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로봇이라는 것은 사람의 모습을 한 엄청나게 비싼 과학기술의 결정체일 필요는 없다. 필요한 역할만을 자동으로 수행해주는 기계도 큰 의미가 있다. 이미 수십년 전부터 전문스포츠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피칭 머신, 패싱 머신, 리턴 머신 등이 바로 스포츠 현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은 로봇이다. 그동안은 비용 문제로 학교 페육 수업 현장에 도입이 어려웠지만, 이제는 대중화된 기술이 많아서 비용이 저렴해져 보급이 늘어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o21AAi-Cho 

농구 리바운드 패스 머신 (*출처-https://www.youtube.com/watch?v=mo21AAi-Cho)


학교체육은 크게 세 가지 분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가 정규 수업 시간에 이루어지는 ‘체육 교과 수업’, 둘째가 학생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학교스포츠클럽활동과 같은 ‘자율체육’, 셋째가 운동선수로의 전문적인 역량을 함양하는 학교운동부와 같은 심화 수준의 ‘전문체육’이다. 로봇을 활용한 학교체육은 교과 수업 수준을 넘어 자율체육으로의 입문, 전문체육으로의 심화까지도 이끌어낼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단순하게 특정 기술을 반복하여 훈련하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지만, 약간의 피드백과 수준별 수행의 조절기능 정도만 추가되어도 경기력 향상에 엄청난 도움이 된다. 학생들은 이미 필요성과 효과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자유롭게 생각하며 미래를 현재로 끌어오고 있는 중이다.


2023 서울시교육청 스포츠 창직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자신이 고안한 .캐칭 머신’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중학교 야구부 학생의 모습(2023.11.24. 직접촬영)


인공지능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무형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물리적인 움직임을 동반하게 되면 SF영화의 미래사회를 떠올리게 된다. 인공지능 기반 스포츠 로봇은 이렇게 멀리까지 바라보고 상상력을 동원할 필요없이, 이미 어느 정도는 현실화되어 있다. 단순히 반복하여 특정한 행동을 반복해주거나 수행자의 수행을 수치화하여 피드백 주는 수준을 넘어, 수행자의 퍼포먼스에 따라 직접 판단하고 적절한 반응을 해 주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TV 광고에도 사용되었던 탁구 선수와 로봇 팔 '쿠카'의 대결은 연출이 아닌 실제로 개발된 인공지능 기반 스포츠 로봇의 수준을 보여주는 사례다. 기술이 점점 더 발전하면서 스스로 판단하여 적절하게 반응하는 형태의 로봇들이 각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IIJME8-au8

독일 탁구선수 '티모볼'과 탁구 로봇 '쿠카'의 대결(*출처-https://www.youtube.com/watch?v=tIIJME8-au8)


https://www.youtube.com/watch?v=x--XUeSDypA

자신의 위치에서 적절한 동작을 스스로 계산하여 슈팅을 던지는 농구 로봇(*출처-https://www.youtube.com/watch?v=x--XUeSDypA)


이러한 스포츠 로봇의 가능성은, 스포츠 현장에 더 따뜻함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체육 교사들은 예전에는 체육 수업 시간에 축구를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할 수 없어 아쉽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알고보면 아주 슬픈 이야기다. 아이들이 축구를 싫어하는 세상이 된 것이 아니라, 학급당 학생 인원이 너무 줄어들어, 제대로 된 스포츠 경기를 운영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도시에서는 체육 수업 시간에 혼성 배구나, 농구 경기는 아직 가능한 수준이다. 학교의 존폐를 걱정하고 있는 지방의 소규모 학교에서는 일대일 탁구 경기도 제대로 하기가 힘들다. 한 반에 50명이던 시절에는 아무리 잘 하는 학생이라도 같은 반 안에 비슷한 수준의 학생이 몇 명은 더 있었고, 중간수준이나 하위수준의 경기력을 가진 학생들 모두가 비슷한 수준의 친구와 함께 경기를 하는 것이 가능했다. 한 반에 동성친구가 열 명도 안 되는 상황에서 수준별 수업을 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 되었다. 체육 교과 수업의 핵심내용인 스포츠를 배우면서도, 제대로 된 경기 경험을 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비극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반의 스포츠 로봇은 바로 이런 아쉬움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글을 쓰고 보니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핑계로 생각을 정리한 글이 되었다.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 수도 있고, 이게 현실에서 가능한 일이라는 사실도 확인하면 기대감도 생긴다. 최근에는 학교 현장에서 다양한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체육활동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사업으로 지원도 많이 하고 있다. 2022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에서는 아예 이 부분을 마음껏 적극적으로 시도하라고 다음과 같이 명확하게 안내하고 있기도 하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효율적 교수⋅학습 (*2022 개정 체육과 교육과정 39쪽)

  체육수업에서 디지털 도구, 매체, 소프트웨어, 영상 자료 등의 기술은 교수⋅학습 및 평가에 긍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체활동 모니터 도구로 수집된 신체 활동 정보는 학습자가 자신의 신체활동 수준을 확인하고, 운동 계획을 수립하는 데 활용될 수 있으며, 신체활동 참여 동기를 높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모바일 기기의 동작 인식 프로그램은 다양한 움직임과 기능 관련 피드백을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엑서게이밍(exergaming)과 같이 가상현실, 증강현실, 인공지능 기반의 실감형 콘텐츠를 활용한 학습은 학교에서 학습하기 어려운 신체활동 체험을 가능하게 하거나 체험의 질을 확장시켜 줄 수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은 체육수업 외의 신체활동 관리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학습자는 디지털 매체로 전달된 과제를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확인할 수 있고, 교사는 학습자의 활동 결과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피드백할 수 있다. 따라서 학습 과정에서 온⋅오프라인을 연계 하거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학습자의 신체활동 참여를 촉진하고 효율적인 학습 자료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지도한다.


과거에 학교에 있었을 때 내가 테크놀로지를 수업에 적극 활용하고 시작했던 계기는 사실 별 거 아니었다. 가지고 싶던 기기를 그냥 사고싶어서 샀다고 말하기는 설득력이 없으니, 아내에게 사실은 내가 이런 걸 하고 싶어서 산 것이라는 가치있는 소비의 증명같은 것이었다. 취지야 어쨌든, 다양한 실험적 도전들을 통해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거치며 수업을 다듬을 수 있어 즐거웠다. 그 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모두 이해해주고 함께 해줬던 동료교사와 학교관리자를 만나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참,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었다.


학교체육 업무 담당자로서 참 궁금한 것이 많다. 그렇다고 궁금한 것이 있을 때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자료를 수집하기도 어렵다. 데이터라는 것이 아주 의미있는 힘의 자원이라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더 깊이 느끼고 있지만,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단, 사람들을 힘들지 않게 하면서도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범위에서라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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