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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의진 Mar 06. 2024

스포츠윤리 주제와 쟁점 #06

최선을 다 하지 않는 행위는 승부조작인가

*이 글은 [ 스포츠 윤리 주제와 쟁점 ] 책의 목차에 따라 생각을 정리하는 내용입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복식 경기에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인해 무더기 실격 사태가 벌어졌다.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중국의 세계랭킹 1위 복식조가, 같은 중국의 세계랭킹 2위의 복식조를 토너먼트 8강전에서 만나지 않기 위해 이른바 '져주기' 경기를 한 것이다. 그 져주기 경기의 상대는 상대적으로 경기력이 열세였던 우리 대한민국 선수들이었고, 당황한 대한민국 선수들은 심판에게 항의하며 경기에서 승리를 당하는 굴욕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예측하지 못했던 강력한 1위 팀의 패배로 다른 팀들 역시 대혼란에 빠졌고,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역시 서로 경쟁적으로 져주기를 하면서 중국팀을 만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었다. 


팬들은 분노했고, 올림픽조직위원회 역시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위라며 관련된 모든 선수들을 실격처리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와는 별개로 해당 종목의 지도자들은 메달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당연한 전략이라고 항변했고, 종목이 다르더라도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사람들은 비슷한 공감대가 있는 듯 서로를 감싸주는 모습이었다. 메달을 따기 위해서라면 특정 경기에서는 전략적으로 최선을 다하지 않거나, 때로는 일부러 져주는 경기를 하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005&aid=0000520813


https://www.youtube.com/watch?v=dDGikCDbN88




승부조작의 개념


승부조작(match-fixing)이란 선수, 심판, 감독 등 경기의 참여자가 경기의 결과를 의도적으로 유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의미한다.


승부조작은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도박과 연관이 있는 승부조작이다. 금전적 이득을 편취할 목적으로 브로커와 결탁하여 경기의 결과를 조작하기 위해 시도하는 것이다. 둘째,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심판을 매수하는 형태의 승부조작이 있다. 심판이 경기의 흐름을 특정한 방향으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금전이나 보상 등의 방법으로 설득하는 것이다. 셋째, 금전적 이득보다는 팀의 중요한 운명 즉 승격이나 강등 등의 이유로 인하여 미리 팀들끼리 경기의 결과를  합의하는 형태의 승부조작이 있다. 넷째, 궁극적인 대회의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특정 경기의 결과를 전략적으로 조작하는 형태가 있을 수 있다. 서두에 이야기했던 부끄러운 사태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승부조작에 대한 비판의 이론적 근거


스포츠의 본질은 경쟁이다.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은 바로 이 경쟁이라는 본질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행위다. 상대선수나 팀에 대한 존중, 관중에 대한 존중, 스포츠 자체에 대한 존중 등 모든 부분에서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한데, 승부조작은 바로 이러한 존중이 부족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행위가 된다.


의무론적 윤리의 관점에서는 스포츠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은 보편적인 법칙이기 때문에, 승리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행위는 비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계약론적 윤리의 관점에서는 스포츠 경쟁에 참여한 사람이 승리하기 위하여 노력하지 않는 것은, 상호 합의된 규범을 어기는 것이기 때문에 비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타자성의 윤리 측면에서 스포츠는 타인을 이기기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진정한 경쟁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승부조작은 타인의 자아실현과 스포츠에 참여한 목적의 달성을 방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스포츠의 본질적인 특성 중 하나는 바로 '불확실성'이다. 경기의 결과를 알 수 없기 때문에, 경기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하여 훈련을 통한 경기력 향상을 기대하고, 승리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하여 상대를 분석하고 맞춤형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연구하여 준비한다. 이러한 상호작용 속에서 스포츠 문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간다. 승부조작이라는 행위는 바로 이러한 모든 근간을 흔드는, 스포츠의 존재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도 있는 기망행위라고 할 수 있다.


늬앙스는 아주 조금 다르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는 행위와 아예 대놓고 져주기 위하여 노력하는 행위는 구분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즉, 경기에서의 부상 가능성을 줄이고 체력을 비축하는 등의 방법으로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여 승리를 얻고자 하는 행위는 경기결과가 패배로 결정되도록 고의적으로 노력하는 행위보다는 윤리적으로 나은 것이라는 논리다. 하나의 전략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주 미묘한 부분이지만, 이러한 경계선은 밖에서 경기를 보는 사람들보다 경기를 하고 있는 선수들이 가장 잘 구분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 행위들이 선을 넘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그 누구보다 선수들이 정확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는 '타자성의 윤리' 측면에서 승부조작 행위를 이해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정리하였다. 최선을 다하는 것은 나를 위한 행위이기도 하지만, 경기에 참여한 상대 선수를 존중하겠다는 약속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체육교육의 관점에서도 이 맥락에 동의해야 할 것 같다. '존중'이라는 것이 학교체육에서 스포츠를 다루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이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어떻게 어떤 수준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는 함께 경기를 하는 선수들만이 정확하게 인지하고 느낄 수 있다. 학교체육의 관점에서는 바로 이 부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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