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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의진 Oct 21. 2024

장학사의 일상: 성수기와 비수기

장학사의 일상 들여다보기

장학사로 5년 넘게 근무하다보니, 현장의 교사 후배들로부터 장학사의 일상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장학사의 일과를 교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나 절대적으로나 업무시간이 훨씬 많기 때문에 어떻게 설명하더라도 매력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교사들도 많다. 다만, 그 이면의 만족감이나 성취감 등에 대한 부분은 어떻게든 설명하려고 노력 중이다.


사실 나는 장학사 전직 이후에 처음에는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 발버둥치기도 했고, 후배 교사들에게 절대로 전직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던 사람이다. 그랬던 내가 전직 이후 만 5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에는 후배들에게 장학사 전직을 권하는 사람이 되었다. 거창한 이야기로는 설명할 주제가 되지 않으니, 기회가 될 때마다 내가 느낀 부분과 세부적인 자잘한 장점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 중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장학사의 일상에 대한 부분도 여기에 조금이나마 정리해본다. 일단, 이번에는 단편적으로 장학사의 일상이 교사의 일상과는 무엇이 다르며 어떤 부분에서 상대적인 장점이 있는지 생각해본다.



교사는 학생이 교육을 통하여 어떻게 변화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학업성취도라는 형식을 갖춘 방법은 그 학생을 효과적으로 교육했는가를 확인하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교사의 전문성에 바탕을 둔 헌신적인 노력이라는 투입은 명확하지만, 학생의 변화라는 산출은 불분명하다. 이 부분은 경제적인 논리를 바탕으로 학교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는 학교 교육 밖의 사람들의 논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학교 교육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래서 교사라는 직업에는 업무의 성수기와 비수기를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시험문제 출제를 마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줄 알았지만, 담임학급 학생이 예측하지 못한 사건에 휘말리기도 한다. 방학 중 자기 연찬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우리 반 학생들에게 갑작스러운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교우관계를 힘들어하던 학생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여러가지 방법으로 지도하여 고비를 넘은 줄 알았는데, 평소에 신경쓰지 않아도 알아서 학교생활을 잘 하던 학생이 가정 내 문제로 갑자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사례를 나열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수준이다. 모두 같은 듯하지만 모두 다르고 하루하루가 모두 새롭다. 교사에게는 매일매일이 성수기인 느낌이다.


장학사들의 업무는 교사와는 다르게 기승전결이 명확한 편이다. 어떤 사업을 담당한다는 의미는 사업의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부터 운영과정을 점검하고 운영결과를 마무리하는 단계까지의 일반적인 절차를 진행한다는 뜻이다. 즉, 업무의 특성에 따라서 바쁜 시즌이 저마다 다르다. 예를 들면, 대학수학능력시험 업무를 담당하는 장학사는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업무의 양이 상대적으로 크며, 수능시험일 직전의 몇 주 동안은 말 그대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라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교육청이라는 조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 명의 장학사가 하나의 업무만을 맡기지 않는다. 한 명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꼭지별로 집중적으로 일을 해야하는 시기가 겹치지 않도록, 기가 막히게 업무를 분장한다. 한 명의 장학사가 열 개의 업무를 담당한다면, 그 열 개의 업무별 시즌이 조금씩 다르게 배분하는 것이다. 장학사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큰 과업을 하고 숨을 좀 돌릴만 하면 다른 큰 과업이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학사의 업무를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예측이 쉬운 편이다. 자신의 일을 예측할 수 있다는 말의 의미는, 스스로 회의와 출장 일정 등을 조정하여 업무 일정을 짤 수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 이야기하기를 장학사를 '개인사업자'에 비유하기도 하였다. 즉, 업무 일정만 잘 조정하면 잠시의 비수기는 만들어 낼 수있다. 물론 비수기라는 표현은 상대적인 의미다. 절대적 비수기로 표현하기에는 항상 일정한 양의 업무는 존재한다. 본인의 업무 일정을 조절하기 상대적으로 수월한 시기가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성수기와 비수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장학사로의 삶이 교사와 비교하여 유일하게 상대적 장점인 휴가와 복무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장학사와 교사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내가 직접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학생이 없다‘는데 있다.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개인적인 일정을 조정하여 가정을 돌보는 것이 가능하다. 큰 일정 단위의 휴가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하루 단위 내에서 개인사를 돌보기 위한 조퇴도 사용할 수 있다.


교사가 생각하기에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예를 들면 이해하기 쉽다. 교사 역시 학부모이기에 자녀의 학교 입학식과 졸업식이 있다. 하지만, 교사는 우리 반 학생들의 입학식과 졸업식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비슷한 일정으로 열리는 자녀의 입학식이나 졸업식에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장학사가 된 이후에야 처음으로 자녀의 졸업식에 함께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갑작스럽게 자녀가 아플 때도 남아있는 수업과 책임져야 할 학생이 없다면 조퇴하여 자녀를 돌보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런 부분에서 교사보다는 장학사로서의 삶에 만족한다고 이야기하는 동료도 있었다.


교사였을 때는 복무 규정 자체에 큰 관심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출장을 갈 일도 별로 없었고, 시간 외 근무를 할 일도 없으며, 해외여행을 자주 가지도 않아 내 연가일수가 얼마나 남았는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신경이 쓰였던 것은, 담임교사로서 일과 중에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너무나도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아마도 대부분의 교사들이 비슷하게 느낄 것으로 생각한다.


장학사는 담당 학교와 관련된 업무를 하거나, 인사 관련 업무를 하기 때문에 복무에 관한 내용을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 교원의 복무나 인사와 관련된 일을 하다 보면, 자신의 복무 관리에도 조금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어떤 내용을 잘 안다는 것은 그것을 잘 활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하루하루 몰아치는 업무 속에서 허우적대기도 하지만, 자신의 복무를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잘 관리하면 장학사로의 삶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장학사로 살아가는 삶의 장점이 무엇인지 정리해보려니, 무엇인가 객관적으로 이것이 더 좋다라고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지점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학사라는 특수한 직무도 만족스러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 막연한 부분이 많은데, 앞으로 하나하나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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