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쓰는 방법 말고, 글을 잘 쓰기 위한 힘을 기르는 방법
학교에서 '체육'은 크게 두 가지 주제를 가지고 운영된다. 하나는 학생의 몸 그 자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스포츠문화(신체활동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다. 전자에 관해서는 내 몸을 단련해 나가는 과정의 즐거움과 그로 인해 뻗어나가는 다양한 효과들을 직접 경험하며 온 몸과 마음에 새겨 두었다. 체육 교사라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깊이있고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글쓰기가 가지고 있는 힘을 주장하는 책이다. 마치 근육을 단련하듯이 글쓰기 능력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글쓰기를 근육을 기르는 훈련과정에 비유했다. 많이 해 보고 많이 연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좋은 글을 쓸 수는 없으니 질보다는 양으로 단련해 나가라고 했다. 10장 쓰기가 가능해야 100장을 쓸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10장을 쓰기 어렵다면 인용을 적극 활용하여 다른 사람의 글을 옮겨가면서 자신의 생각을 섞어넣는 방식으로라도 목표한 분량을 써내는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글쓰기는 생각하는 힘을 기른다.
글쓰기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구상한 것을 형태로 만들어 내는 작업, 즉 구축하는 작업이다. 구축하려면 당연히 깊이 생각해야 한다.
저자는 글쓰기가 생각하는 힘, 즉 '사고력'을 길러준다고 강조했다. 글쓰기를 통해 말하듯이 이야기를 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를 통해 길러진 능력을 바탕으로 글로 쓰듯이 말하게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문장 구성력'이란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 특히 프리젠테이션과 같이 누군가의 앞에서 조리있게 말하는 힘이다. 설령 개요가 없어도 구성력이 있으면 정해진 시간에 기승전결이 담긴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래서 깊이있는 사고를 하려면 글쓰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글쓰기에는 '구축력'이 필요한데, 구축력이란 머리 속에서 구상한 것을 글로 구성하는 능력이다. 하나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키워드 세 개를 떠올려서 구조를 세우면 도움이 된다고 했다. 문장 구축법으로 많이 이야기하는 기승전결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전'이다. 글을 쓸때는 중요한 부분, 핵심적인 내용부터 생각하면 나머지 부분을 자연스럽게 쓸 수 있게 된다. 마찬가지로, 글을 읽을 때도 '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쓰기는 가치를 창조한다. 쓰는 행위는 새롭게 의미를 창출하는 것이다. 의미를 창출한다는 것은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소재로 글을 쓸때는 거기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창출하는 데 의미가 있다. 글쓰기는 어떤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찾아내기 위한 행위임을 꼭 의식하며 글을 써야 한다.
좋은 문장이란 제삼자가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이다. 외국어로 번역하기도 쉽다. 글로 쓴다는 것은 공적인 활동이기도 하다. 글쓴이를 개인적으로 모르는 사람에게 바르게 내용을 전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글을 통해 다른 사람과 이어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글은 시공을 초월하여 남게 되는 기록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쓸 때는 반드시 공공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쓰는 힘은 구축하는 힘이다.
읽고 이해하는 힘은 쓰기를 전제로 향상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사용한다는 전제로 읽으면 훨씬 효율적인 독서를 할 수 있다. 어떤 책을 소재로 무언가를 쓰려면 '골라 읽는 독서'가 필요하다. 언제까지 읽는다는 제한 시간을 설정하면, 책을 입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읽는 속도보다, 어느 부분을 읽을지 선택하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인용은 다른 사람이 쓴 문장을 자신의 문장에 넣는 기술이다. 논리를 펼쳐 가는 중에 인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문장이 살기도 죽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쓴 문장을 넣어 자신의 문장 내용을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형태로 만들 수 있다. 또한, 소재가 되는 다른 사람이 쓴 문장과 자기 생각을 엮음으로써 쓰는 힘이 향상된다. 여기서 말하는 소재란, 재미있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무언가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대상이다. 그 소재는 체험이든 그림이든 영화든 뭐든 좋지만, 처음에는 문장이 가장 적합하다. 문장에서 문장으로 옮기는 일은 둘 다 ‘말’이라는 같은 재료로 이뤄져 가장 상성이 좋고 비교적 간단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기 위한 독서를 익힘과 동시에 인용의 기술을 꼭 익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을 쓸 때는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소재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책의 원작자가 상당히 수준 높은 내용을 썼다면, 그것을 인용하는 것만으로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수준 높은 의식의 바탕을 공유할 수 있다. 작가와 독자가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문장을 구축물로 본다면 당연히 토대가 있어야 한다. 이 토대가 되는 것이 바로 메모다.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구상한 것을 확실한 형태로 만들어 두는 요령이 필요하다. 하나의 글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세 개 정도의 키워드를 삼각대 삼아, 이를 연결하며 글을 구성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였다. 관련이 없어 보이는 세 개의 주제를 연결하려면, 논리를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생각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구축력을 기를 수 있다.
대다수의 글쓰기 책과 마찬가지로 저자도 두괄식 구성이 효과적이라고 하였다. 글의 시작 부분에서 하고 싶은 말을 부족함 없이 표현하면서 너무 평범하지 않게 첫 문장을 쓴다면,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아 계속 읽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체를 익힌다.
개인의 체험은 당사자에게는 분명 가치가 있지만, 그것을 타인이 읽을 가치가 있는 글로 정착시키려면 대단한 기술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글을 읽을 때 재미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힘, 문장의 매력, 개성 등이 생명력이다. 좋은 글에는 생명력이 있으며, 이 생명력은 문체에서 생겨난다. 견고하게 구축된 글을 쓰게 되었다면, 다음은 글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문체를 익히는 단계다.
어떤 문장이 좋은지는 소리 내어 읽어 보면 잘 알 수 있다. 문장이 꼬이지 않고 매끄럽게 흐르는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유의 문체를 익힌 사람은 자신의 포지션을 명확하게 인식한다. 자신의 포지션을 확실하게 잡지 않으면 글을 쓰기 어렵다. 포지션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문체는 달라진다. 거기에 문장의 신체성, 즉 그 사람의 개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글을 쓴다는 것은 먼저 구축하고 나서 자신의 포지션을 어떻게 밀고 나가느냐다. 독착성을 발휘하려면 자기가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포지션을 찾아내야 한다.
나는 매일같이 딱딱한 문장의 공문서를 생산한다. 이 업무도 몇 년을 하다보니, 나름의 요령이 생겨서 짧은 시간 안에 비슷한 형태의 문서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생겼다. 이 책의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글쓰기의 구축력은 생긴 것 같다. 공문서를 만드는 작업은 목적이 명확한 상황에서 글을 써내려가는 일이기 때문에 주제의식을 고민하거나 글의 재료가 부족함으로 인해 느끼는 아쉬움을 느낄 겨를이 없다.
언젠가부터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내 모습을 그려보고 있다. 무언가 창의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경험이 부족하여 이 꿈을 이루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자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작이라 하더라도 소설을 써보고 싶다. 내가 쓴 이야기를 바탕으로 또 다른 이야기가 뻗어나가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도 신이 날 것 같다. 딱딱한 글이라도 계속 쓰고, 많은 책을 읽으며 내공을 쌓아서 소소한 꿈을 이루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