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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퇴고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방법

by 김의진

일년 중 가장 정신없는 한 주간이었다. 책을 읽을 틈은 없었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 권 책읽기를 놓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온라인 독서 플랫폼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책을 그냥 읽었다. 글쓰기 책이었다. 정확하게는 글쓰기보다는 퇴고, 즉 자신이 쓴 글을 어떻게 다듬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책은 아주 짧고 간결했다. 이 책의 저자는 출판업계에서 '교정'을 업으로 담당하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자신의 경험을 바틍으로 정확하게 필요한 이야기만 간결하고 명확하게 하는 모습이었다.


이 책은 출판 전 교정작업을 담당하는 저자가 교정을 봤던 원고의 작가가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라는 이메일을 보내면서 시작된다. 해당 작가와 저자의 이메일 소통이 시간 순으로 이어지며, 그 사이사이에 퇴고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형식이다.


접미사 ‘–적’的과 조사 ‘–의’ 그리고 의존 명사 ‘것’, 접미사 ‘–들’이 문장 안에 습관적으로 쓰일 때가 많으니 주의해서 잡아내야 한다는 뜻으로 선배들이 알려 준 문구였다. 실제로 예전엔 문장에 ‘적, 의, 것, 들’이 더러는 잡초처럼 더러는 자갈처럼 많이도 끼어 있었다. 잡초를 뽑아내고 자갈을 골라내듯 하도 빼다 보니 교정 교열자에게 ‘적의를 보이게 된 것들’이라는 뜻이기도 했고, 이쪽에서 ‘적의를 보이는 것들’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다른 글쓰기 책에도 많이 나오는 이야기다. 특히 '~것이다'는 거의 모든 글쓰기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부분이다. 번역문에 많이 나오는 '~적'이나 '~의' 역시 책의 서두부터 등장한다. 우리 한글의 놀라운 매력 중 하나는 단어에 복수 표현을 반드시 쓰지 않아도 뜻이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바로 이러한 내용을 시작부터 갖오했다.


내가 이런 글쓰기 원칙을 항상 떠올리며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언제부터인가 본능적으로 이러한 표현은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공문서 작성이 업이된 이후로는, 특히나 문장을 짧게 써야한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려는 사람이 되었다. 두 줄 이상의 문장은 어떻게든 분리하고, 문장은 주어와 서술어로 오해가 없도록, 질적 표현보다는 양적 표현을 우선으로 등의 원칙으로 문장을 만들어낸다. 교육청이 아닌 군 장교 생활을 하면서부터 체득한 내용이다.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글쓰기의 원칙이 사실 알고보면 크게 거창한 내용이 아니라는 사실이 재미있다. 소설이 되었건 산문이 되었건 논문이 되었건, 좋은 글의 본질은 하나인 듯 하다. 내용이 명확해야 하며, 가능한 짧고 완결성이 있는 문장이어야 한다.


'~있다'라는 표현을 쓰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저자는 "굳이 있다고 쓰지 않아도 어차피 있다."고 강조하였다. '~에 대한', '~들 중 한', '~같은 경우', '~에 의한', '~로 인한'은 "지적으로 게을로 보이게 만드는" 표현이라고 하였다. 듣고 보니 그렇다. 공감이 되었다.


주어와 서술어를 명확하게 끝맺음하지 않으면, 문장은 이중 구조를 가지게 된다. 이른바 두 번 당하는 말이 된다는 뜻이다. 당하고 시키는 말로 뒤덮인 문장은 읽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이 부분을 잘 하려면 어떤 단어에 어떤 동사형 어미를 붙여야 자연스러운지 공부를 해야 한다. 어렵다.


'~을 하다'는 우리가 참 많이 쓰는 문장이다. '사랑을 했다'와 '사랑했다'는 같은 말인듯하지만, 분명히 다르다. 사랑했다라는 동사는 대상이 목적어가 되지만, 사랑을 했다는 문장에는 목적어를 쓰기가 어색하다. '~가 되다'라는 표현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어색하게 느껴진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느낌으로 글을 쓰는 일이 어려운 일인지, 아니면 그렇게 쓴 글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면서 다듬어 가는 일이 더 어려운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를 주고받던 작가처럼 자신이 쓴 글에 애착을 가지고 자존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군가가 내가 쓴 글을 고쳐주는 상황을 견디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공무원 역시 자신이 쓴 글이 결재선을 하나하나 통과할 때마다 안도의 한 숨을 쉰다. 문서의 내용에 지적을 받고 수정이 될 때면 상심하기도 한다. 누구나 자신이 쓴 글에는 무의식중에라도 애착이 생기는 모양이다. 그래도 공무원들은 이 생활을 오래하면 할수록, 익숙하게 받아들이게 되기에 상심의 크기는 점점 더 작아지기 마련이다.


퇴고에는 끝이 없다. 지금은 충분히 다듬었노라고 생각해도, 나중에 다시 보면 아쉬움이 생길 수 있다. 무엇이 좋은 문장인지 잘은 모르겠다. AI가 써준 글처럼 완벽한 구조의 문장이 매력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정확하고 무미건조한 글을 자꾸 쓰다보면 표현력에 한계가 생기지는 않을까. 잘 모르겠다. 새롭고 재미있는 글을 써보고 싶다. 소설을 쓰는 작가들의 능력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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