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인제군 아침가리계곡
등산의 계절은 봄..? 가을..?
아니, 난 '사계절 내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폭염주의보나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날은 안전을 위해 피해야 하지만, 한여름 더위를 오히려 시원하게 바꿔주는 특별한 산행지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내가 속한 교회 등산 모임 등산셀과 함께 다녀온 아침가리계곡이 바로 그런 곳이었다.
아침가리계곡은 강원 인제군 방태산 기슭, ‘삼둔사가리’라 불리는 깊고 고즈넉한 산마을 안에 숨어 있다. 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핸드폰 신호마저 사라지는 구간이 나타나는데, 이 순간부터 이미 다른 세상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그만큼 오염되지 않은 맑고 차가운 물, 울창한 원시림이 계곡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다. 여름철에 ‘최고의 트래킹 코스’로 꼽히는 이유를, 도착하기도 전에 짐작할 수 있다.
위치: 강원 인제군
코스: 방동약수터 - 감시초소 - 조경동교 - 아침가리계곡길 - 진동계곡마을 (약 11 km)
날짜: 2024. 8. 18
시작은 둘레길 정도의 완만한 길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제 계곡이 나올 때가 되었는데..’라는 생각을 하염없이 하며 산속 깊이 들어간다. 몇 번이나 고개를 갸웃하며 "여기인가?"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와!” 하는 탄성이 절로 터지는 계곡이 나온다.
덥고 지루했던 길의 기억은,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는 순간 말끔히 지워졌다. 발끝부터 전해지는 서늘함이 종아리를 타고, 온몸이 순식간에 쿨링된다!
한창 무더운 8월 주말, 예상대로 계곡 안은 트래킹을 즐기러 온 등산객들로 가득했다. 너나 할 거 없이 모두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한 채로..
나는 물을 무서워해 구명조끼를 입고 조심스레 걷기 시작했다. 안전을 위해 구명조끼나 암튜브를 착용한 사람들도 있었고, 맨몸으로 계곡을 거니는 이들도 있었다. (*유속이 제법 있어 스틱은 필수!)
깊은 물길 앞에서는 계곡 옆 흙길로 우회했지만, 곳곳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는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천연워터파크가 되어버린 계곡 유속에 몸을 맡기고 둥둥 떠내려가는 사람들, 그들의 웃음소리가 계곡 물살보다 더 경쾌하게 퍼졌다.
계곡 길이는 생각보다 훨씬 길었다. 물이 얕은 곳에서는 헤엄을 치고, 방수가방을 베개 삼아 둥둥 떠 있기도 했다. 옷이 젖든, 머리가 헝클어지든 상관없다. 그 순간만큼은 누구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발목을 스치는 차가운 물살, 머리 위로 부서지는 햇빛, 그리고 등 뒤로 들려오는 물소리가 여름의 모든 피로를 지워냈다.
모든 산행에는 각자의 매력이 있지만, 아침가리계곡은 특별했다. 젖은 옷, 웃긴 표정, 흩어진 머리카락… 그 어떤 것도 부끄럽지 않았다. 오히려 그 모든 것이 그날의 즐거움을 증명하는 훈장 같았다.
아침가리계곡에서의 하루는 나에게 ‘여름 산행’의 정의를 새로 써주었다. 시원하고, 웃기고, 또 웃겼던 그 날. 사진만봐도 미소지어질만큼 특별한 추억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