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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 Apr 03. 2024

네 맘 내 맘

느낌의 공유

대학교에 입학하고 탐색의 시간이 지나고 함께 어울려 다니는 무리가 만들어졌다. 여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예닐곱 명이 한 그룹이 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 무리는 6명이었는데 공통점이 여행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꼭 6명이 모두 모이지 않아도 여건이 되는 친구들끼리 국내 여행도 많이 다녔고 동남아 배낭여행도 다녀왔다. 


학군이 같은 중고등학교 까지는 생활환경도 크게 다르지 않고 부모님들의 직업도 물론 차이는 있어도 비슷한 범주를 이루고 있었다. 


대학교에 가니 어항 속에 살던 금붕어가 바다에라도 나간 양 정말 다양한 어종(?)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나고 자란 지역도 다르고 생활환경도 달랐기에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는 재미도 있었다. 


6명의 친구들과 크게 문제없이 지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내 마음속에 별로인 한 친구가 있었다. 개성이 강하다면 강하다고 할 수 있는 친구였는데 좀처럼 주위에서 보기 힘든 캐릭터였다. 


2년 정도 적당히 잘 지냈고 내가 일본으로 어학연수를 떠나기 직전에 일이 발생했다. 어쩌다 보니 우리는 개성이 강한 친구를 빼고 5명이 술자리를 갖게 되었다. 


그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누가 신호탄을 쐈는지도 모르게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그 친구'에 대한 불만이 쏟아냈다. 


이렇게까지 우리가 다 그 친구를 불편해했고, 그렇게까지 우리가 다 꾹꾹 참고 있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모두 들킨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친구를 멀리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운동을 간다고 하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선생님이 계신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내가 지금 캐나다에서 다니고 있는 필라테스 교실은 강사의 시간 이동과 수업 구성이 상당히 자주 변동한다. 회원들은 앱을 이용해서 자기가 원하는 클래스를 예약해야 하는데 인기 있는 강사와 초급레벨은 예약이 금방 마감된다. 


특히 인기 있는 사람이 K 강사이다. 나도 이 강사의 수업을 주로 예약한다. 나의 경우는 K의 영어 발음이 굉장히 명확해서 듣기 편하기 때문이다. 사용하는 단어도 어렵지 않고 동작 설명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한다. 친절한 정도도 과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고 딱 적당히 말 그대로 'Friendly' 하다. 


반면에 E와 A의 수업에서는 왠지 모르게 내가 궁중 시녀가 된 기분이 들었다. 모든 필라테스 강사가 과하게 친절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E와 A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도도하다.


E와 A의 클래스는 멋모르고 시간대가 맞아서 들어갔다가 '왜 이렇게 도도한 거지?'라는 의문만 가득 남긴 채 돌아온 경험이 있다. 


새 달이 시작하면 필라테스 교실 앱을 열고 그 달의 수업을 예약한다. 그러다가 문득 재미있는 걸 발견했다. 


K의 수업은 대체로 일찍 마감이 되고 웨이팅이 걸린다. 그에 비해 E와 A의 수업은 여유가 많다. 특히 E는 나중에 밀리고 밀려서 더 이상 예약할 자리가 없을 때가 되면 그때서야 마감이 된다. 


아, 나만 K가 좋은 건 아니었구나. 

E의 넉넉한 예약 자리를 보면서 

아, 나만 E가 부담스러운 건 아니었구나. 


어느 사회조직에서나 내가 누군가를 좀 불편하게 여길 경우 '나만' 그런 건 아닌 경우가 많았다. 아마 반대로 내가 그 멀리하고 싶은 사람인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사람들에게는 문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공유감이 존재하는 것 같다. 




표지그림 : John William Waterhouse, <Circe Offering the Cup to Ulysses>, 1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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