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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룩쥔장 Jun 08. 2020

제주에서 식당하려면 어디가 좋을까요?

제주살이를 꿈꾸는 당신과 나누고싶은 이야기

제주에 살고 있는 #후룩쥔장 입니다.


오늘은 #제주에서음식점 해보기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요. 


방문했던 제주 카페와 음식점들


제주에는 정말 많은 카페와 식당이 있습니다. 경관 좋은 바닷가 해안도로는 당연히 말할 것도 없고, 여기까지 사람이 올까 싶은 중산간에도 어김없이 근사한 카페가 들어서 있지요. 제주와 서귀포시내 중심가는 대로변 뿐 아니라 골목골목에도 카페와 음식점들이 꽉꽉 들어차 있습니다. 제주 음식에 자신있는 도민들 뿐 아니라 육지에서 내려온 솜씨 좋은 쟁쟁한 요리사들이 정말 많은 곳이 제주도입니다. 


볼일이 있어 시내를 나갈 때나 해안도로로 드라이브할 때, 한적한 산록도로를 달릴때 마주치는 카페와 음식점들을 보면서 사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사람에 비해 가게가 너무 많다.


제주는 관광도시죠


관광산업이 없으면 도시의 기능 자체가 마비될 만큼 관광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곳입니다. 

그럴수 밖에 없는게 제주에는 대규모의 제조업체도 없고_삼다수와 한라산 소주 공장은 있네요._ 금융가가 몰려있는 곳도 없지요. 일자리가 있는 곳에 사람이 몰려들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에 유흥시설과 소비시설이 발달하는 거잖아요. 그저 제주는 산과 바다, 드문드문 오름과 밭이 다인 곳입니다.


제주로 이주하는 이들이 최근 10여년간 많이 늘었고 그로 인해 인구가 증가했다고는 해도, 이 수치는 다른 소비도시인 울산이나 거제와는 다른 의미죠. 생산인구가 아닌 그야말로 자연이 좋아 누리며 살러온 인구수치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제주도민이 소비하는 한계가 분명 있어요. 


제주에서는 돈자랑하지 말아라.


란 말이 있어요. 정말 돈 있는 사람이 많은 곳이 제주입니다. 집들을 보면 알수 있죠. 단촐한 식구끼리 살거나 별장으로 쓰는 집인데도 정말 궁전같은 집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들이 소비를 하는 주체인가는 또 다른 문제예요. 제주에서 소비를 하기보단 서울에서 소비를 하고 오거나, 그냥 큰 집에서 별다른 소비 없이 조용히 지낼 뿐이예요. 


어쨌든 그래서 제주에는 관광객이 없으면 굴러갈 수 없는 곳임엔 분명하고요. 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카페와 음식점, 숙박시설은 포화상태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제가 육지에서 경험한 요식업계를 보더라도 꼭 제주만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어요. 

도시는 도시대로 인구도 많지만 가게들은 더 많고 그만큼 또 치열하더라구요. 육지생활에 지쳐 제주행을 다시 결정했을때 제 마음속엔 이미 그런 생각이 확고했었어요. 


그나마 관광객을 기대해볼 수 있는 제주는 더 많은 기회가 있는 곳이다.



#제주에서창업하기 를 하려면 #제주의임대료 를 먼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주는 관광도시답게 도심과 외곽의 임대료 차이가 별로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가게자리를 보러 다니다보면 '아, 이런 시골에 무슨 임대료가 이렇게 비싸?'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주시내에서 음식점을 운영해본 제 경험으론 제주는 그럴만 합니다.

도심처럼 대중교통이나 도보로 움직이는 인구보단 대부분 차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오히려 주차가 가능하고 뷰를 감상할 수 있는 한적한 곳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죠. 바로 곁에 바다가 보이거나 산자락이 펼쳐져 있다면 그 가치는 더 높아지는 거죠. 자동차로 움직이기 때문에 떨어져 있는 한적한 외지라 해도 네비켜고 찾아가는 곳이 제주도입니다. 이 점이 육지와는 정말 큰 차이더라구요.


북적이는 신촌먹자골목 밤거리_사진출처_ 창업몰


육지에서 저녁만 되면 사람이 바글바글한 잠실옆 신천 먹자골목에서 가게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대학때부터 자주 갔던 곳이고 잠실과도 인연이 많아 자주 봤던 곳이라 주저없이 가게를 임대했습니다. 메인골목은 아니었고 권리금에 대한 부담으로 한 골목 더 들어간 곳이었는데요. 전 그 골목 한 끗차이가 그렇게 클줄 몰랐습니다. 계약하기 전에 아침저녁으로 가서 유동인구 체크를 했어야 했는데 잘 아는 상권이라는 안일함으로 덜컥 계약부터 한 것이 화근이었죠. 점심장사는 근처 오피스 손님으로 그냥저냥 됐는데, 저녁만 되면 문을 열어놔도 인적도 없는 그 고요함에 놀라 골목을 꺽어 메인도로로 들어서는 순간 전 보았죠. 술집과 음식점, 까페의 번쩍거리는 네온사인과 그 사이를 밀치며 지나가는 바글바글한 젊은이들을요. 그 골목 한 끗 차이, 50미터의 차이는 천국과 지옥의 차이만큼이나 멀어보였습니다. 


육지에서는 #입지 가 정말 중요하죠. 오죽하면 첫째도 입지, 둘째도 입지, 셋째도 입지란 말이 나올까요.

전철역 근처 상가건물 두 평짜리 점포에서 월 임대료만 400만원을 내고도 음식점을 운영해봤습니다. A급 상권으로 불리는지하상가 한평짜리 자리가 월 2000만원인 곳도 봤습니다. 월 임대료만 높은 게 아니라 억단위의 #권리금 까지 붙어 있어 일반인들은 사실 입점하기가 어려운 곳이죠.  

'미쳤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런 곳들은 하지만 들어가서 장사를 해보면 알게 됩니다.

'아, 그럴만 하구나.' 아주 형편없는 아이템이 아니면 이런 곳은 들어가서 바로 수익이 나니까요. 돈이 돈을 버는 구조는 어김없이 또 적용이 되는 거죠. 


제주에도 물론 권리금이 있습니다. 그런데 서울만큼은 아니예요. 사람이 많이 몰리는 관광지에는 권리금이 당연히 붙지만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건 그런 관광지라고 다 비싸지는 않다는 거예요. 그리고 제가 봤을 땐 아주 턱없이 권리금을 높게 부르는 곳은 별로 못 봤어요. 아마도 서두에도 말씀드렸듯이 굳이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찾아찾아 가는 지역적 특색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애월해안도로_사진출처_JEJUPASS렌트카


제가 사는 애월에는 공항에서 가까운 드라이브 코스인 해안도로가 있습니다.

공항에서 조금만 달려 해안가가 시작되는 곳으로 탁 트인 파란 바다가 펼쳐지는 지점이 되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곳이죠. 해안도로를 따라 당연히 많은 카페와 식당, 호텔들이 자리잡고 있어요. 저희는 이곳을 정말 자주 다니는데요. 어떤 아이템으로도 다 잘될 것만 같은 이곳의 가게들이 자주 바뀌는 걸 발견했어요. 


그 이유는 사람들이 찾지 않기 때문이겠죠. 

지나가는 차들은 엄청 많아요. 그 많은 차들이 호기심을 갖고 방향을 틀어 주차를 하고 닫힌 문을 열고 들어가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겠죠. 작정하고 찾아 온 사람들이 아니고선 대부분 해안가를 달리는 상쾌함과 뻥뚫린 해방감을 맛보기 위해서만 온 사람들이니까요. 그야말로 그냥 지나가는 자리일 확률이 굉장히 높은 거예요.

드라이브 따로, 맛집 따로..


걸어다녀야 하는 곳이라면 얘기는 달라질 거예요. 뜨거운 태양아래 해안도로를 걷다보면 맛집이고 뭐고 일단 보이는 아무 곳에라도 들어가 목도 축이고 배고픔도 달래고 쉬고 싶을 것 같아요. 

그런데 역시 제주는 '렌트카의 천국'인 곳이예요. 근처 호텔에 숙박하며 아침저녁 산책하는 사람들 아니면, 국토횡단 또는 올레길 탐방등의 목적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선 모두 차를 타고 다녀요. 그것마저 호텔에선 조식까지 제공해주는 곳이 많구요. 


물론, 해안도로는 매력적인 상권이죠. 

지나가면서 보더라도 홍보 효과는 확실히 있을 거예요. 거기에 사람과 차들이 조금만 줄지어 서 있는 걸 본다면 그 다음부터 몰리는 건 일도 아니겠죠. 그렇게 성공한 가게들도 제법 있구요.

그런데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에는 버텨내야 할 것들이 있어요. 




무엇보다 제주는 바람이 많은 곳이예요. 
해안도로의 부서지는 포말, 바람많이 불던 날


'날씨가 다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변화무쌍한 날씨를 자랑하죠.

중산간에서 살랑이던 바람이 해안가에 가면 미친듯이 변해 몸도 못가눌 정도인 경우도 많지요. 바닷가 앞이란건 날 좋을때는 더없이 좋은 경치가 되지만, 바람부는 날엔 문짝이 떨어져 나갈 것만 같은 황량함이 지긋지긋해지는 곳이기도 해요. 종일 윙윙대는 바람소릴 듣다보면 사람이 멍해진다고나 할까요. 요동치는 파도의 포말을 보고 있자면 공포심까지 드니까요. 그런 날의 해안도로는 정말 황량합니다. 드믄드믄 차들은 다녀도 가게들엔 사람이 없어요.


제가 본 제주는 그래요.
아주 경치좋은 해안가라고 다 잘 되는 것도 아니고, 아주 한적한 중산간 외지라 해도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제주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은 곳은 오히려 제주시내일 거예요. 시내를 걷다보면 임대 붙어있는 상가들이 진짜 많아요. 구제주야 사실 이제는 기대해 보기 힘든 곳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신제주에도 비어있는 상가들이 정말 많더라구요. 


오히려 외곽에 있는 가게들은 그리 큰 변동은 없는 것 같아요. 그건 어려운 시기에도 버틸 수 있는 부담없는 임대료와 아이덴티티가 확실한 아이템 때문일 거예요. 컨셉이 확실하고 처음부터 큰 욕심이 없는 곳, 이미 맛집으로 소문나서 그 명성으로 버틸수 있는 곳은 큰 차이 없이 굳건하더라구요. 안될 곳은 이미 코로나 사태전에도 안됐구요. 명확한 컨셉없이 그저그런 음식을 비싼 가격에 팔고자 한 가게들이 안되는 건 어디든 다 똑같습니다.  


제주에선 너무 크게 시작하면 안돼요.


처음에는 그런 생각들을  할 거예요. 

 '단체 관광객도 받고, 가족단위 손님도 받고 하려면 커야겠지. 테이블이 많아야 매출이 오르는 거 아닌가.'

처음부터 투자를 많이해서 크게크게 하시려는 분들은  정말 말리고 싶어요. 아주 자금이 충분해서 초반에 손님이 없더라도 마이너스를 감수하며 난  즐길수 있다라고 생각한다면 괜찮겠지요. 

그게 아니라면, 투자한만큼 얻고 싶으신 분들은 작게 시작하셔야 해요. 


제주는 컨셉이 확실한 곳이예요.



'이렇게 허접한 인테리어로 어떻게 가게 할 생각을 했지?' 하는 곳도 잘되는 곳이 제주도예요.

개성이 중요한 곳이니까요. 오히려 너무 모던하고 깔끔하고 세련된 곳들은 그 특색이 없어 보이기도 해요.

 그리고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소비자에 맞추기보단 사장 본인 취향에 만족하는 경우가 많아요. 

정말 매력적이죠.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며 살 수 있는 자유로운 삶. 



그런데 한가지, 꼭 기억하셔야 할 게 있어요.
욕심내지 않는다 

제주에는 늦게까지 하는 음식적이나 카페가 많지 않아요.

워낙 일찍 어두워지기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전반적으로 일찍 닫는 일이 습관처럼 굳어진 곳이다보니 수요가 없어요. 


어두운 제주의 밤거리_사진출처_미디어제주


새벽 4~5시에 시작하는 해장국집을 제외하고, 대부분 오전 11시부터 시작해서 점심장사와 이른 저녁장사를 한다고 생각해보면 수익이 가늠되지 않나요?

테이블이 많지도 않으니 테이블당 단가를 산정해서 점심과 저녁 두번이나 세번 돈다 생각하면 하루 매출 대충 나오잖아요. 저녁 7시 반 이후로는 사람이 별로 없어 8시면 문닫는 집들이 많으니 손님받는 시간이 정말 짧겠죠. 음식점의 경우는 점심과 저녁 사이 손님이 없으니 두세시간동안 브레이크 타임을 갖고, 카페 경우에도 아침부터 손님이 몰리는 건 아니라서 오전과 저녁시간은 또 빼줘야 하니까요. 


막연히 생각했던 창업부분이 보다 선명하게 보이시나요?

왜 제주에선 대규모 투자를 말라고 하는지, 왜 욕심을 내려놔야 하는지, 그럼에도 어떻게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다고 하는지를요. 


여유있는 삶, 저녁이 있는 삶, 제주에선 가능합니다.

종일 가게에 매여있어야 하는 자영업자에게도 제주는 그 형태가 좀 다른 곳이죠. 


대신 그만큼 내려놔야 하는 곳입니다. 돈에 대한 욕심도, 야망도, 근사한 옷차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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