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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룩쥔장 Jun 15. 2016

미칠듯이 깨어나는 연애세포

'또오해영'이 부른 참사

과히 '참사' 수준이라고 해두자.

유치한 드라마에 잠 못 들고 만나면 드라마 얘기와 남주얘기에 입가에 침이 마를날 없던 친구를 탓했던 내게

드뎌 가히 '인생작'이라 할만한 드라마가 나타났나부다.

정말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지금의 내 상황을 들여다보자니 '또오해영 폐인수준'이다.


일단, 일상이 유지가 안되고 있다는 것.

설겆이를 할 때도, 방청소를 할 때도, 아이를 기다릴때도 머릿속은 온통 '또오해영' 생각뿐이라는 것.

드라마가 방영되는 월, 화는 그 상태가 심각하여 종일 지난회 재방을 돌려보며 밤 11시 본방 사수까지 시계만 쳐다보게 된다는 것.

드라마를 보지 않을때는 드라마OST를 재생시켜놓고 반복해서 듣고 있다는 것.

무엇보다도 '아.. 나도 사랑을 하고 싶다.'는 내안에 잠재되어 있던 연애세포가 꿈틀대기 시작했다는 것.


드라마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질수록 '박해영'이라는 작가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된다.

아쉽게도 작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 의아했다.

신비주의인가?

'올드미스다이어리'가 방영된지 한참 전인데도 불구하고 그간 작품수가 많지 않았던 것도 의아하고, 사진뿐만 아니라 그 흔한 프로필도 없다는 것이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더구나 그 작가가 여자인지 남자인지에 대한 의견까지 분분한 상황이라니..

'박해영'이란 이름이 주는 이미지와 더불어 드라마를 보면서 그 섬세한 여자의 마음을 저렇게 잘 들여다볼수 있다는 건 당연히 여작가일거라 의심치 않았었는데 남작가라는 얘기도 있어 진심 놀랐다.

남자가 이렇게 디테일한 여자의 마음을 알수 있을까? 그 전 작품들에서도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에 빠진 여자의 심리가 죽여줬는데 말이다.

 

한마디로 대사가 죽인다.

매회마다 어록이라 할만큼 죽이는 대사들이 등장하며 더불어 배우들의 연기가 압권, 무엇보다 영상미와 구도가 정말 뛰어나다. 배우와 감독, 작가의 콜라보란 이런것이다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다. 봐도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결혼한지 이십년이 다 된 이 아짐의 가슴에도 불이 붙는 것만 같다.

알콩달콩 사랑얘기, 연애얘기인데도 왜 내 가슴이 이리 아픈지 모르겠다.

사랑스런 그들의 모습에 내 올라간 광대는 내려올 줄 모르고, 그들이 속삭이는 사랑의 은어가 종일 귓가에 맴도는데도 그럴수록 더욱 울적해지는 이 기분은 무얼까?


자꾸만 마음이 아프다.

드라마를 볼수록 주인공들은 너무도 사랑스럽고 내용은 과장되어 분명 낄낄거리며 보게 되는 로맨틱 코미디인데 그 밑바탕에는 뭐랄까? 현실에 대한 냉소와 결코 해피엔딩일 수 없는 잔인함이 짙게 깔려있는 것만 같이 느껴진다.


아마도 지금 의견이 분분한 결말은 그래서 새드엔딩일것만 같다.

아마도 이제 나는 더이상 새로운 사랑에 설레고 목말라하며 갈구할 수 없는 애딸린 유부녀란 자각 때문일지도..

아니면 나 역시 여주인공 못지않게 사랑에 솔직하고 뜨겁게 사랑해서 선택한 남자와 결혼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제는 그 사람이 더이상 내게 설렘과 긴장을 주지 못하고 외모적으로도 에릭과는 너무 동떨어진 사람이기 때문일지도...


여튼, 드라마에 이렇게 설레어보기가 얼마만인지..

드라마가 끝나고 난 후 바로 검색사이트로 직진하여 주요장면 다시보기를 재생하고 이어지는 나와 같이 잠 못드는 여인네들의 댓글까지 다 읽어가며 공감의 하트를 눌러대는 이 모습이 진정 나인지 나조차도 믿을수가 없다.


 한편으로는 나도 이런 글을 써보고 싶다는 욕심이 꿈틀댄다.

사랑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가 솔직하지 못하고 상대편의 반응을 살피며 주변을 의식하여 조심스러움이 지나쳐 진정한 사랑인지 자각할 새도 없이 지나쳐버리고 때늦은 후회를 하듯이,

작가를 꿈꾸는 나의 글 또한 마찬가지로 이 글을 볼 사람의 반응을 예상하고 내 주변을 솔직히 드러내지 못하는 조심스러움에 결국은 써보지도 못하고 여전히 짝사랑에 헤매고만 있는 건 아닌지...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움을 받을 요량으로 그의 책까지 사두고도 글쓰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내게 이 드라마의 작가는 뭐랄까? 조금의 용기를 주는 것 같기도 하다. 꼭 그렇게 짜게 굴 필요도, 주변을 의식할 필요도, 네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할 필요도 없다고... 결국은 나중에 이 시간들이 후회와 아쉬움의 시간으로 남아 돌이킬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실로 오랜만에 깨어난 이 연애세포를 '글'이라는 대상과의 사랑으로 진하게 던져볼까?

조만간 내 지난 사랑얘기가 모티브가 되는 진한 연애소설을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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