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라고 세상을 알까?
나라고 다를 줄 알았지.
"내가 겪어봐서 아는데.."
젊어서도 고집은 쎘었다.
그 유명한 똥고집 '강씨고집'의 DNA를 물려받았고
딸 셋중에 막내로 어려서부터 하고자 맘 먹은 일이면 누가 뭐라던 했었고
여러번의 이직과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며 수박 겉핥기 식으로 보고 들은건 또 제법 많아졌기에.
이곳 저곳 떠돌아다녔던 장소와 그곳에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의 성향과
사랑했다 이별하고, 이별했다 재회하고
흥했다 망하고, 망했다 다시 일어서는 과정들을 거치고 나니
어느새 나는 중년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맞은 나의 중년을 냉소와 회의가 지배하기 시작했다.
세상에 믿을 인간 하나 없고, 인간이란 애초부터 시기와 질투를 몸에 두른채 태어나
나이들수록 교활한 뱀처럼 음흉함만 늘기에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을 곧이 곧대로 들어선 안되며
서로 간의 깊은 관계는 암울한 미래만을 가져올 뿐이기에
적당한 거리두기만이 살 길이란 확신을 우상처럼 숭배하고 되었다.
知天命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는 마흔이 넘어 오십이 되니 세상의 이치가 조금씩 보이는 것도 같은데.
그 이치라는 것은 알면 알수록
이 세상은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하며 상식은 커녕
극소수의 탐욕가들에 의해 움직이는 거대한 모순덩어리라는 것이었다.
정의, 배려, 이타심, 선의..
그런 말랑하고 선량한 단어들과는 점점 더 멀어지고
모순덩어리 세상을 향한 비난과 한탄, 경멸을 쏟아붓던 어느날
문득 거울을 보니
일그러진 추한 중년의 얼굴이 그곳에 있다.
'너 왜 그러고 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