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후룩쥔장 Aug 17. 2017

후룩쥔장의 일상

2017년 여름의 소소한 일상에 대하여.

필리핀에서 돌아온지 6개월여가 지났다.

지난 시간들은 화살처럼, 번개처럼도 빠르게 지나가 그녀도 그도 필리핀에서의 시간들이 아주 먼곳의 이야기처럼 아주아주 옛날일처럼 그렇게 생각되어진다.


 지난 6개월의 시간동안 그들에게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숨차고 벅차 그저 그 모든 혼돈의 시간들을 어느 정도는 지나 지금은 다시 일상의 소소함으로 돌아가려 노력하고 있다고, 그저 그렇게 말하고 싶다.


 시간이 지났지만 언제나 그녀의 마음속에는 지난 필리핀에서의 짧지만 길었던 시간들에 대한 반추의 글들이 쓰여져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가슴 한켠이 항상 묵직했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퇴색되어가는 그녀의 기억력을 믿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아직도 그 미지의 세계에 대한 환상, 혹은 현혹에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직 그때의 기억들이 선명한 지금, 더이상 늦기전에 모든 것들을 글로 남겨야 할텐데 라는 부담감을 안고서도 아직도 미적대며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그녀의 '일상이 주는 위안'을 필요로 하는 그녀의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고단하다면 고단한 날들이다. 방학을 맞아 학교 기숙사에서 집으로 돌아온 큰아이는 올 여름 여행도 못간채 아르바이트로 대학 첫 방학을 고단하게 보내고 있다. 아직 언니집에 맡겨져 있는 작은아이는 한 학기만 이모집에서 다니자던 약속을 넘어 오는 2학기까지를 얘기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 조금은 나아졌다지만 그녀나 그, 모두 아침부터 저녁까지 빠듯하게 가게 일에 매달리며 고된 육체노동을 하고 있다. 그나마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육체의 고통 속에서도 섣불리 불평을 말하지 않는 이유는, 지난 겨울 그들이 겪었던 그 일들에 비하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한바탕 손님에 치여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하루 한끼만으로 버티며 발이 퉁퉁 붓도록 서 있어도 지금의 이 시간들이 한때나마 그들이 유토피아일것이라 믿었던 필리핀에서의 생활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행복한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들이 다시금 일어설수 있는 것은, 이곳에 함께 있는 가족과 따로 비자갱신을 하지 않아도 자국민으로 누릴수 있는 혜택이 너무도 많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득문득 지쳐올때, 그녀는 제주도 하늘을 생각한다. 그리고 제주도 바다를 떠올린다.

지금의 이 시간들이 빨리금 지나, 아름다웠던 그곳으로 다시 갈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버텨낸다.

그리고 짬을 내어 다시금 지난날들을 끄집어내고 반추하여 기록할 여유를 갖기를 소망해본다.

It will be soon....


작가의 이전글 경단녀의 비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