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자연을 살리는 음식
한국에서 반가운 손님이 왔다. 지인인 초등학교 선생님이 친정 부모님과 두 딸을 데리고 3대가 어울려 왔다.
집에서 한 시간 가량 차로 달려 100여 년 된 농장 옆에 있는 오두막에 가서 이틀 머물렀다.
오두막에 도착했을 때부터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시던 마음 넉넉한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친절하게도 유기농 농장을 구경시켜 주시겠다고 우리를 초대해 주셨다.
아이들이 소 젖 짜는 것 보는 것을 좋아할 것 같다고 우리에게 오후 6시에 오라고 하시더니 우리가 그 농장에 갔을 때 두 분께서는 정답게도 느긋하게 바깥 의자에 앉아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아이들은 신기해하며 소를 어루만져 주면서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소 우유 짜는 것을 한참 동안 지켜보았다.
유기농 농장이고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에게 쓰는 물건 하나하나에도 각별히 신경 써서 친환경 재료로 쓰고 있었다. 우유 짜기 전에 깨끗한 면천에 애플사이더를 뿌려 부드럽게 닦아 주신다.
할머니께서는 부모님이 일구워 논 농장을 구입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열심히 일해 근처 농장을 더 구입하셨다고 했다. 유기농으로 가꾸는 농장의 수입은 아직은 자급자족은 안 되고 할머니께서 틈틈이 부동산 감정평가를 하여 살림살이를 책임지어 가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25년째 한지붕 아래서 같이 사는 남자의 젊었을 때의 꿈이 "자급자족하는 농부"였다.
그 순간 자급자족하는 농부가 된다는 것이 결코 소박한 꿈이 아니라 거창한 꿈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다.
할아버지는 20여 년 초등학교과 중학교에서 특수 교사로 일하시고 지금은 은퇴하였어도 여전히 농장에 견학 오는 학생들을 만나 농장 견학과 건강한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즐겨하신다고 하였다.
역시... 말씀을 많이 하셨다.
선생님이셨다는 말에 " 그래,, 그렇구나,, 그럴 줄 알았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할머니께서도 참 친절하게 여기저기 구경시켜 주신다.
42년째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두 분.. 건강하게 단순 소박한 생활을 즐기고 계셨다.
지금의 사회가 많이 병든 이유 가운데 하나가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좋은 음식을 먹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지역의 학생들과 주민들을 위한 나눔의 자리를 많이 만들어 교육해 나가고 싶다고 했다. 역시 선생님이셨다.
할아버지께서는 저에게 혹시 한국에서 왔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보셨다.
그래서 제가 그걸 어떻게 아시냐고 했더니 제 성이 Kim이라 한 번 추측해보셨다고.
한국에서는 kim이 성이지만 미국에서는 kim이 이름으로 많이 쓰인다.
그동안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혼동하기도 하고 재차 묻기도 하였는데 할아버지는 용케도 잘 알아내셨다.
아이들이 닭장에서 계란 집는 것도 좋아할 것 같아 아직 하지 않으셨다고..
아이들이 계란을 집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물론 아이들은 엄청 신나 하면서도 닭 장안에 갇혀 있지 않고 닭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니 자기들을 쪼아 먹을까 봐 무서워하기도 했다. 12 개짜리 계란집에 그 날 가진 계란들이 다 안찼다고 집 안에 아껴둔 계란 들 까지 가지고 와 빈틈없이 다 채워주셨다.
꼭 어렸을 때 외할머니 집에 다녀온 것처럼 정감이 푹 푹 났다.
한참 동안 여러 밭을 구경시켜 주고 나시더니 땀과 정성 들여 가꾼 음식들을 아낌없이 내어주셨다.
"너희 옥수수 좋아하니?"
"토마토와 감자 좋아하니?"
"멜론은?"
계속 물으셨다.
나는 "예, 그럼요" 하고 낯 살 두껍게 큰소리로 대답했다.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는 기분 좋게 야채, 과일들을 정말 수북수북 담아 주셨다..
우유와 토마토, 감자, 옥수수, 오이, 멜론, 소고기, 계란 까지..
이것저것 바구니에 한 가득 담아주시며 우리 저녁거리를 살뜰하게 챙겨주셨다.
특별하게 귀하게 주신 Raw Milk 1 Gallon는 만 하루도 되지 않아 바닥날 정도로 너무 고소했다.
그날 밤 우리들은 마당에 모닥불 피워 놓고 감자, 옥수수 구워 먹으며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 나누었다.
별들이 총총히 뜬 아름다운 밤, 고요한 밤..
반딧불도 보고, 별똥별도 보고, 은하수도 보며 아주 풍요로운 밤을 보냈다.
한국에서 오신 할머니께서는 어렸을 때 반딧불 보고 두 번째로 반딧불 보시게 되었다고
같이 온 손녀들에게 어렸을 때 이야기도 들려주시며 많이 즐거워하셨다.
그저께 본 초승달은 반달 모양이 되어가고...
아름다운 밤하늘에 떠 있는 눈부신 별들을 바라보며 우리들 마음도 덩달아 환해졌다.
그 이튿날 아침 떠나오는 데 할아버지께서 오셨다.
우리가 그 농장에 처음 방문한 국제 손님이라고 하셨다.
우리 사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려도 되겠느냐고 물어보셨다.
우리는 사진 찍고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언제가 될지? 는 모르지만
또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